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재-밤재-문장대-신선대-비로봉-천황봉-형제봉-갈령삼거리-갈령
이번산행은 늘재에서 출발하였다. 새벽3시50분 단잠을 자고는 으실으실 춥기가지한 새벽녘 산행을 시작하였다. 늘재에는 350년생 음나무와 성황당, 그리고 주차공간이 있다. 늘재에서밤재까지 진행한 후 인원점검을 한 후 다시 출발한다고 하였다.
한참을 지나 밤재에 도착하였다. 밤재역시 도로포장이 아주 잘 되 있었다. 새벽녘인데도 혹시 주민의 수입원인 송이등을 채취할까봐 주민차량이 감시겸 순찰을 돌고 있었다. 대간산해하기 바쁜 우리가 송이를 채취할 까닭이 있겠냐만은 도시에서 승용차에 3-4명이 송이채취 원정을 자주 하는 모양이다.
밤재에서 문장대까지는 암릉구간으로 제법 올라가기가 사나웠다. 양대장의 주의사항을 경청하며 조심스럽게 산행을 시작하였다. 6시반쯤이 되자 동이 트기 시작하였다. 예수님이 항상 깨어있으라고 하였는데 지금 이 순간만은 남들이 자고 있을 때 깨어 있는 셈인가 보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주변 산세가 눈에 들어오고 수려한 경치에 탄성을 자아내기 시작하였다. 드디어 8시 20분 문장대에 도착하였다. 20대 초반에 한번, 30대에 한번 등정하고는 다시금 10년 이상이 흘러 40대 후반에서야 다시한번 찾게 되었다. 속리산은 이래저래 인연이 있는 산인가 보다. 멀리 월출산을 양대장이 가르쳐주고, 주변의 몇몇 산들을 알려준다.
정상에 올라 널리 솟아있는 산을 알아보기는 쉬운일이 아니다. 멀리 있는 산을 알아보는 장비는 없는지 생각해본다. 아침을 해결하여야 하는데 신선대 휴게소 근처가 좋을 거라고 하여 버너를 가져온듯한 대간산행 마지막 코스를 달리고 있는 산형을 따라 신선대로 향했다. 신선대에 도착하여 라면을 2개 끊여 세명이 아침을 해결하였다. 처음으로 준비해간 아침을 다 먹었다. 그동안 차가운 밥을 먹다보니 도저히 다 먹지 못하고 남겨 가기를 반복하였다.
아침을 해결하고는 천황봉을 향했다. 그동안 몇 달에 걸쳐 주말이면 대간산행에 동참하여다. 그동안 심폐기능도 많이 좋아진 듯하고 다리 근육도 제법 생겼는가 보다. 오르막길을 걷는 것이 그리 힘이 들지 않는다. 그저 길이 있으니 걷는다라는 생각뿐이다. 처음 아침에 출발하기에는 그리 싫고 귀찮다가도 몇시간 걷다보면 어느덧 희열이 가득 안겨온다.
대간산행을 50번째라는 산형과 대간산행 중반에 접어든 산형과 함게 오손도손 자유인 산악회 이야기, 거인산악회, 국제산악회, 유명산악회 온갖 산악회 이야기로 대간산행의 묘미를 더했다.
천황봉에서 한참을 내려가니 전망대가 나왔다. 시원하게 뻗은 산아래 전경이 일품이었다. 속리산이 만만한 산이 아니라는 것을 이곳이면 느낄수 있다. 형제봉을 향하는데 역시 대간은 대간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갖게 하였다. 앞 봉우리인가 싶으면 아니고 다음 봉우리가 틀림없다고 생각했는데 다음 봉우리를 넘으면 또다른 봉우리가 앞에 있다. 마지막 봉우리에 이르니 이곳이 형제봉인가 의심이 든다. 정상에 올라 정상석을 확인하고서야 이곳이 형제봉 정상임을 1시 반에야 확인한다. 지금까지 산행시간이 9시간 반을 걸어왔다.
총 산행시간이 10시간-12시간이라고 했으니 앞으로 1시간 정도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겠다. 싶다. 느긋한 마음으로 갈령삼거리 못 미쳐 준비해온 음식을 다 처리하고 내려가기로 한다. 음식중 압권은 황도복숭아이다. 황도복숭아 통조림을 약1주일간 통째로 냉동시켜 가져오면 약11시쯤 되면 살얼음이 약간 있으면서 시원하기가 그만이다. 여름철이면 단연 인기 최고의 음식이다. 다음 산행에는 나도 준비를 해야겠다.
다음으로 압권은 누룽지이다. 누룽지는 사각사각 깨물며 먹는 맛이 좋다. 버너를 준비했다면 끊는물에 누룽지를 넣어 먹으면 추울 때 기가 막힌다. 이렇게 이런저런 경험을 통하여 산행에서의 먹는 재미도 서서히 익혀가기 시작한다. 대간 산행하시는 산우들은 술을 별로 먹지 않는다. 술을 안 좋아하는가
술을 먹고 오랜시간 걷기에는 내가 생각해도 몸만 힘들지 않겠나. 하산하면 몇몇이 어울려 술잘을 기울이는 것을 많이 보았다. 드디어 갈령삼거리에 도착하였다. 이로써 갈령까지 하산하면 목적지이다. 갈령삼거리에서 갈령까지는 대간코스가 아니다. 진출입로로 보너스인 셈이다. 따라서 18년간 대간산행을 완주하기 위해 노력한 산형은 이곳이 대간산행의 종착점이고 졸업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산형은 갈령까지가 대간코스인줄 알고 별다른 감흥없이 갈령으로 향한다.
갈령으로 내려가면서 그 코스가 대간코스가 아니라고 하니 한참을 걷다가 드디어 이해를 한 모양이다. 그렇다면 이대로 내려갈 수는 없다고 하면서 다시금 갈령삼거리로 올라가 기념사진을 남겨야 한단다. 우리는 웃으면서 기다리기로 하였다.
갈령삼거리에서 갈령으로 내려오는 길에는 참나무를 간벌하고는 수거하지 않고 내버려준 참나무가 많이 있다. 동백산악회 대장이 하는 참나무장작바베큐집에 실어다 주면 좋아할 것인데 가져갈 방법이 없다. 베낭에 넣어보아야 몇 개나 넣겠는가.
갈령에 도착하여 옆 계곡물이 2주싸이에 거의 말라버렸다. 2주 전에는 이곳에서 발의 노독도 풀어주고 하였는데 할 수 없이 두 산형은 식당까지 3km를 더 걷기로 하고 출발을 한다. 나는 간단하고 토끼 세수와 발만 담그고는 차에서 쉬기로 하였다. 도착한 시간이 2시 반이다. 하지만 차에서 기다린 시간이 4시 반가지였으니 무려 2시간을 차에서 잠으로 대신하였다. 다음 산행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