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용화산(龍華山;878.4m)
우리나라에 ‘용화산(龍華山)’이란 이름을 가진 산이 여러 곳에 있다.
경남 통영의 미륵산을 일명 용화산(461m)이라 하고, 전북 익산의 미륵산(430m)도 그 옛 이름이 용화산이었으며,
그 외에 몇 군데 용화산이 더 있다.
그런데 미륵산과 용화산이 이처럼 같은 이름으로 얽히는 것은 미륵불이 설법을 하는 것을 용화삼회(龍華三會)라고 하므로
이에 미륵산과 용화산이 같은 맥락이어서 혼용되기도 하며, 또한 불교문화에 깊이 젖어 있었던
우리나라의 역사적 배경으로 인하여 여러 곳에 용화산이란 이름을 가진 산이 있게 된 듯하다.
운 좋게 오봉산 쪽에서 잡은 용화산의 아름다운 모습
다만 산세가 이러 함에도 불구하고 화천군민들에게는 용화산이 그들의 정신적 영산으로 받들어지고 있어서
해마다 ‘용화축전’을 개최하면서 용화산 산신제를 지내는 등 용화산에 대한 애착이 춘천시 쪽에 비해 아주 각별하다.
전설에 의하면, 용화산에 살던 지네와 구렁이가 서로 싸우다가 이긴 쪽이 용이 되기로 했다는데,
구렁이가 이겨 용이 돼 하늘로 올라갔다고 한다. 그래서 산 이름이 용화산이 됐다고 하지만
전설의 내용과 ‘용화’라는 단어에는 전혀 연관성이 없다.
다만 그래서 그런지 용화산에 의외로 뱀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용화산이 산줄기로는 도솔지맥에 속한다. 즉 금강산 남쪽 매자봉(1,144m)에서 백두대간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도솔지맥은
휴전선 이남에 와서 도솔산(1,148m)-대암산(1,304m)-사명산(1,198m)-죽엽산(859.2m)-부용산(882m) 등을 거쳐
오봉산(779m)에 이른 후 용화산으로 이어진다.
오봉산에서 용화산으로 연계산행이 가능하며, 산세도 오봉산이 그렇듯이 용화산 역시 화강암 슬래브가 잘 발달해 있어서
하얀 속살을 드러낸 모습이 비슷하고 아름다워 용화산은 오봉산의 4촌 격이라 할 수 있다.
용화산을 오르는 대표적인 들머리는 산의 남쪽인 춘천시 사북면 고성리(古城里) 양통마을이고,
산의 동쪽인 오봉산 쪽의 배후령(600m)을 들머리로 하여 능선을 따라 용화산으로 종주를 하는 멋진 코스도 있다.
큰 고개
용화산은 자연의 풍치가 아름답기도 하지만 역사적 사연이 많이 배여 있는 유서 깊은 산이다.
용화산을 가려면 차편 마련에 신경을 써야 한다.
승용차로 춘천 쪽에서 접근을 하려면 춘천에서 화천으로 이어지는 5번국도로 12km 정도 북상하여
춘천댐 못미처 삼거리에서 오른편 407번 도로로 접어들어야 한다.
그리하여 10여분 전진하여 고탄리를 지나면 부다리고개를 오르기 직전 오른편으로 양통마을 가는 길이 갈라진다.
그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1km, 4~5분 정도 차편으로 올라가면서 오른편 개울을 건너는 다리를 둘 지나고,
세 번째 새로 놓은 사여교라는 다리까지 가야 한다. 차는 이 사여교 부근에 주차해야 한다.
‘양통마을’이라고 여러 자료들에 소개하고 있지만 현지에 가 보면 어디가 양통마을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양통마을’을 산행기점으로 하기보다는 ‘양통삼거리’인 사여교를 산행기점으로 하는 것이 더 확실하고 실정에도 맞는다.
사여교 부근 길가에 차를 두고 사여교 왼편에서 북쪽으로 뻗어 올라간 비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야 한다.
이 길이 큰고개 쪽으로 올라가는 양통계곡 길이다.
사여교 쪽에서 용화산을 바라보면 용화산의 잘 생긴 바위경의 전모가 드러나서 산행을 재촉하게 된다.
비포장도로를 따라 15분 정도 올라가면 왼편 임시 주차장(과거 채석장이던 곳)으로 올라가는 길이 갈라지고,
거기 이정표가 있다. 거기서부터 등산로는 더욱 호젓해진다.
폭발물 처리장 앞의 작은 다리를 건너면 길이 좁아지면서 너덜길이 이어진다.
홍수로 인해 등산로가 패여 너덜길이 된 것이다. 비록 너덜길이긴 하지만 맑은 계류를 옆에 끼고 올라가는
한적함이 비길 데 없이 좋다. 그리하여 사여교에서 1시간 30여분 올라가면 큰고개에 닿는다.
큰고개에서 오른편으로 올라가는데, 밧줄을 잡고 올라가는 곳이 있기는 하나 위험한 것은 아니고,
15분 정도면 주능선에 올라선다. 주능선에 올라서면 양통계곡 길로 올라갈 때 나뭇가지 사이로 간간이 보이던
만장봉이 바로 앞에 있고, 하늘을 향해 고개를 치켜든 갖가지 기암괴석들이 마치 사열을 하듯 줄줄이 서 있음을 볼 수 있다.
만장봉, 새남바위, 주전자바위, 촛대바위, 층계바위, 하늘벽, 입석대, 마귀할멈바위, 장수바위, 득남바위 등이 그것인데,
안내하는 사람이 없으면 어느 게 어느 것인지 제대로 알아볼 수가 없다.
저 아래로 고성리 분지와 양통마을이 내려다보이고, 그 위로 삼악산(654m)-계관산(735.7m)-북배산(867m)으로 이어지는
화악지맥 줄기가 선명한데, 이 산줄기가 이어져 올라간 서쪽에 응봉(1436.3m)이 우람하게 서 있다.
만장봉을 지나 층계바위와 하늘벽의 북쪽 사면인 잡목 숲 속의 등산로로 10여분 올라가면 촛대바위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헬기장이 나타난다. 거기 이정표에 ‘등산로 입구(큰고개) 0.9km, 고탄령 1.2km, 정상 50m’라 적혀 있다.
공터에서 오른편으로 가면 촛대바위이고, 왼편으로 50여m 올라가면 용화산 정상이다.
만장봉에서 정상까지 20여분 걸리고, 큰고개에서는 1시간, 산행기점인 사여교에서는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용화산 정상은 수림에 가려 전망은 전혀 없으나 공간이 넓어서 쉬었다 가기 좋다.
※용화산 주능선 종주 코스
용화산 산행의 백미는 능선 종주에 있다.
용화산 능선종주란 용화산 정상에서 동쪽 배후령에 이르는 용화산 주능선을 종주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배후령이란 춘천에서 양구 방향으로 19km 북쪽, 즉 춘천에서 화천군 간동면 오음리로 넘어가는 46번국도 상의
해발 600m의 고갯마루를 말한다. 현지에서는 흔히 ‘오음리 고개’라고 부른다.
능선 종주의 경우 양통마을이나 큰고개를 산행기점으로 하여 용화산 정상에 올랐다가 배후령으로 동진할 수도 있고,
역으로 배후령을 출발하여 서진하여 용화산 정상을 거쳐 양통마을로 하산하거나 큰고개에 차량을 대기시켜 마감할 수도 있다.
배후령 정상엔 38선 기념비석이 서 있어서 이곳이 6·25 전 38선이 지나던 곳임을 알려준다.
오봉산수휴게소 바로 옆으로 임도가 보인다. 그 임도로 들어서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글쓴이 - 둘 산악회 아미산(이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