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옷 정리를 하고 여름옷을 꺼냈다. 지난해 구입 해 두고 입지 않은 베이지색 바지가 나온다. 배색을 맞춰 입을 만한 상의를 찾다가 인터넷에 ‘초콜릿 색 블라우스’를 검색해 보았다. 내가 찾는 색이 없어서 그만뒀는데, 다음 날 노트북을 켜니 브릭 색상 블라우스가 반짝이며 유혹하고 있다. 브릭 색이란 빨강과 갈색의 중간색이다. 소꿉놀이할 때 사금파리 빻아서 고추장 담던 색이다. 지금은 별이 되신 어머니가 보셨다면, “똥색보다는 괜찮다.”라고 할 색이다. 늘 진달래색이나 치자색을 권하며 고운 색 옷을 입으라고 은근히 압력을 넣으시던 분이었으니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간다. 정확히 따져도 빨강의 지분이 반은 되니 어머니 말씀대로 누리끼리한 색보다는 좋아하실 것 같다.
사이즈도 딱 내 사이즈다. 목각 펜던트를 애용하는 나의 선호도에 맞춰 펜던트까지 깔 맞춤해서 전시되어 있다.
사이즈는 우연일까.
펜던트도 우연일까.
벌써 나에 대한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무장되어 있다. 내 정보는 숫자만이 아니다. 패션 취향, 선호 배색, 자주 애용하는 액세서리까지 파악하고 있다니 놀람의 연속이다. 솔직히 초콜릿색보다 브릭 색상을 더 선호한다. 어쨌든 모두 내 취향과 일치하니 구입할 수밖에. 시간 절약과 충동구매 방지의 객관성까지 겸비하니 일석이조다. 판매자의 어설픈 속삭임의 거스러미를 제어하고 미안해할 일도 필요치 않다. 얼마나 우아하고 명철한지 신선한 충격에 통증까지 유발한다.
식품 구매도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G마켓이나 옥션을 이용하는데, 토마토를 검색했으면 다음에 인터넷 창을 열면 여기저기서 토마토 상품이 반짝인다. 검은콩두유를 자주 구입하니 늘 여러 회사 두유 상품이 깜빡이니 스크롤을 올리는 동안 계속 웃음이 난다. 유혹하는 원색의 볼드체는 더욱 눈을 피로하게 한다. 참 편리한 세상이지만, 반대 급부도 있기 마련이다. 발품 팔기 보다는 눈이 약간 피로한 게 남는 장사다. 그러나, 나를 속속들이 들킨 것 같은 이 낭패감은 어쩔 것인가.
첫댓글참 귀신이 곡할 노릇이더군요. 뭘 좀 검색했다하면 그와 비슷한 광고가 막 따라다녀요. 무서운 세상~ 여기 용인 있으면 평택 안성 오산, 이런 지역의 정보가 뜨고요, 서울 가는 길로 접어들면 서울 정보가 뜨고... 감시 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참나...
급변하는 세상, 살기좋은 세상이기도 해요. 둘째가 "어머니 줄기세포검사하면, 미래에 나타날 병을 콕 찝어서 미리 예방해주니 검사해봅시다." 하네요. 지금 건강하고 그렇게 오래살 생각은 없다니까, 생각해 보라네요. 이러다가 평균수명 200살 되는것 아닌가 모르겠어요. ㅎㅎ. 의학, 과학발전이 놀랍습니다.
저도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혼자 중얼거렸더니만 곁에 있던 남편 왈, 귀신은 무슨 내컴 IP 주소를 알고 있어서 그렇답니다. 그래서, 내친김에 ip 주소를 쳐보니 '사용중인 컴퓨터의 IP주소는 222.00.11.120 입니다.' 라고 뜨네요~ 귀신 장난은 아닌 듯 ㅎㅎㅎ
첫댓글 참 귀신이 곡할 노릇이더군요. 뭘 좀 검색했다하면 그와 비슷한 광고가 막 따라다녀요.
무서운 세상~ 여기 용인 있으면 평택 안성 오산, 이런 지역의 정보가 뜨고요,
서울 가는 길로 접어들면 서울 정보가 뜨고... 감시 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참나...
급변하는 세상, 살기좋은 세상이기도 해요.
둘째가 "어머니 줄기세포검사하면, 미래에 나타날 병을 콕 찝어서 미리 예방해주니 검사해봅시다." 하네요.
지금 건강하고 그렇게 오래살 생각은 없다니까, 생각해 보라네요.
이러다가 평균수명 200살 되는것 아닌가 모르겠어요.
ㅎㅎ. 의학, 과학발전이 놀랍습니다.
저도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혼자 중얼거렸더니만
곁에 있던 남편 왈, 귀신은 무슨 내컴 IP 주소를 알고 있어서 그렇답니다.
그래서, 내친김에 ip 주소를 쳐보니
'사용중인 컴퓨터의 IP주소는 222.00.11.120 입니다.' 라고 뜨네요~
귀신 장난은 아닌 듯 ㅎㅎㅎ
블라우스가 제게도 맘에 듭니다.
멋지게 입으셔요~~
오랜만입니다.
가진 옷도 다 못입고 갈판에 사방에서 깜빡이며 유혹하니, 견물생심이라 클릭하고 마네요. ㅎㅎ.
미니멀을 무색하게 만드네요. 식탁 등을 한번 클릭했더니, 사방에서 깜빡거려 뉴스를 못읽겠더군요. 댓글 고마워요.
알고리즘 소봉선생님 덕에 지식하나 챙겼습니다.
뱃사공 선생님, 늘 읽어주시고 댓글까지 남겨주시니 감사합니다.
휴일 날씨가 희끄무레하네요. 더위 잘 이기시기 바랍니다.
우리집 벤쿠버 제라늄 꽃 올려드립니다. 아기똥한게 매력있어요.ㅎㅎ.
소봉선생님 글을 읽으면 언제나 제가 문화인 된듯한 느낌이 들어요.
엇! 문화인 맞나?
ㅎㅎㅎ. 박사님께서 와카십니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