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에 위치한 분양형 태양광 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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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대한민국에선 베이비붐 세대들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진행 중이다. 이들의 은퇴가 봇물을 이루면서 중장년층의 ‘재취업 노하우’, ‘인생 2막 수기’ 등이 언론을 통해서도 종종 보도된다. 퇴직한 중장년층의 재취업, 구직에 관한 관심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야말로 ‘정글’이다. 은퇴로 밀려난 중장년층이 재취업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새로운 직업을 갖기 위한 교육을 통해 애써 자격을 갖추면 젊고 어린 청년들과 경쟁해야하고, 어렵사리 취업이 됐다고 해도 월급은 은퇴 전 급여의 10분의 1이 채 안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물론 이것도 운이 좋은 경우다. 베이비붐 세대의 재취업에 대한 관심은 이전 세대들과는 온도가 다르다. 과거의 재취업이 ‘놀면 뭐해’ 식의 그것이었다면, 이들의 재취업은 ‘생계형’인 경우가 많다. 과거에 비해 기대수명이 한층 높아졌지만, 자식들에게 기대자니 그들의 삶도 빡빡하다. 한국 경제 성장의 역군으로 불렸지만, 은퇴 후 갈 곳 잃은 베이비붐 세대. 이들 가운데 일부가 최근 태양광 사업에 노후를 걸고 있다.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홍보 문구는 노후 준비로 걱정인 그들에게 매력적인 상품으로 다가가는 중이다. <태양광 투자 ‘붐’ - 숨겨진 그림자>는 벼랑으로 내몰린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와 급증하는 태양광 발전소에 대한 탐사다. 그 이야기를 여기 소개한다.
▲베이비부머 은퇴 본격화, ‘자영업은 불확실하고…….’ 2006년 36MW, 2010년 93MW, 2013년 389MW. 연간 설치된 국내 태양광 발전설비의 규모다. 이보다 가까운 2014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지난해 국내에서는 태양광 발전소가 전에 없던 속도로 급증했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에 준공된 태양광 발전소는 9871곳인데, 이 중 5500곳이 모두 그 해에 건설됐다. 2014년 한 해 동안 총 865MW의 태양광발전소가 건설됐다. 이는 태양광이 각광받는 ‘은퇴상품’으로 떠오른 것과 무관치 않다. 태양광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맞물리면서 인기 높은 은퇴상품으로 부상했다. 과거 인터넷에 ‘노후 대비 사업’을 검색하면 수익형 부동산에 관한 정보가 주를 이뤘지만, 이제는 여기에 태양광 투자사업이 추가됐다. 왜 그런 걸까. 국내 베이비부머는 1955~1963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을 가리킨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 당시 태어난 인구는 약 716만명에 달한다. 전체 인구의 14.4%다. 이들은 부모를 봉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에게 기대지 못하는 첫 번째 세대다. 그러나 정작 자신들의 노후 준비는 제대로 해놓지 못한 경우가 절대다수다. 은퇴해도 쉬지 못하는 시대라는 뜻의 ‘반퇴시대’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뒤늦게 노후준비에 내몰린 이들이 고를 수 있는 생계형 먹거리는 그렇게 많지 않다. 저금리 시대에 은행 이자는 없느니만 못하고, 원룸·오피스텔 등의 수익형 부동산을 마련하자니 여윳돈이 없다. 그나마 남들처럼 창업에 도전해 수많은 치킨집 사장님 중 한 명이 되는 것이 비교적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베이비붐 세대의 ‘인생 2막’이다. 물가는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경기 침체를 보도하는 뉴스는 좀처럼 끊이질 않는 가운데, 평생 직장생활만을 해온 베이비붐 세대들이 은퇴 후 창업 시장에 기웃거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쉽사리 창업에 뛰어들었다가 퇴직금을 날리고 노년 빈곤으로 접어드는 사례는 그 선택마저 두렵게 한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창업 후 생존율은 창업 1년 후 83.8%, 3년 후 40.5%, 5년 후 29.6%로 매년 뚝뚝 떨어진다. 패기있게 간판을 내걸었다가 몇 년 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가게가 한 골목에도 부지기수다. 이는 ‘자영업 푸어’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음을 시사한다. 퇴직금에다 주택담보대출로 마련한 돈으로 포화상태에 이른 자영업에 뛰어들어봤자, 빌린 돈을 갚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란 얘기다. 재취업은 어렵고 창업도 걱정스러운 상황. 이런 가운데 이들에게 손을 내민 것이 있었으니, 바로 ‘태양광 발전사업’이었다.
▲‘퇴직금+@’로 설치한 태양광에 노후 거는 사람들 냉혹한 사회에서 살아남아야한다는 강박, 가장으로서 식구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이런 것들을 어깨에 짊어진 채 앞만 보고 달려온 베이비붐 세대에게 태양광은 장밋빛 미래로 보였다. 투자비는 창업보다 적게 들지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광고 문구는 이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심문섭(57세·남) 씨는 36년간 근무했던 구청에서 퇴직한 후 노후를 어떻게 보낼지 궁리하다 인터넷에서 태양광 사업에 대한 정보를 접했다. 공무원 연금이 있었지만 부부가 생활하기에 넉넉하진 않았다. 태양광 관련 인터넷 동호회 모임에 참석했더니 비슷한 또래의 회원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거기에서 그는 100kW급 태양광 단지를 분양받으면 20년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얘길 들었다. 일단 건설해 놓으면 저절로 전기가 생산되니 심 씨가 특별히 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그는 “은행 금리는 2%대였지만, 태양광 사업은 수익률이 10%나 된다니 마음이 동했다”며 “고민 끝에 퇴직금 1억8000만원과 그 동안 저축한 돈을 보태 2억5000만원에 100kW급 태양광 단지를 분양 받았다”고 말했다. 상공회의소에서 근무하다가 이른 퇴직을 맞이한 유현재(48세·남) 씨는 시공업체를 하는 지인의 권유로 태양광 사업에 투자한 경우다. 2차 베이비붐 세대의 맨 앞줄에 서 있는 그는 태양광 사업의 수익률과 안정성 등을 검토해보고 투자 결정을 내렸다. 100kW급 단지를 준공하면 매달 220만원 내외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태양광에 투자하면 12년 동안 총 3억 이상을 회수할 수 있다는 계산에 유 씨는 서둘러 계약서에 사인했다. 태양광 발전사업은 일단 준공해놓으면 기본적인 유지관리를 제외하곤 크게 신경쓸 일이 없는 사업이다. 사업자의 정신적·육체적 노동 없이도 해가 뜨면 발전이 되고, 생산된 전기는 한전에 판매돼 고스란히 통장에 쌓인다. 태양광에 노후를 거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은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이유가 컸다. 그렇다면 태양광 발전사업의 수익성은 과연 탄탄한가. 몇 년 전의 태양광사업은 실제로 그랬다. 2010년 당시 일반 부지에 100kW급 태양광 단지를 건설하면 발전차액지원제도(FIT)에 의해 15년간 1kWh당 541원을 받았다. 여기에 전력판매 수익을 추가하면 매월 670만원이 넘는 수익이 생겼다. 정부는 이 제도를 2년간 운영하다가 재정부담의 이유로 폐지했다.
이후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가 도입됐고, 태양광의 수익성은 전보다 하락했지만 지금보단 높은 수준이었다. 2013년 상반기 일반 부지에 100kW급 태양광을 설치한 이들은 연간 4500만원(REC 15만6000원, SMP 136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 매월 370여 만원이 통장에 찍혔다. 2015년 현재로 돌아와 보자. 현재 태양광 사업을 독려하는 시공업체, 분양업체들은 100kW를 기준으로 12년 간 매년 3200~3300만원 사이의 수익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유지관리비용으로 연간 160만원 내외를 지출한다고 해도 이들이 내세우는 평균수입은 3000만원을 웃돈다.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에게 월 260~270만원 사이의 수익은 사회활동을 하던 시기와 비교하면 적은 돈이지만, 노후를 위한 연금으로는 썩 나쁘지 않은 금액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빈틈은 있다.
태양광 발전사업자는 전력판매수익(SMP)과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판매로 수익을 얻는다. REC는 신재생에너지 설비로 전력을 생산했다는 증명서인데, 발전사에게 판매할 수 있다. 문제는 SMP와 REC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SMP는 2011년 9·15 순환정전 사태 이후 180원까지 치솟았다가 다시 주춤하고 있다. 지난해 가격추이를 보면 140원~160원 사이를 머물다가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올 초 140원을 넘나들던 SMP는 이달 들어 90원 대로 추락했고 좀처럼 100원대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전기를 생산할 전력설비가 남아돌기 때문이다. 9.15 순환정전 이후 발 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서둘러 신규 발전설비를 확충했지만, 실제 전력소비는 그만큼 늘어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발전설비의 여유수준을 나타내는 전력설비 예비율은 향후 20% 이상으로 높게 유지될 전망이다. SMP 역시 당분간 저점에서 맴돌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는 태양광의 수익성 하락과 직결되는 요인이다.
김광인 숭실대 교수는 “정부가 발표한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르면 전력 예비율은 2020년 30%를 기록하게 되는데, 실제로도 이와 비슷하거나 35%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석탄과 원전 설립계획이 계속해서 기본계획에 반영되고 있어 2030년까지는 높은 예비율이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운용 가능한 설비에 여유가 있다 보니 SMP는 점차 하락해 5년 뒤에는 88원까지 떨어질 전망”이라며 “현재처럼 낮은 LNG 가격이 계속해서 유지된다면 88원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REC의 가격 하락세는 더 뚜렷하다. 태양광 REC는 매년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여는 판매사업자 선정시장을 통해 12년 장기계약을 체결하거나, 현물 시장에 내다팔 수 있는데 양쪽 모두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판매사업자 선정시장을 보면 2011년 하반기 21만9977원이었던 태양광 REC 가격은 2012년 상반기 15만6634원으로 떨어졌다가 2013년 상반기에는 13만6095원, 2014년 하반기에는 11만2591원을 기록했다. 태양광 발전소의 급증으로 공급이 수요를 역전하면서 올해 상반기에는 7만707원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현물시장도 가격이 폭락을 거듭하다 현재는 8만원대에 가격이 형성돼 있는 실정이다. REC 가격을 상반기 기준 가격인 7만원, SMP를 현재 가격인 90원으로 적용하면 100kW급 태양광 단지에서 발생하는 연간 수익은 2200만원이 채 안 된다. 유지관리비용을 제외하면 투자금 회수에 약 12년이 걸린다. 그러나 업체들의 컨설팅 자료는 장밋빛 전망만을 보여준다.
태양광단지 분양사업을 하고 있는 A업체가 고객용으로 제작한 수익성 분석 자료를 보면 SMP는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12년 뒤 180원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계산돼 있다. REC는 9만원을 적용했다. 이렇게 계산하면 12년간 평균수입은 3200~3300만원 내외가 나온다. 여기에 유지비용으로 한달에 10만원 내외를 지출해도 수익은 3000만원을 상회한다. 12년 누적수익은 3억7천만원 가량이 된다. 부풀려진 수익성을 믿고 공사를 했다가 발전소 가동이 시작되면? 당연히 실제 수익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REC 판매 대작전…업계의 천태만상 여기에다 REC까지 팔지 못하면 수익은 반토막이 난다. 태양광에 투자한 이들에게 REC 판매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판매처를 찾지 못하면 ‘본전’도 못 건지는 최악의 상황을 맞닥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REC 판매는 보통 태양광 분양업체나 시공업체가 대행하는데, 이들은 REC 판매에 혈안이 돼 있다. 가동을 시작하면 곧바로 수익이 되는 SMP와 달리, REC는 직접 판매처를 찾아나서야 한다. 매년 두 차례 열리는 판매사업자 선정 시장에 참여해 발전사들과 12년 장기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현물시장을 통한 거래도 가능하다. REC판매를 대행하는 업체들의 고민은 태양광 발전소의 급증으로 REC 판매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REC 판매처를 찾지 못한 태양광 발전소는 500MW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판매사업자 선정시장을 통해 REC를 판매할 수 있는 물량은 연간 150MW인데, 올해는 공고물량을 늘린다고 해도 공급 과잉 현상을 해소하기엔 여전히 역부족이다.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실시하는 ‘태양광 REC 판매사업자 선정시장’을 보면 입찰 건수는 2013년 상반기 1475건, 하반기 3022건, 2014년 상반기 4530건에서 올해는 1만건을 뚫었다. REC를 팔겠다며 세일즈에 나선 태양광 발전소의 용량 역시 지난해 68만5097kW에서 올해 160만kW 이상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16만kW를 선정하는 데 160만kW가 몰렸다. 이로 인해 최근 2년간 4대 1 내외로 유지되던 경쟁률은 역대 최대인 10대 1을 기록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REC 판매를 위한 업자들의 과열 경쟁은 각종 꼼수와 편법을 동원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인맥을 활용한 REC 판매전략이다. 발전공기업 신재생에너지 부서의 A팀장은 하루에도 몇 통씩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바쁘다.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들은 모두 그보다 ‘높으신 분들’이다. “작년부터 찾아오는 사람도, 전화를 걸어 만나자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태양광 발전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어나다 보니까 REC를 팔기가 어려워져서 그렇죠. 우리보고 좀 사달라는 거예요. 그런데 태양광 REC는 시장에 넘쳐나지 않습니까. 이미 확보해야할 물량을 다 채운 상태예요. 구매여력이 없는데 자꾸 사달라고 찾아오니까 난감하죠. 무시하기도 어려운 게 회사 임원의 지인부터 동창, 사돈의 팔촌, 심지어 OB(퇴직한 임원)들한테서도 연락이 와요. 찾아오면 자리에 앉혀놓고 왜 못 사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합니다. 쉽지 않다니까요.” 이는 A팀장만 겪는 일이 아니다. REC를 사들이는 발전사의 신재생에너지 담당자들은 모두 갖은 부탁과 회유, 청탁에 시달린다. 대규모 태양광 사업의 경우 REC 판매처가 확보되지 않으면 은행에서 자금을 빌려주지 않기 때문에, 사업자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라도 인맥을 총동원하는데 혈안이 돼 있다. “그 사람들(태양광 발전사업자)은 속이 타 들어가지. 퇴직금에다가 대출까지 끼고 태양광 발전소를 지었는데 REC를 못 팔고 있으니 오죽 답답할까. 이럴 줄 몰랐던 거지. 짓고 나면 다 되는 줄 알았던 거야. 대규모 사업은 또 REC 판매처를 못 구하면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자체를 못 일으키니까 발전사에 건너 건너 아는 사람이 있는 경우엔 부탁도 하고 그러는데, 차장이나 부장급 정도로는 되지도 않아. 최소한 전무, 사장 라인은 잡고 있어야지.” 국내에 이름난 태양광발전소 건설에 다수 참여한 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REC 판매가 어려워 지다보니 중간에서 판매를 대행하고 웃돈을 챙기는 ‘브로커’도 생겨났다고 말했다. “발전사들이 매년 확보해야하는 태양광 REC 의무량이 있잖아. 그 중 일부는 꼭 판매사업자 선정시장에서 사도록 돼 있지만 그 나머지는 수의계약으로 채우거든. 브로커들이 이걸 따낸 다음에 REC 판매처를 못 구한 사업자들한테 파는 거야. 그 사람들은 REC 팔 데가 없으면 은행에서 대출을 안 해주니까 1MW에 5000만원~1억원 정도 웃돈을 주고서라도 사거든.” 그는 “브로커가 있는 걸 보면 결국엔 발전사 내부 사람들과 다 연결된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인맥이 없는 경우엔 시민단체를 이용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진다. 개인이 REC를 사달라고 나서는 것보단, 시민단체의 이름 뒤에 숨는 것이 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공기업인 발전사들이 시민단체는 무시하지 못 한다”며 “환경이나 에너지 같은 단어가 들어가는 NGO를 만들어 놓고 그 이름으로 명함을 파서 REC 계약을 따내는 경우도 봤다”고 귀띔했다. 그는 “시민단체를 만드는 건 회사를 하나 세우는 것과 달리 간단한 일”이라며 “나도 하나 만들어볼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외면 받는 태양광, 주민은 난색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상품으로 부상하면서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태양광 발전소. 그렇다면 태양광 발전사업 테두리 바깥에 존재하는 이들에게 ‘태양광’이란 무엇일까. 전남, 전북, 경북, 충북 등 태양광이 많이 설치돼 있는 지역으로 가보자. 이곳에서 태양광은 주민들에게 환영받는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각종 민원의 주범으로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혹자는 왜냐고 묻는다. 원자력발전소나 석탄화력발전소라면 모를까, 온실가스도 배출하지 않는 태양광이 왜 이런 취급을 받느냐는 것. 이유는 간단하다. 지역 주민들은 내 집 앞, 내 밭 옆에 빽빽하게 들어선 태양광 발전시스템이 달갑지 않다. 마을을 위한 공동 시설물이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도 아니다. 주민들의 눈에 태양광 발전단지는 얼굴도 본 적 없는 어떤 ‘장사꾼’의 돈벌이 수단일 뿐이다. 그런 시설이 마을에 피해를 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퍼지면 반발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괴로운 건 태양광사업 허가권을 쥐고 있는 지자체 담당자들이다. “2013년 우리 도에 설치된 태양광이 40MW였는데 2014년엔 269MW로 6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누적 설치량이 361MW인 걸 감안하면 작년에 엄청나게 늘어난 거죠. 90% 이상이 500kW 이하의 발전소들입니다.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태양광 발전소가 늘어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요. 주민들의 민원이 엄청 납니다. 자기들 논밭 중간에 태양광 발전소가 ‘턱’ 하고 박혀 있으니 보기 싫은 거죠. 보통 태양광 반사광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나 전자파 등을 이유로 반발을 해요. 민원 없이 지나가는 사업은 하나도 없었을 정돕니다. 주민들과 사업자 사이에서 중재를 하려고 노력하지만, 사업자들은 규정 상 하자가 없으니 허가를 내달라고 해요. 그럼 담당 부서에서는 계속 허가를 안 내주고 있을 수도 없습니다.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허가를 내주면 주민들은 난리가 나요. 급기야 도청을 상대로 행정소송까지 거니까 골치가 아픕니다.” 충남 지역의 신재생에너지 담당인 B씨는 태양광 허가업무의 애환을 토로했다. 주민과 사업자 사이에 낀 그는 여간 골치가 아픈 게 아니라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쏟아지는 태양광 허가 신청, 그 몇 배로 들이닥치는 민원에 담당자들은 고개를 내젓는다. 지자체 공무원들은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라는 목표를 내걸어놓고 보급 확대에는 열을 올리지만, 정작 지역 주민들의 수용성에는 관심이 없다”며 “중간에 낀 담당 공무원들만 죽을 맛”이라고 입을 모은다. 해결책은 없는 걸까.
▲때 이른 제도 도입 ‘부작용 낳아’ 에너지는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자 현대인의 편리한 생활을 가능케 하는 근간이다. 그러나 현재 주류 에너지인 화석연료는 수십 년 내에 고갈을 예고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으로 전세계 에너지 소비량이 급증하면서 그 시점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크다. 태양광은 그 때를 대비해 활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단 중 하나다. 화석연료가 바닥나 석유 기반의 산업과 수송수단이 힘을 못 쓰기 전에 전 세계 각국은 에너지전환을 이뤄내야 하고,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는 위기의 순간에 꺼내들 수 있는, 현재로선 유일하다시피한 대안이다. 태양광을 단순히 산업의 한 분야로 보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에너지 전환의 관점에서 보면 국내에서 태양광이 확산돼가는 모습에 우려를 표하는 이들이 많다. 2013년 7월 기준 34.6GW 규모의 태양광이 설치돼 있는 독일의 경우,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52%가 시민참여형 발전소로 세워졌다. 이로 인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재생에너지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보급 목표를 무리 없이 달성할 수 있었다. 재원조달 역시 원활하게 이뤄졌다. 태양광에 국한해서 보면 전체의 90%가 지붕 위에 설치됐다. 에너지 전환을 목표로 태양광 설치를 늘려가는 독일과 달리 한국의 태양광은 ‘투자 상품’이다. 내 집 지붕 위가 아니라, 일조량은 좋으면서도 땅값은 비교적 저렴한 최적지를 찾아 건설한다. 내가 쓰는 전기를 직접 생산할 요량으로 태양광을 찾는 것이 아니라,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베이비붐 세대가 태양광 발전사업에 대거 유입된 것도 이런 과정을 통해서였다. 그러나 수익만을 위해 세워진 태양광 발전소는 수익 이외의 부분엔 무관심했고, 결국 지역 주민들과의 마찰로 이어졌다. 이는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인 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의 한계이기도 하다. 시장원리에 의해 신재생에너지가 보급되도록 한 이 정책은, 국내에서 바람직한 보급 모델이 형성되고 주민 수용성이 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시행됐다. 신재생에너지가 자생력을 갖고 확대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원리를 적용하자, 그 부작용은 기다렸다는 듯 터져 나왔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한 전문가는 “정부는 이 제도를 통해 발전사들이 매년 정해진 양만큼 REC를 확보하도록 했고, 그렇지 못할 경우 과징금을 부과했다”며 “신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이 아니라, REC 확보 그 자체가 목적인 발전사들은 바람직한 태양광 설치모델 등에는 관심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 역시 신재생에너지 보급 수치를 늘리기 위한 단기 처방에만 급급할 뿐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있다”며 “정책을 촘촘히 설계해 충격 없이 에너지 전환을 유도해야하는 정부가 책임을 방기한 꼴”이라고 말했다.
▲바람직한 태양광 발전, 그 대안은 독일협동조합회에 따르면 2009년 이후 독일에선 매년 100개 이상씩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협동조합이 만들어지고 있다. 회원도 10만명이 넘는다. 협동조합은 시민들이 조합원이 돼 공동으로 조합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조직이다. 조합을 통해 지역 태양광발전소 건설 사업을 추진, 공동의 이익을 창출하고 이를 통해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에너지협동조합을 만든 독일 시민들은 소규모 태양광 발전을 늘려갔고 독일에서는 매년 50%씩 태양광 설치량이 늘었다.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니 주민 반대는 당연히 없었다. 국내에도 2013년 말부터 비슷한 형태의 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이 생겨나고 있다. 서울에만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강남햇빛발전협동조합, 금천햇빛발전협동조합, 노원햇빛과바람발전협동조합,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 등 7개 조합이 간판을 내걸고 있고, 전국적으로도 고양시민햇빛발전소, 성남의제21, 부천햇빛발전, 안양군포의왕시민햇빛발전, 인천시민햇빛발전을 비롯해 경남햇빛발전, 아산시민햇빛발전, 대구시민햇빛발전소 등이 지역 내 태양광 발전소 확대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 시민 주도의 태양광 발전소는 수십kW 정도로 규모가 작아 REC 입찰에 어려움을 겪는다. 발전사들이 편의 상 대규모 발전소와의 계약을 선호해서다. 박규섭 전국햇빛발전협동조합연합회 사무국장은 “협동조합을 만들고 출자금만 모아지면 발전소가 일사천리로 건립될 줄 알았지만 생각지 못한 제도적 문제들이 이를 막고 있다”며 “협동조합에서 설치하는 태양광은 규모가 커봐야 100kW인데, 현행 RPS 시장에서 소규모는 거의 판매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소형 물량을 확대하는 정책을 수립하긴 하지만 소극적이고, 발전사들이 메가와트(MW) 규모의 단지하고만 계약을 하려해 별 효과가 없다”며 “이밖에도 한전 계통연계비용 인하 문제 등이 해결돼야 시민 참여형 태양광발전소의 활성화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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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보았읍니다
여러가지를 알게 합니다
고마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