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를 쓰는 데 있어서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는 동심이다. 이를 토대로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의태어와 의성어, 동화적인 의인화, 시각적인 요소들이 적절한 구조로 조합될 때 좋은 동시가 탄생하게 된다. 시인은 다른 크레파스에 비해 흰색 크레파스는 사용 빈도가 적어 큰 키로 남은 모습이 놀림감이 되었다고 했다. 작품에서 눈길을 끄는 시어는 4연 3행의 '뭉게구름'이다. 구름의 다변성과 역동적인 이미지에서 흰 크레파스의 미처 몰랐던 용도(재능)를 발견하게 되는, 핵심 기의記意를 품고 있다. 다른 사람에 비해 뒤떨어진다고 여겼지만 타인들을 도우면서 뒤늦게 숨겨진 재능을 발휘하는 어린이들이 이와 같으리라. 시각성이란 직관과 정서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감각적 요소를 말하는데 시인의 '흰'과 '크레파스'는 작품 전체에서 두드러지는 기표記標이며, 성인독자에겐 유년시절의 체험적 회상과 물활론(物活論, animism)의 사유로 작품의 동기부여와 만물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우는 교훈을 일으키게 한다. 초롱초롱한 눈을 깜박이는 아이들에게 숨은 재능을 이끌면서 등을 다독였을 시인은 크레용과 파스텔, 크레파스를 설명해 주면서 흰 크레파스의 희망적인 동시를 확장시킨 동화를 정겹게 들려줄 시인의 모습을 예측해 본다. (박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