강원문학교육연구회

▶채재순 소개 1963년 강원 원주 출생. 춘천교육대학, 강릉대학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 속초시 대포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1994년 시문학으로 등단하였으며, 저서로는 시집 <그 끝에서 시작되는 길>이 있다. 채재순 시인은 1994년 월간 시문학으로 등단하였으며, 1999년 첫시집 ,그 끝에서 시작되는 길>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기금을 받아 발간하여 주목받은 시인이다. 해마다 그 해의 문예지에 발표한 우수 작품을 선별하여 싣는 삶과 꿈의 엔솔로지 좋은 시2004, 2007에 「바람의 독서」와 「나무 한 채」기 실린 바 있다. 채재순은 시집 <나비, 봄 들녘을 날아가다>에서 험준한 삶의 파도를 인정하고 있다. 인정하고 있지만 휩쓸려들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맹렬하게 헤쳐 나간다. 헤쳐 나가면서도 뒤를 돌아보기도 하고 주변을 살펴보기도 한다. 살펴보는 견자로서의 채재순이므로 채재순은 범인이 아니라 시를 향해 가는 시인이다. 시인 채재순은 시 속에서 시를 말하는 자인 화자와 자신을 거의 같은 선상에 올려놓고 있다. 따라서 채재순의 시를 곰씹어 보노라면 노골적인 것은 아니나 무엇보다도 채재순이라는 한 개인을 느낄 수 있다. 삶의 역정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어렴풋하게나마 한 개체의 삶을 떠올려 본다는 것은 시를 읽는 다른 측면의 한 묘미이기도 하다. 이 점은 채재순 시를 열어보는 작은 문일 수도 있다. 꽃놀이 못 가본 채 끓어오르는 맘 바닥까지 박, 박, 박 도화염 유난하게 긁어모으는 복사꽃잎 날릴 때 보아라 복사꽃잎 닮아가는 소금알갱이들 소금물 잔등 떠미는 햇살 등살에 소금 만들다 소금이 되어가는 봄날이 가고 있다 ---『복사꽃 소금』부분 시인은 지금 도화소금밭과 꽃봉오리 우주 사이에 와 있다. 시인은 지금 도화소금밭과 꽃봉오리 우주 사이에서 티벳 여인으로 두 볼을 붉히기도 하고 자갈을 악다물고 무서운 독수리의 공격을 피해 터키 타우러스산을 넘는 두루미가 돼 있기도 하다. 그러면서 그 공간을, 꽃봉오리처럼 터질듯한 긴장감으로 함하한다. 소금은 물론 간을 맞추거나 썩음을 방지하는 소용과 동시에 벽사의 의미도 갖추었음을 알 필요가 있다. 그리고 꽃잎을 내어놓기 전 꽃대궁이 끝에 올라앉은 꽃봉오리는 그 생김새가 마치 촛불을 켜든 것과 같으니, 시인은 지금 삿된 일체의 행위를 끊고 소금성전에 홀로 앉아 꽃봉오리 촛불을 켜들고 뭔가를 하고 있다. 뭔가에 몰입하기를 간구한다. 시인은 시가 내려서기를 바라며 영혼은 시를 향해 있다. 이게 채재순의 시인으로서 시의 제단에 바치는 그의 시인다운 자세다. 채재순의 시사상은 자연친화적이다. 자연을 파악하는 다른 눈이 있다. 눈이 있다기보다 눈을 뜬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시인 채재순을 구도적 서정시인이라 할만하다. 눈을 뜨기 위해 각고의 세월을 보냈다. 그건 안거에 든 선객들이 취하는 길과 다르지 않다. 시에 대해 늘 그런 자세로 임한다면 멀지 않아 시인보다 시가 먼저 와 기다려주기도 할 것이다. 시집 <나비, 봄 들녘을 날아가다>에 실린 시 <나무 한 채>처럼 나무는 나무로서 저 자신의 신전이고 경전이 듯 시 한 편, 혹은 시집 한 권이 채 시인에겐 경전이고 일생이다. 세상은 크게 시끄럽고 조악하지만 채재순 시인이 자연과 일상을 통하여 성찰하는 생의 단면들은 구들장처럼 따뜻하고 또 단란하다. 언제나 시인의 든든한 배후가 되어주고 있는 고향의식과 자잘한 삶의 풍경들 그리고 생의 주관자로서 세상에 대한 관심과 행보는 우리를 새삼 생의 골목길로 들어서게 만든다. 채재순의 시는 어딘가에서 세상을 지켜보는 이로서의 소임 보다는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호명을 기다리는 대상들에게 좀 더 가까이 가려는 길이자 그들과 함께 머무는 한 채의 집이기도 하다 <나비, 봄 들녘을 날아가다> ▶차 례 ∵ 시인의 말 ․바람의 독서 ․부석사 과수원 ․그 집 ․복사꽃 소금 ․나비 봄 들녘을 날아가다 ․꽃봉오리 우주 ․그렇게 저녁이 오고 있었다 ․마당 가득 외로움을 쓴다 ․다녀왔습니다 ․박차고 날아오르는 순간 ․석탄박물관 ․꼬리치레 도롱뇽 ․저리도 환한 꽃그늘 ․지문 ․어떤 이사 ․나무 한 채 ․갈천 그림 학교 ․고래 한 마리 ․새구두 ․저릿저릿 오래 아프던, ․찔레꽃 ․햇살 닿는 곳 ․대나무 ․발바닥이 아프다 ․가족 사진 ․굴산사지 당간지주 ․눈잣나무 ․까치둥지 ․물길 ․저녁 산책 ․저녁 산책2 ․봄, 벽화 ․어머니의 독서 ․밤고기 뜨러간다 ․소통하는 밥상 ․저녁노을에게서 배우다 ․주름 ․동행 ․엄마의 굴뚝 ․저 잎새에 새겨진 파란만장 ․들꽃 ․물통 지고 가는 길 ․? ․큰 발로 시 쓰는 우체부 ․집 ․화석 박물관 ․발자국, 지워지는 쓸쓸함 ․내 안에 그 나무 있다 ․호박 따는 저녁 ․비명 ․꽃잎 편지 ․굴피집 ․사냥 ․목백일홍 ․염치 ․꽃 피는 계곡 ․복수초 ․숲에 누군가 있다 ․어떤 벽화 ․오래된 숲 ․굳은 살 ․오래된 나무 ․호랑나비의 시간 ․울울창창 그 숲으로 간다 ․돌을 내려놓는 순간, ∵ 작품해설(최명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