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7일(일) 여행 19일째
오늘은 출발을 좀 서둘러야 했다.
슈트트가르트에 오전 중으로 도착해서
오후에 벤츠박물관을 가기 위해서다.
내일 월요일에는 박물관이 휴관을 하기 때문이다...^^
아침을 먹고 서둘러 출발한다고 했는데도
결국 10시가 넘었다...
어제 밤을 보냈던 캠핑장 입구~
슈트트가르트까지 가는 길이 여러갈래라
어디로 가야할 지 고민하다가
슈트트가르트의 캠핑장이 네카강변에 위치하고
있다고 해서 약간 동쪽으로 돌아서 네카강을
따라 들어가기로 했다.
아침에 다시 만난 네카강가의 튀빙겐~!!
날씨가 너무 화창해서 그런지 도시가 더 아름다워 보인다.
그리고 아침의 여유가 느껴지기도 했다.
튀빙겐을 빠져나가는 길에 자전거 도로를
따라 가다보니 목표했던 방향과 달라서
이리저리 헤매다가 겨우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슈트트가르트까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모르지만
최대한 네카강을 따라서 가보기로 했다.
강변의 풀밭에는 주말에 소풍나온 사람들로 활기가 넘쳤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보는 것이 처음이라
낯설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가족끼리, 커플끼리 소풍나온 사람들을 보니 어찌나 부러운지...
이 많은 사람들 속에서 혼자라는 느낌이 들어
외로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혼자하는 여행에서 가장 힘든 것은 외로움이었다...
주변에 사람들이 많아졌는데도
오히려 외로움은 더 크게 느껴졌다...
강변을 따라 이어진 자전거 도로를 따라가니
편리하고 안전했다. 맑은 날씨에 휴일이라
산책하는 사람, 조깅하는 사람,
인라인스케이트 타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많았다.
때로는 자전거 도로가 강 건너로 연결되어
있을 때가 있었는데 보행자, 자전거 이용자들만을
위해 만든 다리들이 너무 잘 만들어져 있었다.
여기서 한가지 깨달은 것이 있었는데...
지금까지 자전거로 여행을 하면서 급하게 볼일(?)을
봐야할 때가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최대한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숲, 덤불, 언덕... 들을 찾을 때까지
참았다가 해결했었다.
태극기를 달고 다니면서 아무데서나 볼일을 보다가
괜히 여기 사람들 눈에 띄면 국가적인 망신이 될까봐서였다.
그런데 자전거를 타던 사람들이 여러명 달리다가
자전거도로 옆에 있던 벤치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근처 나무뒤로 가서 볼일을 해결(?)하는
독일 아저씨들을 여러번 목격하면서
더이상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으면서 마음껏(^^)
편하게 볼일을 해결했다...ㅋㅋ
물론 될 수 있는대로 눈에 띄지 않게 노력했지만...^^
강을 따라 달리다 보니 어느새 슈트트가르트가
얼마 남지 않았다.
배가 고파서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점심 메뉴는 어제 보이터 할머니께서 싸주신
도시락이었다....^^
맛있는 치즈와 햄이 들어간 빵 2개와 할머니께서
주신 딸기 쨈을 먹으니 금방 배가 불러온다...^^
그리고 달콤한 초코렛을 먹으니 세상을
다가진 것 같이 행복하다...ㅋ
배고픔 앞에서 사람이 점점 단순해져간다...
점심을 먹고 강을 따라 달리다가 지도를 보니
강은 크게 동쪽으로 돌아 흘어가는 것이 보여서
서북쪽 마을로 가로질러 가기로 했다.
강을 따라 가는 것보다 거리가 짧아
시간을 줄일려고 했는데
오히려 길을 찾아 헤매다보니 비슷하게 시간이 걸렸다...ㅜㅜ
그래서 다시 네카강이 나오자마자 강을 따라 달렸다.
슈트트가르트가 가까워질수록 자전거 도로는
자전거 타는 독일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간식거리들을 싣고 피크닉을 가는 사람,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나가는 사람인데도 눈이 마주치자 웃으면서
'할로우~(Halo)'를 외치며 인사를 하는 것이
처음에는 낯설었는데...
이제는 눈이 마주치면
내가 먼저 자연스럽게 '할로~~'를 외치게 된다...^^
그러면 그분들도 웃으면서 인사해 주셨다.
이렇게 인사하는 법을 배우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
'이런 것을 만들려고 하는 건가?'
강을 따라가다보니 이명박 대통령이 강력하게
추진하려고 하는 운하의 모습이 보였다.
커다란 수문과 배가 지나다니는 모습이 신기하게 보였다.
강을 따라 달리니 너무 쉽게 슈트트가르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먼저 캠핑장을 찾을려고 했는데 시간이 많이 지나서
벤츠박물관이 멀지 않으면 박물관을 구경하고나서
캠핑장으로 가기로 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벤츠 무제움(Benz museum)?'이라고 물어보니
길을 알려주시면서 그리 멀지 않다고 하셨다.
그래도 도심으로 들어오니 길을 정확히 몰라서
자전거 타고 지나가시는 아저씨께 길을 여쭈어 보았더니
영어로 설명을 하시다가 답답하셨는지
"Follow me~!!" 하시면서 앞서가신다.
ㅜㅜ
독일 사람들은 전부 사이클 선수인가보다...ㅜㅜ
50대 이상으로 보이는 아저씨였는데
어찌나 빨리 달리시는지...
이를 악물고, 젖먹던 힘을 내서 쫓아가야했다...
벤츠 공장 2정문~
겨우 겨우 쫓아가고 있는데 아저씨께서 처음으로
멈춰서시더니 여기가 벤츠공장 2정문이라고 하셨다.
이제 벤츠 박물관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더 빨리 달리신다...ㅜㅜ
아저씨를 따라 열심히 달리다 보니
어느새 특이한 생김새의 벤츠 박물관이 나왔다.
아저씨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홍삼캔디를
선물로 드렸다.
힘들었지만 박물관을 구경할 시간이 더 많아져서 좋았다...^^
이번 여행의 목적중 하나가 독일의 자동차 산업을
느껴보는 것이었는데 그 첫번째가 바로 벤츠 박물관을
보는 것이었다.
신문기사, 잡지, 인터넷으로만 보았던 박물관을
직접 볼 수 있어서 얼마나 설레였는지 모른다...^^
박물관 입구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짐을 가득들고 있으니
안내하시는 아저씨가 짐 보관소로 안내해주셨다.
보관소에 짐을 맡기고 화장실을 가는데
화장실이 우리집보다 깨끗하고 최신식이었다...^^
화장실 출입구~
남자 마크만 아니라면 입구인지도 모르겠다.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고급 사무실 입구같다...^^
깔끔한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니까 괜히 뿌듯하다~ㅋㅋ
'나~ 독일 벤츠박물관에서 볼일 본 사람이야~!!'
볼일을 보고 손을 씻으려고 하는데
어떻게 작동하는지 몰라서 혼자 낑낑대고 있었다.
옆에 사람들이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레버를 돌려
손을 씻었다. 나도 얼른 레버를 돌려 손을 씻고
아무렇지도 않는 척을 했지만 화장실 여기저기를
신기한듯 쳐다보며 사진을 찍는 모습을 사람들이
신기하게 쳐다봤다....^^
매표소에서 8유로를 주고 표를 샀다~!!!
벤츠 박물관은 안내 팜플렛도 멋있어 보였다...ㅋ
떨리는 마음으로 입구로 들어가니
PDA같은 것을 하나 주는데 자세히 보니
박물관 가이드용 단말기였다.
단말기를 목에 걸고 났더니 엘리베이터를 타라고 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단말기를 켜고 이리저리 만져보았다.
'이야~ 단말기도 멋지네~!!'
엘리베이터도 우주선처럼 생겼다...^^
벤츠 박물관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에서 내려서
조금씩 내려오면서 구경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이제부터는 자유스럽게 구경하면 되었고
단말기를 통해 전시물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전시물~!!
'왠 자동차 박물관에 말이 있지?'하며 다가가서 보니
밑에 이런 문구가 있었다.
"나는 말을 진정으로 믿는다. 자동차는 일시적인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라는 뜻으로 해석을 했는데 이 말을 한 사람이
벤츠가 세계최초로 자동차를 만들었을 당시
독일 황제였던 빌헬름 2세가 남긴 말이라고 했다.
'아~ 사람들의 고정관념이란 무서운 것이구나...'
'그리고, 시대를 내다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자동차를 구경할 생각에 들떠 있었던 나에게
박물관을 둘러보기 전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 문구였다.
1880년에 개발된 세계최초의 가솔린 엔진~!!
그 다음 1882년에 만든 가솔린 엔진
예상대로 전시물의 시작은
벤츠 자동차의 시작이 곧 자동차 역사의
시작임을 알리는 세계 최초의 엔진, 세계 최초의 자동차였다.
세계 최초의 자동차들~!!
왼쪽에 있는 것이 세계최초의 자동차고 오른쪽은 그 다음 모델~
일반적인 박물관과 달리
이런 역사적인 자동차를 가까이서 볼 수 있고
만져볼 수도 있다는 것이 참 좋았다.
벤츠 자동차 설립자들의 연대기도 보이고
세계 최초의 오토바이~
그리고 각종 교통수단들 중에서 엔진을 이용한
최초의 모델들이 시대 순으로 전시되어 있었다.
최초의 트럭
각종 엔진들
그리고 벽에는 다임러 벤츠 회사의
회사명, 엠블럼 등의 변천사를 알려주는 전시물들이 있었다.
벤츠를 상징하는 엠블럼(세꼭지별)을 찍어내던 주물들
어느새 7층으로 내려가 있었고 제대로 된 자동차들이 보였다.
메르세데스라는 이름이 처음으로 사용되었던
'메르세데스'라는 모델의 자동차
벤츠 박물관에는 자동차를 연도별이 아닌
자동차의 용도를 기준으로 카테고리를 정해서
카테고리별로 전시되어 있었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벤츠 자전거~
꺽여진 핸들과 노란 바퀴가 멋스러웠다.
희색 SUV는 로마 교황 의전용 차량
평소 사진으로만 보던 초기 모델들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경주용 차와 경주용 차를 옮기는 전용 트럭
초창기 주유장치~
문이 위로 열리는 걸윙도어를 탄생시킨
전설적인 명차 300 SLR과 다양한 버전의 모델들도 눈길을 끌었다.
걸윙도어 내부로 보이는 정열적인 빨간 실내가
최고 속도로 달리고 싶은 마음을 부추길 것 같다.
각종 부품, 수리 공구들도 볼 수 있어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첫댓글 옥주님^^ 후쿠오카 가자... 문자바람 010-9334-3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