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대부분의 전원주택에서 심야전기보일러를 난방기기로 사용하고 있다. 심야전기보일러는 최초 구입 단가가 높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오랜 수명, 편리함, 안전성에 지속적인 연료비 절감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도시가스 공급이 어려운 전원주택과 펜션 등에서 각광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원주택과 심야전력 그리고 이를 이용한 심야전기보일러는 바늘과 실처럼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로 굳어졌다. 석탄, 기름, 가스, 태양열, 필름, 패널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한 다양한 난방 기기들이 선보이고 있지만, 전원주택에서 차지하는 심야전기보일러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약간의 초기 비용 부담만 감수하면 그 어떤 것보다 저렴하고 편리하며 안전하게 오랜 동안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유가 행진, 관련 시장 크게 성장
심야전기보일러에 사용하는 심야전력은 특정 시간대에 편중되는 전력 수요를 분산시키고자 도입된 제도로, 심야(22:00∼08:00)시간에 공급받은 전기를 통해 열, 온수, 얼음 등을 생산해 낮에 급탕, 난방, 냉방에 사용한다. 한국전력이 심야에 남아도는 전력의 수요를 증대시키고자 도입한 것이기에 심야전기보일러는 일반 전기 요금보다 1/4정도 저렴한 것이 가장 큰 장점. 반면 온수를 저장했다가 사용하므로 기존 보일러보다 크기가 크고 설치 면적을 많이 차지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유가는 심야전기보일러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에 달하는 실정이다 보니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지역은 안 그래도 추운 겨울철이 더더욱 매섭다. 실제 한국석유공사가 전국 주유소를 대상으로 지난 8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실내 등유는 리터당 963.57원, 보일러 등유는 972.86원에 달했다. 보통 주택에서 한 달 평균 봄, 가을철에는 1드럼(200ℓ), 겨울철에는 2드럼을 사용한다고 했을 때, 한 달에 약 20만 원에서 40만 원 가까이 난방비로 지출하는 셈이다.
이에 비해 심야전력을 사용할 경우 1/4 로 줄일 수 있다. 얼마 전에는 이를 악용 한전 직원을 사칭해 일정 금액을 미리 내면 500만 원대의 심야전기보일러를 무상으로 놓아준다며 농촌지역을 훑고 간 사기범 소식까지 전해졌다.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갈수록 심야전기보일러의 판매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귀뚜라미보일러 관계자는 “고유가 행진이 거듭되고 심야전력을 대체할 제품이 뚜렷하지 않은 이상 이를 이용한 전기보일러 판매량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면서 “회사 차원에서 이에 대한 준비를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를 반증하듯 보일러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심야전기보일러 판매량이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귀뚜라미보일러는 늘어나는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청도공장에 이어 추가로 아산공장에 심야전기보일러 생산라인을 가동시켰고, 린나이코리아는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농촌지역과 펜션, 전원주택 등에서 주문이 급증하고 있어 판매량이 당초 예상보다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심야전력 요금체계
심야전력 요금이라고 심야시간에 사용하는 모든 전력에 적용되지는 않는다. 심야전기보일러를 포함 축열식 전기온수기, 태양열 온수기, 축열식 전기온풍기, 전기온돌 등의 심야전력기기가 심야시간대에 사용한 전력량에 대해서만 한정하고 있다.
요금 체계는 전기를 심야시간에만 공급받아 냉난방 및 온수를 사용하는 경우(갑)와 심야전기를 주로 사용하되 기타 시간에도 전기를 공급받는 경우(을)로 나눈다. 갑은 기본요금 없이 사용전력 kWh당 겨울철 29.80원, 기타 계절 26.90원 단일 단가로 계산하고 월 사용량이 20kWh 이하일 때에는 최저 요금제를 적용 겨울철 596원, 기타 계절 538원을 부과한다. 주택, 오피스텔, 원룸, 병원, 기타 공공시설 등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다. 한편 을은 기본요금에 사용량 요금을 합한 것으로, 산정 기준은 앞의 표와 같다. 그러나 을의 경우에도 월간 심야전력 사용량이 8시간 이하일 때는 최저 요금제를 적용받는다. kWh당 520원. 주로 중·대형 건물, 병원, 기숙사, 교회 등에서 을의 요금체계를 선택하고 있다.
기술로 한 번 더 아낀다
심야전력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관련 제품도 속속 등장하면서 업체 간 경쟁도 거세지고 있다. 심야전력과 심야전기보일러는 구매하려는 이들이 ‘어떻게 하면 한푼이라도 아낄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서 출발하기에 업체들도 여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저렴한 유지비 기술로 한 번 더 아낀다.’ 업체들이 기술개발에 주력하는 이유다.
●귀뚜라미보일러의 ‘마이콤 자동 조절 장치’. 심야전력 공급시간에 축열된 열량을 낮 시간에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마이콤 자동 조절 장치가 내장돼 있어 낭비되는 열효율을 최대한 줄였다. 최근에는 ‘HOT-2000 최첨단 전자두뇌’를 탑재한 제품을 내놓았다. 방 안에 부착되는 실내 자동장치 HOT-2000에 대해 회사는 보일러 내 축열온도 표시 기능 및 실내온도 조절 기능과 예약, 자기 진단 기능까지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최첨단 전자두뇌라고 설명한다.
●‘콘덴싱’으로 유명한 경동나비엔. 콘덴싱은 한 번 연소돼 배출된 수증기를 액체 상태로 되돌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또 다시 사용해 열효율을 극대화시키는 기술이다. 심야전기보일러뿐만 아니라 출시하는 대부분의 제품에 이 기술을 적용시키고 있는데, 회사는 초절전 기술이라 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평했다.
●린나이코리아의 대표 특허 기술인 ‘전자동 비례제어 시스템’. 전자동 비례 제어 시스템은 온도에 따라 자동으로 조절되어 불필요한 연료 소모를 막아주는 신기술로, 이 시스템은 연료 소모가 많고 잦은 온도 변화로 제품 수명이 단축되는 온·오프 방식에 비해 유지비를 절약해 준다는 장점이 있다.
저렴한 심야전력, 더 아낄 수 있다
보일러는 한 번 구입하면 장기간 사용하기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무턱대고 큰 것이 좋다는 생각은 버리고 집에 맞는 보일러를 찾자. 구입 시 아래와 같은 몇 가지 요소를 참고하면 연료비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업체 종사자들은 설명한다.
●평수를 고려하라 : 대부분 평형대보다 좀더 넉넉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실은 그렇지 않다. 단열 상태가 괜찮은 주택이라면 평수에 맞게 고르는 것이 좋다. 용량이 큰 제품을 사용하면 온수, 난방에 있어 소모되는 전력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업체에 문의해 정격 용량, 발열량, 난방용량 등을 확인해야 한다.
●난방이 불필요할 경우 보일러를 꺼두어야 : 날이 따스해 굳이 난방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는 보일러를 꺼두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보일러는 가동시킨 채 각방에 설치된 실내온도조절기만으로 조절할 경우에도 보일러 축열조는 작동된다. 즉, 불필요한 전력 낭비가 발생하는 것이다. 전원 스위치는 보일러 본체에 있다.
●실내에 설치하자 : 심야전기보일러를 설치한 집마다 보일러가 실내에 위치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외부 찬 공기의 접근을 막아 열 손실을 줄이고 눈, 비 등 기상에 따른 영향을 덜 받기 위함이다.
●단열이 먼저 : 집 안의 단열 상태가 좋지 않으면 많은 전력 소요가 있을 수밖에 없다. 불필요한 열 손실로 인해 필요로 하는 용량 이상의 보일러를 설치해야 하므로 전력 사용도 당연히 늘어난다. 적정 용량의 보일러를 설치했음에도 집이 춥다고 느껴진다면 무조건 보일러만을 의심하지 말고 단열재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