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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1일 금요일 흐림, 오락가락 비..
비록 날은 흐리고 비가 오지만, 아침 공기가 상쾌합니다.
서울하고 비교할 수 없는 혜택이지요.
오늘 농기원 귀농 교육이 종료되는데 이제부터라도 귤나무에 대해서 자세하게 더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집 문제로 거의 수업을 받지 못했으니, 게으름에 불성실까지 더해서 감히 과수 농사를 짓고 있다는 말을 꺼내기가 민망합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났는데 옆집 유성이 어머니가 노크를 해 옵니다.
천원샾에서 사왔다는 샤워커튼 봉이 생각보다 짧아서 벽에 설치하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저야 두 장이 필요했으므로, 받아들고 나머지 마저 가는 길에 대신 구입해주길 부탁합니다.
진딧물이 많다는 하르방 형님의 말을 떠 올리며 과수원으로 향합니다.
1주일 사이에 엄청나게 많아졌군요. 방제를 서둘러야겠습니다.
식탁 다리 한 쪽을 지탱하고 있는 mm너트를 구하기 위해 철물점에 가 봅니다.
과수원에 있는 호스 부품이며, 분무기 너트 등 필요한 게 있을 때마다 찾아 갔던 곳입니다.
서울에 가 있는 동안 살고 있던 아파트 앞의 철물점에 물어 보아도 없었기 때문에
내심 걱정했습니다. 허나 기우였습니다.
철물 백화점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구입해 들고 집으로 돌아와 조립을 합니다.
당장 오늘 저녁부터 편안하게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군요.
수료식을 하러 농기원으로 갑니다.
마지막 날이라 학생들이 많을 것 같았지만, 궂은 날씨 때문인지 빈 자리가 드문드문 보입니다. 영농 자금 신청하는 법을 설명하는 첫 시간은 제겐 의미가 없기 때문에 그냥 밖에 나와 다른 분들하고 이야기 꽃을 피웁니다. 귀농 수업을 같이 받고 있어서 동기라고 표현하지만 이미 정착을 마치신 분들은 오히려 선생님 같습니다. 귀 동냥을 마치고 조만간에 주변에 있는 분의 한라봉 과수원을 견학하기로 약속을 합니다.
수료장과 함께 헤어짐의 시간이 다가옵니다.
저는 70%를 채우지 못 했기 때문에 이수증을 하르방 형님 내외는 수료증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오랜 시간 함께 했던 분들이라 다들 아쉬운 표정이 가득합니다.
조만간 친했던 분들끼리만이라도 함께 하는 시간을 마련해야 할 것 같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분명 대농이 되실 분이 서너명 이상은 되 보입니다.
내일도 비가 온다는데 올레를 할 수 있을지....
6월 12일 토요일 비, 저녁 늦게 그침.
아침이 되었지만 , 창 밖은 여전히 흐립니다.
비바람이 거셉니다.
아무래도 힘들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정오를 넘어서자 유영신 사무국장님으로부터 문자가 날아옵니다. 비가 오더라도 출발할 예정이니 사무실에 와 있다가 같이 가자는....
아무래도 제가 주최측의 의지를 잘못 헤아리고 있었나 봅니다.^^
일하는 사람들 사무실로 비를 뚫고 달려갑니다.
도착하니 1시 25분 정도. 유사무장님은 아들과 함께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서귀포고등학교로 자릴 옮겨 인사를 나눴습니다.
서귀포 6월민주항쟁정신계승사업회 이영일 위원장님과 , 장애인복지사업회 관련 대표, 도의원 비례대표 당선자(추후에 알았음), 그리고 여러 분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봉고에 분승 출발지인 강정마을로 갑니다.
강정마을 이장님의 환대와 해군기지 사업에 대한 입장을 듣고 난 후 올레가 시작되었습니다.
간간이 뿌리는 비가 오히려 선선함을 느끼게 합니다.
강정에서 서건도를 지나 제가 살고 있는 법환 포구까지 1시간 여....
느릿느릿 이어지는 발걸음에 6월 민주항쟁의 기운이 실립니다.
폭압을 떨쳐내고 쟁취했던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 현실 앞에 가슴이 막막해 옴을 느낍니다.
법환 포구에서 서귀포 여고까지 잠시 차로 이동.
서귀포 항구까지 올레는 이어지고, 누구 하나 비바람 앞에 비굴한 자 없었습니다.
뒤 이어 매일(올레)시장에서 뒤풀이가 이어지고.
나로호 폭발물 수거 현장에서 ‘파란 매직으로 쓴 기호 1번이 나와서, 북의 소행이 틀림없다’는 죠크가 쓴 웃음을 자아냅니다.
사)일하는 사람들 김경환 대표와 절친한 후배 서귀포일터나눔자활센터 임철남 관장(대포출신)을 소개 받고 반갑게 인사를 나눕니다. 제주의 골품제도에 대해 흥미있는 촌평을 들으며, 막걸리 술잔으로 차가워진 몸을 덥힙니다.
노래 공연차 참석한 김영태씨(동홍동거주,대안학교 선생님)와도 조우를 하게 되고. 이어지는 국악 공연과 가수들의 흥겨운 한 마당으로 피로를 풀어냅니다.
월드컵 그리스 전 중계를 하는 날이라 같이 응원을 하는 것으로 마무릴 합니다.
승리하는 기쁨을 함께 나누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허전하지만은 않습니다.
6월 13일 일요일 맑음
늦잠을 잤습니다. 벌써 7시가 넘어가고 있습니다.
열린 창문 사이로 텃밭에 사람들이 보입니다.
주섬주섬 옷가지만 걸친 채 뛰어 나가 보니 옆 집 할망이 따님인 듯한 분과 밭에 감자를 심고 계십니다.
아무리 문을 두드려 봐도 인기척이 없어서 아주머니가 주신 열쇠로 대문을 열고 들어 왔다는데,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늦잠을 잤다고는 하나, 해가 중천에 뜬 것도 아니었고 더욱이 대문 열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가 없습니다.
그럴 리가 없지만 이웃집에 준 열쇠를 빌린 것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식사를 마치고 마당에 나온 이웃 아주머니한테 물어 봅니다. 그러자 의아한 표정으로 그런 적이 없다고 하십니다.
그렇다면.....
주인집 할머니한테서 열쇠를 받으셨다는 이야기인데, 나중에 따져 물어봐야겠습니다.
오늘 계획은 법환동 마을 체육 대회에 참여해 보는 것입니다.
분위기를 익히기 위해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 보는 것이 우선일 것 같습니다.
10시에 개회식 행사를 한다는 마을회관의 방송을 듣고
쭈뼛쭈뼛 법환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가 봅니다.
예상과는 달리 마을청년회가 주관하는 체육대회에 참가한 인원이 4-500명 정도 되 보입니다.
참여 열기가 이렇게 높을 줄은 짐작 못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인파 중에서 사람을 사귀는 일은 쉬워 보이지 않는군요.
그래도 온 김에 한 두 사람이라도 만나고 가야지 하는 생각에 내자리가 어디일지 수소문 해봅니다.
모임이 1반부터 5반 까지 나뉘어져 있었습니다.
의아한 생각으로 381번지인 제 주소를 명패삼아 3반으로 가서 보니, 이해가 됩니다.
특별자치도가 설치되고 나서 통,반 행정구역이 반으로 합해졌다는 후문입니다.
개회식에 참여한 내빈들의 인사가 길어집니다.
법환 출신인 강상주씨는 물론, 알지도 못하는 내게서 한 표를 얻어 간 지역 도의원도 참석해 있습니다.
낯익은 인상이라 기억을 더듬다 보니 어제 저녁 뒷풀이 자리에 참석했었군요.
하긴 고희범 후보도 악수를 나눴던 터라....
월드컵 경기장에서 장사를 하고 계시다는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한 자릴 차지하고 축구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습니다.
어르신 몇 분하고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멀지 않은 곳에서 이리 오라고 손짓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통성명과 나이까지 묻고 나니 동갑내기의 자리 잡이 어부였습니다.
아침 5시면 배를 끌고 나가서 오후 1시까지 작업을 하고 복귀한답니다.
사는 곳도 제 집과 멀지 않은 곳이었고 사람 좋은 냄새가 나는 친구였습니다.
단, 한 가지 술만 줄인다면 좋을 것 같은데.
주량이 평소에 소주 5병이라네요.
막걸리 세 잔과 소주 네 잔을 마신 저는 따가운 태양 빛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취기가 올라옵니다. 3시도 못 넘기고 집으로 돌아 와 침대에 누웠습니다.
저녁 무렵 한 잔을 더 하자고 청하는 그 친구의 목소리가 창문을 넘어 옵니다.
내일 오전에 방제도 해야 되고 오후엔 친환경 수업을 들어야 하기에 미안하다고 돌려 보냅니다.
그렇게 하루를 마감합니다.
6월 14일 월요일 오전엔 맑음 오후늦게 비
진딧물 방제를 하기 위해 서둡니다.
저농약을 위해 몸부림치지만 해충 방제는 어쩔 수 없습니다.
이런저런 준비 끝에 과수원에 도착한 시간은 열시를 넘어가고...
진딧물이 새카맣게 잎을 점령하고 있습니다. 저런 상태라면 과실은 물론 나무까지 피해를 입을 것 같은 두려운 마음이 생겨납니다.
본능적으로 세심한 작업을 하다 보니 200 평 작업을 마쳤을 뿐인데 오후 1시를 향해 갑니다.
친환경 수업을 받으러 다시 농기원에 도착.
방제 방법에 대한 조언을 듣고, 저는 제주시로 이동을 합니다.
(평화로를 오가는 차들이 별로 없습니다. 위법이지만 연습삼아 휴대폰으로 )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기 위해서 예약을 해야 되기 때문입니다.
5년 전에 우연히 용종 하나를 떼어 냈습니다.
의사들에게도 희귀한 세포 조직이었는데 분류는 암이라고 하더군요.
5년 동안 이상이 없으면 재발 위험이 없을 거라는 진단에 매 년 초에 내시경 검사를 받아 왔는데 올 해는 늦었습니다.
고 병수 원장의 제주일고 후배 분이 개원을 하고 있는 노형동 로터리의 유성항맥외과에 수속을 밟으러 찾아 갑니다. 마침 수술이 끝나지 않은 터라 30여 분을 기다린 끝에 정동욱 원장과 면담을 하고 목요일 오전에 검사를 받기로 결정합니다.
고 선배는 본인도 바쁘지만 집사람이 부인병 때문에 조만간 수술을 해야 될 것 같다는데
선배 덕에 원하는 날짜에 검사를 받게 되니 저로서는 고마울 따름이지요.
매 년 검사를 받긴 하지만 , 검사 전날 장 세척해야 하는 시간은 아직도 적응하기 어렵습니다. 10-20분마다 화장실을 들락날락 해야 하기 때문에 아침이 되면 온 몸의 수액이 빠져 나간 것처럼 기력이 없어집니다.
걱정이 쌓이다 보니 쉬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검사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 제일 크기 때문일 겁니다..
새벽을 향해 갈수록 비가 내립니다.
6월 15일 화요일 다소흐림
이웃집 유성이 어머니와 한담을 나눕니다.
이사를 들어 온 지 일주일이 다 되어가는데 유성이 아빠는 얼굴을 보기 힘듭니다.
일식 주방장 일자라기 제주에 많질 않아 육지로 파트타임 벌이를 하러 갔답니다.
동갑내기인지라 말이 통할 것 같은 친구인데 편하게 대화 한 번 제대로 못했습니다.
과수원에 갑니다.
어제 마무리 못한 방제 작업을 해야 됩니다.
초보 티를 벗으려면 한참이 걸릴 듯합니다.
새벽에 내린 비로 나뭇잎들이 촉촉이 젖어 있습니다.
마른 상태를 기다려야 하겠기에 하르방 형님과 의논을 합니다. 오후에 작업을 하기로...
확실히 하르방 형님은 꼼꼼하십니다.
발 뒤꿈치도 따라가지 못하지만 저도 대충대충 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어제 200평 작업을 하는데 시간 반이 걸렸습니다.
오늘 나머지 1800평을 둘이 동시에 작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세시간 정도면 충분할 줄 알았습니다. 허나, 오후 1시에 시작한 일이 6시 반이 다 되어서야 끝났습니다.
(다시 톱질중인 하르방 형님, 샤워용 부스? )
막노동을 한 건 아니지만, 이마트에 들러 삼겹살을 끊어 가지고 제 집으로 왔습니다.
우연챦게 처음으로 집에서 즐거운 저녁 식사를 함께 하게 되었군요.
어제 가 본 낙천리 과수원이 맘에 드셨던 모양입니다.
시간을 내서 저도 빨리 가 봐야겠습니다.
6월 16일 수요일 맑음
무언가에 흠씬 두들겨 맞은 듯 사지가 욱신욱신거립니다.
잠자리를 털고 일어나 세탁기를 돌리러 나가 보지만, 더 쉬어야할 것 같습니다.
농군들은 이런 과정이 일상일텐데, 저는 고작 하루 한 것 가지고 이리 육신이 물먹은 솜 마냥 흐느적거리니 한심한 노릇입니다.
어제 오후 작업 중에 서울에 있는 선배님으로부터 오래간만에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전라북도 정읍이 고향인 그 선배는 양천구에서 구청장에 도전 중이라고 합니다. 제 소식을 선배들을 통해 들은 모양입니다. 대뜸 본인의 유토피아에 혼자만 가 있느냐고 책망(?)하십니다. ^^ 부럽다는 표현이겠지요. 힘이 들거라는 것을 알고 용기를 주기 위함이기도 하구요.
고향에 내려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지만 선뜻 용기를 내기가 어렵기는 어려운가 봅니다.
하고 있는 일에서 결실을 맺기 전에 귀향한다는 것이
자존심 문제도 있고, 아이들 교육 문제도 ...
병원에서 가까운 제주시에서 1박을 위해 온라인에 저렴한 숙박업체를 수소문해 봅니다.
결국은 블루문님 사무실옆 소피아 모텔 숙박을 의뢰하는 것으로 정리하고, 늦은 점심(3시)을 해결합니다.
제주시 이마트에 들러 2L 물 6통을 사 들고 여관방으로 들어갑니다.
지리한 밤이 되겠군요.
6월 17일 목요일 오후부터 비가 흩뿌림
5시 30분에 나머지 장 세척제를 마시고 화장실을 들락날락...
검사를 받기 위해 9시 15분에 도착한 병원에 도착합니다.
아랫배가 불쾌한 것이 아직 마신 물이 다 빠지지 않았었나 봅니다.
많이 긴장했던 탓일 겁니다.
9시 45분에 수면제를 주사 맞고..
정신을 차려보니 정오가 넘었습니다.
몽롱한 기운이 남아서 침대에 누워 있으라는 간호사의 말을 듣고 다시 눈을 붙이고 일어나니 1시 40분 ....
용종이 20cm에 5개, 25cm에 1개 자라고 있고, 조직 검사 결과는 열흘 정도 걸린다는 원장님의 설명을 듣고 병원 문을 나섭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아무런 증상이 없었는데, 걱정이 밀려옵니다.
집으로 오는 길에 용머리 광종 선배님 가게에 들립니다. 못 뵌지 2주가 다 되어 갑니다.
비가 흩뿌리는 용머리는 관광객이 거의 없어 한산합니다.
장사가 너무 안되니 힘에 많이 부치시나 봅니다.
정리를 하시겠다는데 안 되는 일은 포기를 빨리 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일겝니다.
월드컵 응원 겸 새로운 얼굴들 소개를 하겠다는 김경환 대표의 제안을 받은터라 저녁 7시, 서귀포 일터나눔자활센터로 갔습니다. 시니어클럽과 일하는사람들, 자활나눔센터 등 복지 분야에서 열심이신 분들을 만나게 되어 뜻 깊은 자리였습니다. 경기는 아쉽게도 지고 말았지만
첫댓글 글 잘 읽었습니다. 객지에 나오면 건강이 가장 우선입니다. 늘 건강하길~~~
그럼요^^. 죄송, 아까 통화만 드리고 못 들렸네요.^^
무슨일을 하더라도 건강이 최고인거 아시죠. 몸조심하시구...화이팅!!!!
네, 명심하겠습니다. ^^
무리하신듯합니다그리고 마음을 좀더 여유를가지셔야 될듯합니다 건강을잃으면 아무것도 소용이 없습니다 음식도 습관도 성격도 변화시켜야 병을 물리칠수있지요 저도 아직 성격을 못고쳐서 고생중입니다
좋은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