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향이 묻어나는 담양 ﻿(기행수필)

대나무향이 묻어나는 담양(기행수필)                                                                  정운일  ‘2015 담양 세계대나무 박람회’가 열리는 담양은 대나무의 고장으로 죽녹원과 대나무골테마공원 등 대나무를 활용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많다.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점심을 먹고 죽녹원을 구경하기로 했다. 담양의 별미인 한우떡갈비와 죽순요리, 대통밥을 먹었다. 한우떡갈비는 뼈를 발라낸 갈빗살에 간장, 배즙, 양파즙, 청주, 설탕, 참기름 등으로 만든 양념장을 바르며 구워 맛이 담백하다. 대통밥은 맹종죽에 멥쌀, 찹쌀, 흑미 등을 넣고 쪄서 만든 영양밥이다. 밥그릇이 대통이라 대나무향이 묻어나는 색다른 별미이다.    영산강의 시원인 담양천을 가로지르는 향교교를 건너면 왼편에 담양향교가 보이고 오른편에 죽녹원이 있다. 죽녹원 들어가는 입구에 홍살문이 있어서 궁금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대나무로 홍살문 모양을 만들고 삼지창 밑에 죽녹원이라고 쓴 현판이 걸려있다. 홍살문은 서원, 향교, 성균관, 왕릉 등에 세워 성스러운 구역임을 표시한다. 그래서 죽녹원도 서원이나 향교처럼 성스러운 곳임을 표시하기 위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죽녹원은 담양군이 성인산 일대에 조성한 대나무 정원이다. 성인산 자락에 약 31만㎡의 울창한 대숲이 펼쳐져 있다. 죽림욕을 즐길 수 있는 총 2.2km의 산책로는 운수대통 길· 죽마고우 길· 철학자의 길 등 8가지 주제의 길로 구성하였다. 주제를 생각하며 걸으면 자신도 운수대통, 죽마고우, 철학자가 되어 즐거움은 배가된다.    죽녹원 입구에서 돌계단을 밟고 올라가면 대나무의 초록빛 향연이 펼쳐진다. 대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대 바람이 피로한 몸을 풀어준다. 댓잎의 사각거리는 소리와 대숲사이로 비치는 빛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산책로 주변에는 대나무 잎에서 떨어지는 이슬을 먹고 자란다는 죽로차(竹露茶)가 자생하고 있다. 죽로차 한 잔 마시고 죽림욕을 즐기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그런데 대나무에 낙서한 흔적이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대나무를 사랑하는 마음이 아쉽기만 하다. 담쟁이가 대나무를 타고 올라가 한층 멋을 더해준다.     길을 따라 성인봉에 오르면 출월산이 멀리 보인다. 산의 모양이 불상이 누워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여 와불산이라고도 부른다. 일설에 의하면 이 불상이 일어나면 담양에 좋은 일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죽녹원에는 오죽, 왕대, 솜대, 맹종죽 등이 심어져 있다. 대나무는 성장이 매우 빠르다. 하루에 최고 125cm까지도 자라며 40일간 자라면 성장은 멈춘다. 대나무의 크기는 죽순이 나올 때 이미 결정되고 키만 자란다. 경사가 완만해서 남녀노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전국유일의 죽림욕장이라고 한다. 줄기가 까만 오죽, 재질이 단단한 왕대, 줄기가 희끗희끗한 솜대, 마디에 흰 테를 두른 맹족죽이 산책로 주변에서 우리를 반겨준다.  담양에는 대나무의 고장답게 대나무장인도 많다. 발을 만드는 죽렴 장, 제기를 만드는 변비장, 고리를 만드는 채상 장, 참빗을 만드는 참빗 장, 부채를 만드는 부채 장 등이 있다. 만든 솜씨가 섬세하여 외국인이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죽엽주와 죽순으로 만든 음식에 대한 전설이 재미있다. 평양감사가 나주 목(牧)을 다녀서 평양으로 가는 길에 담양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다. 그 당시 평양감사라면 엄청난 직위였다. 담양부사는 그 양반에게 죽엽주와 죽순으로 음식을 만들어서 대접했다. 그는 평양으로 죽엽주와 죽순을 가지고 갔다. 술은 남아있는데 죽순이 떨어졌다. 동지섣달 한 겨울에 함박눈이 내리는데 평양감사는 신하들에게 "여봐라. 어디서 그 죽순을 구할 수 없느냐? 죽순이 있으면 조금만 구해보아라" 동지섣달에 무슨 죽순을 구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바구니를 걷어 물에 넣고 끓여 그 물을 마셨다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대나무는 피톤치드가 나와 우리 뇌를 알파상태로 만든다. 알파상태란 뇌가 안정되어 최적의 상태를 말한다. 우리는 피톤치드가 제일 많이 나오는 것은 편백나무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대나무에서 나 오는 피톤치드는 편백나무의 2배, 소나무의 4배가 나온다고 하니 신기하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일 행은 알파상태가 되어 표정이 해맑아 보인다. 얼마나 좋은지 대나무 숲길을 걸어보면 몸으로 느낄 수 있다. 대나무는 오후에 피톤치드가 많이 나오고, 비가오고 습한 날에 더 많이 나온다고 한다.   2015 담양 세계대나무 박람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세계인이 담양을 찾는 관광 명소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