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성낙서장 61
엊저녁부터 아침까지 내리는 봄비가 그리 달갑지 않은 것은 우리들의 過慾입니다. 여건과 상황에 맞게 수정, 보완돼야 한다지만 속도위반 과태료 고지서 날아오듯 자주 커리큘럼 변경은 총무님을 심란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꼭 이런 날은 집사람한테도 졸지에 얻어터집니다. 오래 전 “처가에 다녀오다 말다툼, 아내가 얼쩡거리는 강아지를 보더니 당신 친척이잖아? 반가울 텐데 인사나 하시지. 남편이 즉각 인사합니다. 그려, 아이구 반가워 처남!” ㅋㅋ.
동면에서 깨어난 지 엊그제 같은데 빨라진 세월은 공산성 금서루 언덕 새싹 靑袍로 갈아입히고, 봄비는 메마른 느티나무, 참나무에도 촉촉한 다정함을 나눠줍니다. 산길 옆 불쑥불쑥 나타나는 수목 이름 줄줄 꿰는 김해진, 오양식교장샘 수목원 박사님들 앞에 노란 생강나무도 여지없이 출석부에 등재됩니다. 습기찬 수풀 구석에서 촌닭처럼 슬며시 얼굴 내민 때 이른 노란 귀엽고 순진한, 이름 모를 그 꽃에 시선을 빼앗긴 난 歎聲만이 넘칠 뿐입니다.
회장님이 그리운 건 점심 걱정뿐만이 아닙니다. 光復樓에 올라가 금강을 내려다보아도 찬바람 뿐, 회장님 결근에 늘 곁에 있던 명당자리도 찾기 힘들어 오늘은 애를 먹습니다. 迎東樓애서의 ‘행복 찾기’는 아늑함 속에서도 風波를 예고합니다. 끗발로 조용히 마무리하려던 판은 기어이 刮目相對 동절기 강화훈련 잘 견딘 김해진교장샘 9땡과 吳越同舟 패 잡고 알맞게 뜸들이며 숙성, 은근히 겁주는 임길조교장샘 2땡에 산성 계단 내리막길은 갑자기 엄청 힘들어집니다.
흩뿌리는 봄비 속에 차가운 바람이 귓전을 스치는 公山城은 언제나 어디서나 아름답고 아늑합니다. 코앞으로 가까이 다가온 봄 냄새 가득한 산길 따라 걷는 월성 일행의 뒷모습에 영화 “셸브루의 우산”을 떠올려봅니다. 소리 없는 다정함으로 충만한 행렬 속엔 오랜만에 함께 한 이회원교장샘이 있어 가슴 설레는 봄기운까지도 더욱 감미롭고요. 즐거운 나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