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앞부분에는 한나의 찬송시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베풀어주신 개인적인 은혜를 넘어 이스라엘 전체에 베풀어주신 은혜와 놀라운 이적에 대해 감사하고 찬양하는 노래입니다. 그 중의 한 부분, 10절을 보겠습니다.
10 주께 맞서는 자들은 산산이 깨어질 것이다. 하늘에서 벼락으로 그들을 치실 것이다. 주께서 땅 끝까지 심판하시고, 세우신 왕에게 힘을 주시며, 기름부어 세우신 왕에게 승리를 안겨 주실 것이다."
사무엘이 젖을 떼었을 때 한나가 감사의 노래를 드린 것으로 되어 있는 이 시기는, 사사시대가 저물어가는 시대이기는 했지만 아직 왕정이 열리려면 수십 년의 세월을 더 기다려야 했습니다. 이스라엘의 첫 왕인 사울에게 기름을 붓고 왕으로 세운 사람이 바로 늙은 사무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찬양시에 벌써 왕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자기 왕에게 힘을 주시고 자기의 기름부음을 받은 자의 뿔을 높이시겠답니다. 뿔은 권위와 권력의 상징입니다. 내용으로 봐서 사울을 말하는 건 아닐 겁니다. 아마도 다윗왕을 지칭하는 것일 겁니다.
그러면 이 시대적인 간격은 어떻게 된 걸까요? 보수적인 신학자들은 한나가 하나님의 영감을 받아 장차 일어날 일을 예언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진보적인 신학자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다윗의 이상적인 통치를 경험한 후대 사람들의 찬송시가 한나에게 적용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2장 후반부에는 분위기가 바뀌어, 제사장 엘리의 아들들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본문은 그들을 불량자라고 말합니다. 성품이 포악하여 제사 드리는 사람들을 학대하고 제사 때 드릴 고기를 가로채기도 했답니다.
제사 드리고 남은 고기를 규정에 따라 제사장과 그 가족이 먹는 건 정당한 권리였습니다. 그러나 기름은 반드시 하나님께 바쳐서 태우게 되어 있는데 이들은 기름을 태우지 않고 고기와 함께 먹기도 했답니다. 지방이 없는 고기보다 지방이 적당히 섞여야 고기가 맛있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악행들을 지적하면서 하나님은 제사장 엘리의 집안에 벌을 내리겠다고 말씀하십니다.
3장에는 다시 사무엘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사무엘이 자고 있을 때 하나님께서 사무엘을 부르셨다고 본문은 말합니다. 그때까지 하나님을 알지 못했던 사무엘은 제사장 엘리가 부르는 줄 알고 그에게 달려갑니다. 같은 일이 세 번 반복된 후에야 사무엘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게 되는데 내용은 엘리의 집안을 심판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