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schiebung 은 『전집』에서 <전위>로 번역되었습니다. 『정신분석 사전(이하 『사전』)』에서는 <이동>으로 번역되고 있네요. 영역본에는 Displacement 로 번역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어떤 글에서 <대치>라는 번역어로 사용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어쨌든 논란있는 번역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선 저는 전위 개념의 쓰임을 <꿈-작업>에서 설명된 대목 밖에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려둡니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꿈-작업에서 전위는 두 가지 방식으로 나타납니다(『강의』, 236-37쪽 참조). 1) 꿈의 어떤 잠재적 요소가 이것과는 관련 없어 보이는 다른 요소로 대체되는 것 2) 심리적인 강세가 중요한 요소에서 중요하지 않은 다른 것으로 옮겨지는 것. 여기서 1)은 외현적 꿈의 한 요소가 분명 잠재적인 요소의 변형이라는 점에서 <압축>과는 다릅니다. 그리고 압축이 요소들의 탈락, 선별, 응축으로 집약되는데 반해, 전위는 강세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전』에서는 2)에 기초해서 전위를 해석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동으로 번역된다면 표상에 덧붙여진 강세, 즉 <정동>과 그것의 양적인 내용까지 고려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동의 번역은 1)의 의미를 무시할 가능성이 큽니다. 일반적으로 이동이란 말은 어떤 사물이 변화없이 옮겨지는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양적/물리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관계이나 잠재적 요소가 외현적 요소로 대체되는 과정을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번역으로 보입니다.
반면 Displacement 는 바꾸어 놓기의 뜻이 강합니다. 여기에 따르면 가장 적합한 번역어는 <전치>인 것으로 보입니다. 전치라는 번역은 1)과 2)의 뜻을 모두 부분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한편 세부적인 한자를 고려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전위>라는 말은 너무 다의적이라는 것이 흠인 것 같습니다. 전자기학에서 쓰이는 전위, 아방가르드의 번역어인 전위 등이 겹치게 됩니다.
프로이트와 관련해서 Verschiebung 에 상응하는 번역어는 어떻게 주어질 수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어떤 번역어가 쓰이는지도요. 답변 부탁드립니다.
ps.
『끝낼 수 있는 분석과 끝낼 수 없는 분석』에 Verschiebung 은 단 한 번 나오는 것 같아 계산에 넣을 수 없었습니다. 가령, 대상 리비도 집중이 A에게로 일어났지만 이제 B에게로 일어나는 과정이 전위로 표현된 듯 합니다. 그런데 이런 과정은 <전이>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