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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사실 여성스러운 걸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에요. 다만 이제껏 보여드린 캐릭터가 여성스러운 쪽으로 임팩트가 있다 보니 그렇게 인식되었던 것 같아요. 전 평소의 (긴 생머리) 모습도 좋지만 이 상태로 오랫동안 살았기 때문에(웃음), [푸른소금]에서의 변신이 굉장히 좋았어요. 캐릭터에 맞춘 변신이기도 했지만, 스타일 자체도 워낙 신경 써서 바꿔주셔서 제가 비주얼에 대해 고민할 필요는 없었죠.
아무래도 그렇죠. 일단 감독님이 생각하신 캐릭터의 이미지를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저로서도 생각이 좀 더 구체화되었던 것 같아요.
중간에 미세한 변화가 있긴 한데, 전 그 안에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상황에 맞게 최대한 자연스럽게 변화할 수 있도록 많이 조율했고요. 세빈이 두헌(송강호)에게 "아저씨, 데이트 가자"고 말할 때 과도한 메이크업을 하고 나오잖아요. 전 그 모습이 또래 소녀들의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고 봤어요. 예쁘게 보이고 싶은 거죠. 그런 부분에서 약간 소녀 감성이 묻어나는 것 같아요.
배우는 선택하는 사람이 아니라 선택 받는 사람이라고 하잖아요. 저도 이전에는 늘 선택 받은 것에 감사하고, 거기에 참여해서 열심히 하려는 어린 배우였어요. 그런데 뭐랄까... [푸른소금]은 제가 처음으로 뭔가 하고 싶다는 열망을 갖게 해준 작품이었어요.
일단 송강호 선배님과 같이 한다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굉장히 빨리 찾아온 행운이었죠. 이현승 감독님과 함께 작업하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막연한 욕심을 갖고 막상 촬영을 시작하다 보니 구체적으로 부딪히는 면도 많았어요. '내가 맡기엔 너무 큰 역할이었나?' 걱정도 했지만, 다행히 선배님과 감독님이 큰 도움을 주셔서 잘 마칠 수 있었어요.
처음에는 마냥 설레고 기쁘다가 당연히 부담감도 느꼈죠. 선배님 연기가 너무 훌륭하니까 제 부족함이 더 도드라질 수 있잖아요. 근데 그것도 잠깐이었고, 선배님이 절대 혼자만 빛나려 하는 배우가 아니라는 걸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았어요. 상대 배우의 부족함이 보일 때는 늘 그걸 채우고 이끌어 주시더라고요. 항상 영화의 전체를 보시기 때문에, 초반의 걱정이 많이 없어졌던 것 같아요.
일단 타고난 배우라는 걸 많이 느꼈어요. 그래서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배우란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데 겉으로 보이는 편안하고 자유로운 느낌이 사실은 굉장히 치밀하고 철두철미하게 생각해서 나온 것이에요. 제가 간과했던 부분을 선배님은 정말 철저하게 판단하시더라고요. 저절로 저런 모습이 나오는 게 아니구나, 정말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했어요.
일단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제가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어요. 그러다가 제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생각의 폭이 넓지 않아 어려운 점이 생기면, 그때 구체적인 뭔가를 전달해 주셨어요. 그럼 저도 바로 이해하게 되죠. 그렇게 해서 무사히 촬영을 끝낸 장면이 굉장히 많아요. 그만큼 송강호 선배님한테 많은 걸 의지했어요. 헤어질 땐 정말 두렵기까지 하더라고요.(웃음)
아니요! 물론 또래 친구들과 함께 할 때와는 느낌이 달랐지만, 선배님들과 한다고 해서 할 얘기를 못한 건 아니었어요. 송강호 선배님 역시 상대 배우와의 나이 차로 인해 다가가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 고민하고 계셨어요. 그래서 오히려 제가 더 마음을 열고 다가갔고, 할 얘기가 생기면 더 능동적으로 여쭤보기도 했어요. 이런 태도를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저도 처음엔 현장이 낯설었는데, 선배님이 왜 저한테 이런 (열린) 현장 진행 방식에 적응하길 원하셨는지 나중엔 이해가 되더라고요.
관계에 관한 부분이 가장 어려웠어요. 처음엔 그저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고 쉽게 생각해서 덤볐다가 큰 낭패를 봤죠.(웃음) 일단 두헌과 세빈의 관계 자체가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또 세대의 격차도 크기 때문에, 어디서 교집합을 찾아야 할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무엇보다 둘 사이의 감정이 굉장히 미묘하고 복잡해요. 단순한 스토리에서 보통 5가지를 고민해야 한다면, [푸른소금]은 25가지 이상을 생각해야 하는 작품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시점이 지나면서부터는 익숙하고 편안해져서, 자연스럽게 흐름에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정도 지나고 보니 왜 감독님이 "둘의 관계는 단순히 사랑만은 아니다"라고 하셨는지 알겠더라고요. 남녀간의 사랑은 어떻게 보면 이기적이잖아요. 그런데 두헌이 세빈에게 주는 마음이나 세빈이 두헌을 생각하는 마음은 그런 지점에서 살짝 빗겨나 있어요. 엄청나게 다양한 느낌을 담고 있는 관계라고 생각해요.
저도 그게 참 의문이에요. ...없을 것 같아요.(웃음)
감독님이 "[푸른소금]은 거대한 사랑의 프롤로그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이 영화를 생각하면 뭔가 크고 깊은 것이 연상되면서 짙은 파란색이 떠올라요.
실제로 노래방 신이 참 힘들었어요. 그 한 장면만 놓고 보긴 어렵고, 앞에서부터 감정을 차곡차곡 잘 쌓아 와야 관객들도 이해할 수 있는 신이잖아요. 그 때문에 어려웠지만, 이때도 선배님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또 저 스스로 갈등하고 고민하는 모습 자체가 세빈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도 미묘하게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실탄 사격장에 가서 직접 사격을 해보고, 조립하는 방법도 많이 배웠어요. 실제로 사격 자체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저랑 참 잘 맞던데요.(웃음) 감독님과 함께 처음 사격장에 가서 총을 쏘았을 때도, 감독님이 깜짝 놀랄 정도로 실력이 괜찮았어요. 그래서 많은 총들 가운데 제가 그날 가장 잘 쏘았던 총을 실제 영화 소품으로 사용했어요. 사격이나 바이크 운전이나 평소에 쉽게 배울 수 있는 게 아닌데, 영화를 통해 배울 수 있어서 저한테는 아주 멋진 경험이었어요.
사실 제가 소화해야 할 액션이 그렇게 많진 않았어요. 오히려 마음만 먹으면 될 것 같은 것들이 의외로 안 되는 면을 발견했어요. 그래서 앞으로 이런 식의 도전을 또 하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 철저하게 준비해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초반에는 힘들었어요. 저는 드라마나 방송 현장에 더 익숙했기 때문에, 낯선 현장 분위기 때문에 유달리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 얼음이 녹듯이, 서서히 힘든 부분들이 해소됐어요. 한 순간에 해결되는 게 아니라, 천천히 퍼즐이 맞춰지듯 현장에 적응하게 되더라고요. 그 이후에는 모든 촬영들이 참 행복했어요. 나중에는 오히려 촬영이 끝나는 게 아쉬웠어요.
아직도 자신감은 없어요. 이번에 [푸른소금]을 통해서 어느 정도 연기의 즐거움을 느끼긴 했지만, 아직 자신감이라 할 만한 걸 찾진 못했어요. 지금으로선 "그런 때가 올까?" 의문이 들기도 해요.
사실 크게 체감하는 건 없어요. 시나리오를 제가 직접 다 받아보는 것도 아니고, 절 도와주시는 분들을 한 번 거쳐서 받아보잖아요. 또 제가 굳이 사람들의 시선에 흠뻑 빠져서 취해 있으면 안 되겠죠. 지금처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생각하는 편이 저 스스로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세종대왕 시대의 이야기를 다룬 사극인데요. 뭐랄까... 굉장히 다른 시각에서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작품이에요. 보면서 긴장감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전 아직 촬영을 1회차밖에 하지 않았지만, 일단 대본이 굉장히 흥미롭고요. 개인적으로도 많은 기대를 걸고 있어요.
(덧붙여 설명하자면, [뿌리 깊은 나무]는 훈민정음 반포 전 7일간 집현전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를 다룬다. [선덕여왕](2009)을 집필했던 김영현, 박상연 작가가 다시 한번 공동 집필한 작품이라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신세경은 한글 창제 프로젝트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궁녀 '소이' 역을 맡았으며 한석규 장혁 윤제문 송중기 등과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그렇게 청순하거나 조신한 성격은 절대 아니고요.(웃음) 낯을 좀 가리긴 하지만, 어느 정도 어색함이 해소되고 나면 굉장히 말도 많고 할 얘기 다 하고 살아요. 그래도 요즘은 할 얘기가 있어도 참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면 그 판단에 따르려고 해요. 어느 것이든 한쪽으로 치우치는 건 좋지 않으니까, 현명하게 판단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는 문제인데, 어쨌든 살아가면서 얻는 게 있으면 반드시 하나는 잃게 마련이잖아요. 그 이치에서는 벗어날 수 없는 것 같아요. 가장 힘든 건, 제가 아직은 노련하지 못해서 감정 소모가 많아요. 배우는 유독 스스로 마음을 힘들게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러다 보니 고통을 느낄 때가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단단해지면 해결될 거라고 봐요.
대신 쉽게 지루해하지 않고 여러 가지를 많이 즐기려고 해요. 그게 장점일 수도 있고 단점일 수도 있는데, 지금으로서는 많이 누려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안정적이진 않잖아요. 늘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고 뭐가 어떻게 될지 전혀 예상할 수 없지만, 그런 것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의연한 태도로 지내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마냥 조용하기만 할 것 같은 느낌?(웃음) 근데 사실 그것도 오해는 아니죠. 제가 보여드린 것 중 가장 임팩트 있었던 캐릭터가 그랬으니까 당연한 거예요. 하지만 지금 당장 그런 시선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앞으로 많은 작품에서 또 다른 개성을 보여드린다면 자연스럽게 저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겠죠.
연령과 상관없이 굉장히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식상하다, 신선하다'는 기준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거잖아요. 새로운 것도 익숙해지면 식상해질 수 있는 거고.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고 하기 때문에, 차근차근 준비하다 보면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 봐요. 다만 제가 하는 일이 워낙 예측 불가능하고 롤러코스터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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