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라의 시詩꽃 . 마음꽃 하나 33회] 날개없는 포자의 꿈
-가장 낮은 곳에서도 움트는 숨
날개없는 포자의 꿈
쉬폰 치맛자락이 살랑거리면
꿈 찾아 날기엔 참 좋은 날씨죠
허공을 맴돌다 어지러워질 무렵
소나무, 자작나무, 참나무, 오리나무 가루들이
목화솜 같은 나를 빙 둘러 춤을 청해오지요
먼지처럼 눈처럼 가볍게 올라 내려다보면
사람들이 내 춤에 홀린 듯 재채기를 해대지요
노오란 어미들이
꽃대를 쑥쑥 키우면서까지 하얗게 퍼져
바람열차를 타면 더 멀리 갈 수도 있죠
갈피 잃은 바람에 이끌려
더 높이, 더 멀리 날아 가 보지만
숲 가시에 걸리기도 하고
낡은 벽돌 사이에 끼이기도 하다가
허무하게 꽃대 밑에 떨어지고 말죠
다만 맑은 세상을 꿈꿀 뿐,
눈물 콧물이 비가 되어 내리는 날
서로 섞여 시커멓게 추락하곤
질척한 바닥에서 움직일 수 없게 굳어져 가지요
싫든 좋든 누추한 이 자리가
체념 끝에 찾아낸
새 꿈을 키우는 나의 집인 거죠
詩作노트
사는 일은 종종 바람을 타는 일처럼 느껴진다.
날개도 없이 떠밀리듯 어딘가로 흘러가다가
때로는 숲 가시에 찢기고 벽 틈에 끼어 허무하게
멈추어야만 할 때도 있다.
스스로 방향을 정한다고 믿지만 많은 순간은
바람처럼 외부의 흐름에 떠밀려 흘러가듯이
날개 없는 포자처럼, 의지 없는 꿈처럼 어딘가에
뿌리를 내린다.
바람을 탓하진 않는다. 흙에 스며든다해도
언젠가 다시 피어날지도 모른다는 꿈 하나가
나를 움직이게 하고 굴절되고 굴욕적인 추락은
끝이 아니라 그곳에서 다시 ‘움튼다’는 가능성을
믿기 때문이다.
"삶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그 흐름 속에서 길을 배운다."는
카알 빌헬름 프리드리히 쉬레겔의 말처럼
아마도 살아간다는 일의 가장 깊은 철학은
그 바람 속에서도 피어나는 법을 배워 가는 데
있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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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없는 포자의 꿈쉬폰 치맛자락이 살랑거리면꿈 찾아 날기엔 참 좋은 날씨죠허공을 맴돌다 어지러워질 무렵소나무, 자작나무, 참나무, 오리나무 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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