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국 / 2023《한강문학》봄호(31호)신인상 당선작 시부문 / 풀 꽃 외 2편
풀 꽃
이 영 국
엄동설한
어디에 있다가
저 모습
저 얼굴을 내밀고 나온 걸까
풀꽃의 잎, 줄기, 뿌리
아무리 눈 씻고 살펴봐도
어떻게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일까
신의 존재를 느낀다
저 작고 힘없고 연약한
하찮은 풀꽃이라 무시하지 말아라
위대한 조물주 그 안에 계신다
나를 생각하는 인간으로 일깨워 주심이여.
어머니
난, 지금
구순九旬 하고도 2년이 지난
어머니가 계신 고향
파주로 달려간다
간밤
꿈에 뵈인 어머니 생각에
총알처럼 달려가는 중이다
어머니 사십에
늦둥이 막내로 태어난 나
이젠 어머니 손을 잡아드려야 하는데
아직도 내 손은 어머니 손에 잡혀있다
난 아직도
어머니 앞에 서면
오십이 넘었음에도
세 살 때 애기일 뿐이다.
봄[春]
이른 새벽부터
까치소리 참새소리
새들은
노래하며 살라하고
꽃들은 밝게 피어
웃으며 살라 한다
개미는 땀 흘려 일하라 하고
꿀벌은 부지런히 양식을 모아들여
겨울을 사는 거라
가르치네
오늘이 바로
지상 낙원이라고
봄이 알려주네.
《한강문학》31호 (봄호) 시부문 신인상 당선 이영국 심사평
참한 마음 그것이 시정신이 될 때
새봄이다. 거역할 수 없는 계절의 순환을 지켜본다. 친구도 가고 선배와 후배도 가고 거역할 수 없는 길이지만 올 것은 또 어김없이 온다.
《한강문학》 31호(봄호) 詩부문 신인상에 이영국의 〈풀 꽃〉, 〈어머니〉, 〈봄〉 3편을 당선작으로 뽑았다.
꽃과 나무의 뿌리가 꼭 깊어야 푸른 나무로 자라고 고운 꽃을 피우 것은 아니다. 흙이 얕은 곳에서 뿌리를 드러내고 위태롭게 살아 있어도 능력만큼 곱고 향기로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자신의 처지를 살피며, 견디어 일구어낸 결과가 꽃이고 열매라는 이야기다.
세상의 만물이 다 그러하듯 詩도 마찬가지다.
이영국의 시 〈풀 꽃〉도 봄이 되어 그냥 꽃으로 온 것이 아니라 엄동설한을 견딘 후에 꽃으로 온 것이다. 꽃이 곱고 향기로운 것이야 초등학생도 다 아는 이야기지만, 저 꽃이 어떤 길을 걷고 온 것임을 느끼고 위대한 생명을 노래했다.
시인이면 누구나 다 1편 정도는 갖고 시가 〈어머니〉라는 시다.
92세의 어머니, 늦둥이로 태어난 자식, 어머니 앞에는 늘 애기일뿐이라는 아들! 누가 어린이로 만들었는가! 어머니라는 이름, 바로 사랑 아니겠는가!
또 〈봄〉을 노래했다. 이른 아침에 까치와 참새들의 소리를 들으며 그들이 말한 것을 해석한다. 서로 소통이 되지 않는 이 시대에 이보다 더한 소통이 어디 있겠는가?
이영국의 시 3편 모두가 쉬운 제목에 쉬운 시편들이다.
시가 꼭 깊이가 있어야 하고, 무슨 수준이 높고 어려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참한 맘을 갖춘 사람이라면 그는 분명 아름다운 시인이 될 것이라 믿는다. 박수 받으며 당선된 대통령도 처음은 어렵고 힘들어 욕을 먹고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믿는다. 참한 마음 그것이 시정신이 될 때 시인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것이다.
정진을 바라며 응원한다.
《한강문학》 신인상 심사 상임고문 김 중 위 《한강문학》 신 인 상 추 천 위 원 이 종 래 《한강문학》 신인상 시부문 심사평 허 홍 구 |
《한강문학》31호 (봄호) 시부문 신인상 수상소감-이영국
시인이 되었다는 무게감에 매사 조심스러워
평소 독서를 게을리 하지 않으며 글쓰기를 좋아하였지만 시를 쓰고 등단을 한다는 생각은 엄두를 내지 못하였다.
문학과의 인연은 사)효창원8위선열기념사업회 이사를 맡으면서 시작되었는데, 이종래 회장님께서 문학에도 조예가 깊으셔서 《한강문학》문인회 회장님이셨던 것이었다.
투고 권유를 받고나서도 한동안 망설였지만 용기를 내어 그동안 써 두었던 습작 원고를 다듬기 시작했다.
막내로 태어나 연로하신 노모의 안위를 살피면서 가졌던 느낌과 그리고 계절의 변화가 인간에게 베푸는 자연의 생동감을 정리하여 졸작이지만 제출을 하였다.
봄기운이 느껴지는 어느 날, 나름대로 노력을 다 하였지만, 신인상 당선 통지를 받게 되니, 새삼 부끄러운 마음이 앞서고 시인이 되었다는 무게감에 매사 조심스러워진다.
미숙한 글을 심사해 주시고 당선의 영광을 누리게 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과 적극 추천해주신 이종래 회장님께 거듭 감사드리며 한강문학 권녕하 이사장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영국
시인, 사)효창원8위선열기념사업회 이사, 더앤쥬니퍼 네트워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