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령-마등령-소공원 산행기
일 시 : 2008. 7. 19.
날 씨 : 흐린 후 비
일 행 : 레이싱, 오음산, 알프스. 푸른솔, 차도인
산행코스 및 산행시간 : 미시령(767m) - 3k - 1318.8봉 - 0.9k - 황철봉(1381m) - 1.1k - 저항령(1100m) - 1k - 1250봉 - 1327봉 - 2k - 마등령(1212m) - 3.5k - 비선대 - 3k - 설악동 소공원(도상 14.5Km 이나 GPS상 15.7Km, 9시간, 휴식 및 식사 포함)
2007. 4.경 백두대간을 하겠다고 우리등산클럽에서 처음 만난 지인들과 죽(뜻)이 맞아 서너 차례에 걸쳐 무박 산행하면서 개나 소(표현이 매끄럽지 못하지만 우리들만 보는 산행기라 재미있게 하려고 과격한 표현을 사용한 점 양해를 구합니다)도 끝낸 백두대간을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지난달부터 南進(남진)하기로 작당하여 이번 구간은 미시령부터 한계령까지 산행하기로 한 후 2008. 7. 19. 22:40 동서울터미널에서 레이싱, 오음산, 알프스. 푸른솔, 차도인이 만나 23:00 속초행 심야고속버스에 승차를 하였다(지금부터 존칭 생략하겠습니다).
남쪽부터 올라오는 태풍 ‘갈매기’에 약간 걱정이 되지만 뜻이 통하는 친구들과 산행이라 기쁜 마음으로 버스에 승차하여 잠깐 눈을 붙이는가 싶더니 01:45경 속초터미널 도착하여 해장국집에서 소주를 곁들여 반주하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약간의 걱정이 앞섰으나 뜻이 통하는 친구들이 있어 마음을 다시 가다듬은 후 해장국 주인이 불러 준 봉고차를 타고 미시령 고개로 출발하였다.
미시령 터널이 뚫리기 이전에는 꼬불꼬불, 꾸불꾸불한 미시령 고개를 넘을 때마다 설악의 전경을 만끽하며 조심스럽게 운전을 했는데 미시령 터널이 뚫린 이후부터는 별로 올 기회가 없다가 백두대간 한다는 핑계로 야심한 시간에 꾸불꾸불한 미시령 길을 차를 타고 일행이 있는데도 무섭다는 느낌이 들었다, 만약 혼자였다면 갈 수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예전에는 혼자서도 잘도 돌아 다녔는데 이제는 나이를 먹긴 먹은 모양이다).
03:13 미시령 들머리 가기 전 100m 샛길 지점에서 차를 돌리는데 국공파(국립관리공단 파견 직원)가 마이크로 “적발합니다, 적발합니다, 적발합니다”라는 소리에 우리는 일단 몸을 숨기려고 하였으나 구태여 숨길 이유가 없어 밑으로 내려가는 척을 하였으나 국공파는 차를 가지고 내려와 “오늘은 틀렸구나 국공파 만나서 쇼부(합의)를 봐, 50만원 벌금 내고 올라가 봐 등” 만감이 교차하였으나 국공파의 차가 잠시 대기하다 돌려 올라가자 03:40경 누구라고 할 것 없이 곧 바로 샛길로 진입하여 개척산행 시작하였다(지금 생각해보면 국공파 직원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낀다. 뻔히 올라가는 것을 알면서도 약간의 액션을 취한 후 못 이기는 척 뒤로 빠져 눈을 감아준 직원은 평생 복 받을 껴).
정말 앞이 깜깜한 길을 렌턴도 못 켠체 마루금을 짐작으로 찾아 올라가면서 나무뿌리에 발이 걸려넘어지고, 자빠져도 비명 한번 못 지른 체 오로지 마루금을 찾아올라 가면서 나무 가지에 다리가 체여 상처가 나고, 바지가 찢어졌지만 누구 하나 불평 한마디 없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묵묵히 찾던 중 드디어 04:40 백두대간 마루금 길에 합류하였다(이번 개척사행하면서 GPS의 효용도에 그저 고마울 뿐이다, 만약 없었다면 시간이 걸려서라도 찾기는 찾겠지만 확실히 문명의 이기임은 틀림없다).
마루금을 찾은 후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갈증을 풀고 약 20분 정도 진행한 05:00경 울산바위삼거리 갈림길(1080 봉우리)에서 우측으로 직진하여 가장 긴 너덜 길 향해 산행을 시작하였다, 하늘과 맞 닿은 듯한 너덜을 보는 순간 기가 질렸지만 우리가 가야 할 길이기에 가쁜 숨을 숨차게 쉬고, 천천히, 조심조심하며 양손을 사용하여 힘겹게 오르는데 이곳 너덜 길은 일반 너덜보다 훨씬 크기가 크고 바위사이의 깊이가 깊어서 실족이나 미끄러지면 크게 다칠 우려가 있다. 만약 부상자가 발생하면 탈출구가 전혀 없어 무조건 조심하여야 하는 구간이기 때문에 항상 긴장하지 않으면 위험한 등로이며 특히 비가 오거나 바위가 습기 차면 매우 조심해야 하는 구간이지만 선답자들에 의하여 야광막대, 줄 그리고 바위에 붉은 페인트로 화살표를 표시하여 마루금을 찾는데는 별 어려움은 없어 또 한번 그들에 대하여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하며 약 50분 가량 빡세게 치고 올라간 05:50경 1318봉에 도착하여 한 숨을 돌렸다.
낮은 잡목이 있는 소로를 따라 가다가 2개의 짧은 너덜 길을 통과하여 06:34경 황철봉에 도착하였으나 이번에도 정상석을 찾지 못한 체 통과하여 또 후일을 기약하여야 하는 아쉬움을 남긴 체 황철봉을 뒤로 하고 산행을 하는데 가는 길목마다 야생 도야지들이 뿌리까지 시식한 흔적이 남아 곧 나무의 뿌리 자체가 없어져 벌거숭이 설악산을 볼 날이 멀지 않겠다는 우려 속에 무엇인가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야생도야지의 천적이 없어 개체수는 늘어나는데 정말 이번 산행하면서 가장 많은 고민한 부분이기도 하다.
황철봉을 지나면서 시그널이 눈에 띄지 않아 길 찾기가 애매 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또 2개의 짧고 지겨운 너덜 길 통과하여 오르막을 오르는데 곳곳이 야생 도야지가 다녀간 흔적을 보면서 혼자 야간 산행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07:03 저항령에 도착하였다.
저항령을 지나 또 2개의 짧고 정겨운 너덜 길 통과하여 가는 등로는 공룡능선 같은 느낌을 받았고, 병풍 같은 바위가 서 있는 모습이 너무 웅대하여 잠시 감상한 후 08:00경 1250봉에 도착하여 숨을 한번 고르고 또 하나의 너덜 길을 통과하여 1178봉우리를 거치면서 지나 온 저항령과 황철봉을 보자 가까이 가기에는 너무 멀어 보이는 산세에 위대함과 경외감을 느꼈다.
오늘의 마지막 너덜 길을 따라 1,327봉우리로 올라가면서 내려다 보이는 저항령 계곡, 소공원 그리고 달마봉이 운무 때문에 보였다 안 보였다 하였지만 그래도 운이 좋아 비가 안 내려 널널 산행했다며 자위를 하며 세존봉과 권금성을 감상한 후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인 마등령으로 출발하여 드디어 09:27경 마등령(1212m)에 도착하였다. 마등령 정상에서 공룡능선, 대청, 중청, 1,275봉, 나한봉, 범봉 등을 감상할 수가 있었다. 거대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설악의 암봉들은 정말 웅장함, 남성스러움, 간결함에 또 오르고, 감상하고, 품고, 사랑하고, 가져가고 싶은 나만의 설악산이기를 바라는 욕심을 가져본다. 나중에 확인한바 달마봉은 일년 중 설악 축제가 있는 하루만 입산을 허가 한다고 한다. 언젠가 기회가 오면 달마봉을 찾아오리다.
한편 마등령 정상에서 하산할 길이 슬슬 걱정이 앞서기 시작하였다. 국공파가 마등령 삼거리에 죽치고 있다면 우리는 각 금50만원 도합 금250만원이 왔다리 갔다리하는 상황이라 레이싱에게 선두에서 조용히 내려가면서 동태를 살펴보라고 하였으나 도저히 답이 안 나와 들키면 무조건 튀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며 하산하는데 마등령 삼거리 쪽에서 여러 명의 산꾼들이 응성거리며 올라오고 있어 국공파에 대하여 물어 보자 없다는 이야기에 쾌재를 부르면서 09:40경 마등령 삼거리에 도착하였다. 정말 흥분되고. 해 냈다는 기쁨, 난코스의 너덜 길을 아무 사고도 없이 좋은 친구들과 했다는 사실에 너무 기뻤다.
마등령 삼거리에서 우리는 가져온 식사를 하면서 한계령까지 가야할 것인가 포기해야 할 것 인가 상의를 하는데 알프스가 새로 구입한 등산화에 양쪽 발가락이 아작 났다며 포기할 의사를 비치자 모든 친구들은 한계령부터 마등령 구간은 몇 번씩 했다며 이구동성으로 포기하는 쪽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갈매기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안 가도 간겨, 정 섭섭하면 나중에 안내산악회로 하기’로 결론을 내리고 비선대로 하산하기로 하였는데 다람쥐 한 마리가 겁도 없이 계속 우리 주위를 맴돌며 먹이를 구하는 모습이 앙증맞아 잡아서 몸 보신 할까했는데 비가 그칠 것 같지 않아 비선대로 하산 시작하였다.
하산하면서 백두대간 중 가장 난 코스이며 통제가 가장 심한 구간을 무사히 마쳤다는 자부심에 뿌듯한 마음을 간직한 체 하산하는데 세차게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조심, 조심 특히 미끄럼에 주의하며 돌계단은 천천히 내려오면서 무릎에 최대한 충격을 안 주려고 하였으나 워낙 지루하고 너덜 길이 많은 하산 길이지만 알프스의 상태가 걱정되어 최대한 빨리 하산하여 안정을 취하는게 상책이라 판단하고 금강굴 이후 부터는 속보로 하산하여 11:58 비선대에 도착하자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관광객들과 등산객들로 붐볐다.
설악동 소공원을 내려오면서 우리는 척산온천 갈 것인가, 목욕탕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음식점에서 샤워를 할 것인가, 물치에 있는 해수욕 풀로 갈 것인가 설왕설래를 하였으나 모두 마땅치 않아 일단 속초로 가기로 한 후 12:40경 소공원주차장에 도착하여 기나긴 산행을 종료를 하였다. 그 후 설악산을 꽉 잡고 있다는 택시기사를 만나 말도 안되는 야그를 풀자 택시비 1,000원을 깎아줘 기분 좋게 속초중앙시장부근에 있는 목욕탕에서 밀린 때를 벗기고 5명의 몸매를 서로 감상한 후 목욕탕 부근에 있는 지하 횟집에서 14:00부터 광어와 우럭을 안주 삼아 소주와 맥주를 마신 후 시원한 매운탕으로 속을 풀은 후 17:00 동서울행 고속버스를 타고 속초를 출발하여 20:00 동서울터미널 도착하였다. 그러나 헤어지기가 너무 싫었고,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호프로 아쉬움을 달랜 후 각자 집으로 직행하여 이번 구간도 술로 시작하여 술로 끝이 났다.
이번 미시령 - 마등령구간은 너덜지대가 많아 항상 안전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특히 눈이 내리면 산행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위험한 너덜 길이 있어 향후 이 구간을 할 고진감래와 날라리 그리고 사랑초는 겨울을 피해서 산행하는 지혜로움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보고, 또한 통제하는 국공파를 돌파하는 문제도 심각하게 생각을 해보아야할 것으로 생각한다.
첫댓글 항상 달필로 멋드러지게 쓰는 산행기를 읽으면 다시 한번 다녀온 기분입니다. 고생하셨습니다.
현장감 있는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안가도 간겨같은 산행기 잘보고 갑니다. 도인님 건강하시죠?
감사합니다, 일석님 언제 시간이 나시면 소주라도 한잔 하면서 수준 높은 대화를 나누며 원 없이 씹도록 하지요.
와 진짜로 영화 한편 보는 느낌으로 산행기를 읽으면서 잠시 그날산행을 되새겨봅니다 멀리 무안까지 다녀오시고 산행기 쓰시느라 수고많으셨습니다
오늘 아침 5시 기상을 해 보니 비가 넘넘 많이 내렸답니다,,, 비오는날 산행의 악몽(신발에 물이차서 기분나쁨과, 저번 대간산행시 우중속 사고..)이 되살아나 그냥 담에 땜빵하기로 작정을 하고 집에 남아 버렸습니다 ..간만에 사진올리고 여기저기 들려보며 도인형님 후기를 보며 다시한번 그날의 추억에 빠져 봅니다,,,
미시령 마등령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산악회 검색하다보면 꼭 글잘쓰는 사람이 있어요. 언제나 느끼는건데 나는 언제쯤 이런 멋진 산행기 쓰나 희망사항입니다. 이번 산행에 많은 도움이 될것 같아서 우리 산악회 카페로 옮겼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