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문 회장, 김경배 회장에 은근 ‘견제구’
소상공인 단체장들, “중앙회는 완전 사유화됐다” 맹비난
“000씨, 왜 이러시오”
이 말은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앙회) 김기문 회장이 지난 18일 오전 11시, 18명의 소상공인 단체장들 앞에서 한 소상공인 단체장을 향해 내뱉은 말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필요이상으로 소상공인연합회에 관여하는 것에 대해 일부 소상공인 단체장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와중에서 터져나온 말이다.
이에 대해 한 중견 소상공인 단체장인데도 김 중앙회장으로부터 공개석상에서 ‘000씨’로 호칭받은 해당 단체장은 “어려운 소상공인업계를 살리려고 죽으라고 일해 왔는데, 살다가 이런 모멸감은 처음이다”라고 말하고, “중앙회는 더 이상 중소기업계를 대변하는 조직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아울러 이 자리에서 김기문 회장은 이보다 더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중앙회는 완전 사유화됐다”라고 맹비난했다.
개인 횡령이 아니었다
이 자리에서 김 중앙회장은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회장 김경배, 이하 수퍼연합회)에 대한 감사 결과를 들이밀었다. “수퍼연합회가 소상공인 대상 교육비로 4억여 원을 지원받아, 실제 교육에 사용한 돈은 2억4000만원이고, 나머지는 횡령 유용했다”는 감사 보고서였다.
이를 뜯어 본 한 소상공인 단체장은 말했다.
“저는 처음 김경배 회장이 그 많은 돈을 횡령 유용한 줄 알고 엄청나게 놀랐습니다. 한데 자세히 보니 그 것은 김경배 회장이 개인적으로 쓴 게 아니었습니다. 어려운 단체를 이끌기 위해 직원들 인건비, 연합회 운영비로 전용한 게 전부였습니다.”
그는 “우리 단체도 직원들 인건비를 제때 제때 주지 못해서 너무 힘들다”라고 말하고, “중앙회가 이렇게 어려운 소상공인 단체들을 도우려 하기는 커녕, 어렵게 조합을 이끌어가고 있는 단체장이 어려운 조합을 운영하기 위해 쓴 돈을 두고 큰 죄인 양 떠벌이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리고 그는 “당장에 인건비를 주지 않으면 안되는 판에 조합을 유지하기 위해 교육비를 전용한 것과, 개인적으로 횡령 유용한 것은 구분해야 하지 않는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교육비 받아 조합운영비로
중앙회는 지난 2월 12일부터 22일까지 수퍼연합회에 대해 대대적인 감사를 실시했다. 수퍼연합회에 소속된 한 지역조합 이사장이 특정 감사를 요청했던 것이다.
하지만 중앙회는 근 2주간에 걸친 광범위하고도 정밀한 감사에도 불구하고, 특정감사 요청 항목으로 애초 적시된 김경배 회장의 개인적 비위와 관련된 내용은 사실상 밝혀내지 못했다.
대신 중앙회는 수퍼연합회가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교육비를 연합회 경비로 공식적으로 지출한 것을 ‘횡령, 유용했다’며 밝혀낸 게 전부였다. 한데 이것은 ‘횡령, 유용’이 아닌, 엄밀히 말하면 ‘전용’이다.
이같은 감사 결과에 대해 수퍼연합회 소속 한 지역조합 이사장은 말했다. 수퍼연합회는 전국 51개 지역 조합의 연합체다.
대단한 비위 있는 인물로 매도
“처음에 한 조합 이사장이 중앙회에 투서를 보냈다고 했을 때 저도 김경배 회장이 단단히 비리를 저질렀구나,라고 판단했습니다.
한데 감사 결과를 보고 의외였습니다. 김 회장이 개인적 비위가 없었던 것으로 판명됐기 때문입니다. 김경배 회장이 16년간이나 연합회장으로 재임하면서도 개인적인 욕심은 채우지 않았다는 면에서 존경심까지 들었습니다.
수퍼연합회는 물류센터 및 나들가게 사업 등으로 수천억 대의 정부 지원이 이뤄진 단체입니다.
그런데 개인적 비위가 없었다는 게 판명됐으므로 중앙회는 김회장이 뭔가 비리를 저지른 양 비난할 게 아니라고 봅니다.”
판공비 한번 준 적 없어
그리고 그는 “어려운 형편에 그에게 판공비 한번 제대로 준 적이 없다”라고 말하고, “자기 돈 내가며 오랜 동안 어려운 수퍼업계를 살리기 위해 애써온 사람이라는 게 드러났고, 그렇다면 오히려 그에게 상을 줘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교육비를 전용한 것은 우리 조합 구성원들이 모두 잘못한 것이기 때문에 그 돈을 물어내야 한다면, 연합회가 돈을 모아 정부에 돌려주면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김기문 회장 개입말라
한편 김기문 회장은 앞에 말한 소상공인 단체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김경배 회장이 자격 시비와 교육비의 횡령 유용건에 휘말려 있다”라고 지적하고, “이런 사람이 소상공인연합회장이 되면 나중에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며 공공연히 김경배 회장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김경배 회장말고도 좋은 사람이 얼마든지 있지 않느냐”며 은근히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 단체장은 “김기문 회장 본인도 소송에 휘말려 있는 상태고, 또 어려운 조합을 위해 쓴 돈을 횡령 유용이라며, 공개석상에서 특정 단체장을 매도하는 것은 도를 넘은 것”이라고 말하고, “그러한 사사로운 주장을 펴기 위해 애써서 소상공인 단체장들을 부른 것은 이해할 수 없으며,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들이 판단할 문제인데 왜 개입하려 하는가”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전국지하도상가조합연합회 정인대 회장은 칼럼에서 “이같은 중소기업중앙회야말로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손톱 밑 가시에 해당된다”라고 규정하고, “중소기업중앙회는 월권적 행태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