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식은 단지 음식을 많이 먹는 것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호화로운 음식을 먹는 것, 과도하게 먹는 것, 까다롭게 가려서 먹는 것, 게걸스럽게 먹는 것, 적절하지 않은 시간에 먹는 것 등으로 폭식의 유형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었다. 16세기 독일의 신학자 페터 빈스펠트는 각각의 죄악을 대표하는 악마들을 선정했는데, 그의 분류법에 따르면 폭식의 악마는 거대한 파리의 형상을 한 ‘벨제붑’이다.
영화 ‘세븐’ 포스터. |
에른스트 레너와 요하나 레너가 지은 <악령, 악마, 마법: 미술가들을 위한 244개의 일러스트레이션>에서는 폭식의 죄를 저지른 사람은 지옥에서 강제로 쥐, 두꺼비, 뱀을 먹게 된다고 그렸다. 단테의 <신곡>을 보면, 생전에 목구멍의 쾌락에 탐닉한 혼들이 가는 곳은 역피라미드의 원추형으로 이뤄진 9개 층의 지옥 중 3층 지옥(폭식 지옥)이다. 비를 흠뻑 맞아 생쥐 꼴이 된 죄인들은 시궁창에 처박히고 배설물 더미 속에서 뒹굴며 음식물 찌꺼기로 배를 채운다. 세 개의 주둥이를 지닌 지옥의 개 케르베로스가 이빨을 드러내며 아들을 물어뜯고 있다. 그곳에서 단테와 베르길리우스에게 말을 건 차코(Ciacco)라는 사람이 있는데, 차코는 이탈리아말로 ‘돼지’라는 뜻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회원들이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의 단식농성장 옆에서 피자와 치킨 등을 게걸스럽게 먹는 모습은 단순한 폭식의 죄악을 뛰어넘는 소름 끼치는 장면이었다. 그들은 이미 인간이 아니라 파리 모습을 한 거대한 벨제붑 악귀였다. 이 천인공노할 죄의 값을 과연 어떻게 치르려는가.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조한욱의 서양사람] 성스러운 단식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
그 ‘신비로운 거식증’은 금욕의 행동이다. 그것은 평생 순결을 지킨다든가, 자신의 몸에 채찍질을 가하며 고행을 한다든가, 가시 방석 위에서 잠을 청하는 것과 같은 가톨릭의 오랜 관행과 궤를 같이한다. 육신의 안락을 거부하고 고통에 동참하며 신을 맞이하려는 행동인 것이다. 그렇게 단식하는 여성들은 성찬식을 위한 밀빵 외의 모든 음식을 거부했고, 그렇게 함으로써 신에게 헌신함을 증명했다.
그것은 거룩한 영혼이 육신과 분리되어 있음을 보이려는 행동이기도 했다. 시에나의 성녀 카테리나는 33년을 그렇게 살았다고 알려졌는데, 당시에는 그렇게 오랫동안 영양분을 섭취하지 않는 것이 영혼이 육체보다 더 강인하며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이는 증거라고 믿었다.
카테리나는 사망한 언니의 남편과 결혼하라는 집안의 강요에 저항하는 수단으로 단식을 시작했지만, 곧 그것은 자기 자신과 주변 세계를 통제하는 방편이 되었다. 그렇게 자아에 대한 더 큰 성찰과 내적인 자유를 획득한 카테리나는 신학에 업적을 남겼을 뿐 아니라 프랑스에 있던 교황 그레고리우스 11세를 바티칸으로 되돌려오는 일에도 기여했다. 그 결과 그는 아시시의 프란체스코와 함께 이탈리아의 수호성인으로 남게 되었을 뿐 아니라, 1999년에는 교황 요한바오로 2세에 의해 유럽을 수호하는 여섯 성인의 반열에 올랐다.
단식의 대척점에 폭식이 있다. 그것은 일곱 가지 대죄에 들어간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줄거리
단테의 신곡과 초서의 캔터베리 서사시를 근거로 하여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은퇴를 일주일 앞둔 흑인 노형사 윌리엄 서머셋(모건 프리먼)은 첫 사건을 보고 기나긴 살인 사건의 시작에 불과함을 직감한다. 범인은 인간을 파멸에 이르게 한 일곱 가지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차례로 살해한다. 일곱 가지 범죄는 탐식, 탐욕, 나태, 음란, 교만, 시기, 그리고 분노다. 그런데 그 수법이 너무나 치밀하고 잔혹하며 계획적이다. 범인은 사건을 맡고 있는 두 형사 중의 한 사람인 젊고 자신만만한 데이비드 밀스(브래드 피트)를 지목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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