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상 운문 부문 심사평>
당신들의 진정성을 믿습니다
나태주
예심을 통해서 전달된 작품들은 한결같이 짱짱했다. 재래종 채소 같았고, 또 그것은 금비를 주지 않고 퇴비로만 키운 듯 건강했다. 일단 마음이 놓였다. 두루 이분들은 오늘날 우리 시단의 병폐라고 할 수 있는 푸념 투나 불평과 불만, 자기 과시, 현학과 허풍, 그런 것들로부터 멀리 있어서 좋았다. 분명 외로움의 기간이 길었을 것이고, 그 외로움은 앞으로도 오래, 어쩌면 평생 동안 지녀야 할 시인의 덕목일지 모른다.
임상갑 씨의 「태고사 가는 길」, 「하동 강노인」, 「봄날」 외 여러 편은 불교와 설화가 적당히 끼어든 작품인데 결코 불교적이 아니고 불교 그 자체를 시화했다는 점에서 믿음이 갔다. ≪불교문예≫의 신인인 만큼 더욱 그답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진해 씨의 「담장 위의 담쟁이」, 「반딧불 같은」, 「오늘의 뉴스」 외 여러 편은 호흡이 짧은 문장으로 쓰인 매우 경쾌한 작품들이다. 그만큼 시각이 젊고 시의 목소리 또한 또랑또랑하며 자기 나름의 어법을 지녔다.
정영선 씨의 「봄날에」, 「진화하다」, 「벌레 먹은 채소를 찾습니다」 외 여러 편은 싱싱한 음성이 들어 있는 작품들로 감각적이면서 적나라한 인생의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야말로 시 속에 들어 있는 그림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마지막으로 장옥경 씨의 「꽃무릇」, 「새, 날다」, 「맨드라미」 외 여러 편은 시조작품인데 시조가 갖는 형식미를 허물지 않으면서 시가 갖추어야 할 품성을 십분 유지한 작품들로 매우 유려하면서도 독특했다.
이렇게 한꺼번에 네 시인의 작품을 추천작으로 내보내는 ≪불교문예≫는 행운이요, 호황이다. 이분들로 하여 ≪불교문예≫가 더욱 번창하기를 빌며, 이분들의 시업이 앞으로 일취월장 좋은 결실을 맞기를 기대한다. 추천이나 당선은 평생을 떠나야 하는 문학 여정에서 출발 티켓 하나 받아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문제는 그 다음의 정진과 노력이다.
평생 동안 시를 쓰기를 원한다면 멀리 바라보는 안목을 지녀야 하고, 폭넓게 공부하는 태도와 실천이 필요하다. 그 위에 또 천진한 마음과 측은지심, 무언가를 끊임없이 그리워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시의 표현에서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자기가 모르는 것을 안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진실 되고 정스러울 것!
이것이 시인으로 첫출발하는 분네들에게 주는 분명한 티켓이다.
나태주(시인, 공주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