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돼지 잡았어요!
김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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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것이 너무 많은 세상!”
괴짜 선생님은 자꾸만 잠자는 시간이 사라져서 걱정이었어요.
“내가 이 정도니 어린이들은 오죽할까!”
괴짜 선생님은 자꾸만 눈이 나빠지는 것을 느꼈어요.
컴퓨터나 핸드폰 보는 게 너무 무서운 세상이 되었어요.
“또 얼마나 나빠졌을까!”
학교에서 어린이들 시력 검사가 있는 날이었어요.
“김철수! 읽어 봐!”
철수는 괴짜 선생님이 가리키는 숫자를 읽기 시작했어요.
“구!
영!
안 보여요.”
철수는 더 이상 안 보였어요.
“이것도 안 보여!”
괴짜 선생님은 철수에게 물었어요.
“반대쪽!”
철수는 반대쪽 눈을 가렸어요.
“이! 새!”
“이건?”
“안 보여요.”
철수는 새 밑으로 글자나 그림이 보이지 않았어요.
“김철수!
안경 쓰고 시력 0.4.”
괴짜 선생님은 시력 검사를 하면서 느꼈어요.
어린이들의 시력이 갈수록 나빠지는 이유가 바로 핸드폰이라는 것도 알았어요.
“김영희!”
“네!”
영희가 대답하고 앞으로 나갔어요.
“오른쪽부터 가린다!”
“네!”
영희는 오른쪽 눈을 가리고 앞을 바라봤어요.
“이건?”
“삼!”
“이건?”
“나빈가! 나비.”
“이건?”
“잘 모르겠어요.”
영희는 철수보다 시력이 더 나빴어요.
“이런 눈을 가지고 어떻게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 있을까!”
선생님은 시력검사를 마치고 반 어린이들의 눈을 걱정했어요.
“대책을 세워야겠어!”
괴짜 선생님은 어린이들의 눈 건강을 위해서 아이디어를 생각했어요.
“핸드폰을 다 빼앗으면 학부모들이 가만있지 않겠지!”
괴짜 선생님은 어린이들에게 핸드폰을 학교에 가져오지 못하게 했어요.
하지만 학부모들의 민원이 많아서 포기했어요.
..
“볼 게 너무 많은 세상!”
정보화가 되면 될수록 볼 게 너무 많은 세상이 되었어요.
디지털 정보화는
눈 감고 잠자는 시간도 빼앗아 갔어요.
어둠의 빛도 빼앗아 갔어요.
“보지 못하면 행복한 세상이 와도 소용없어!”
괴짜 선생님은 어린이 눈이 나빠지는 게 제일 걱정이었어요.
“나처럼 낮잠이라도 자면 좋을 텐데!”
괴짜 선생님은 동화를 쓰고 인터넷을 검색하다 눈이 아프면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어요.
“김명수!”
수업 시간에 꼬박꼬박 졸고 있는 명수를 선생님이 불렀어요.
“네!”
명수가 고개를 들고 대답했어요.
어젯밤에 만화영화를 밤늦게까지 본 명수는 학교에 오자 졸렸어요.
“오늘 토론은 <눈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이다.”
괴짜 선생님은 오늘 수업 시간에 나빠지는 눈에 대해서 어린이들과 토론을 시작했어요.
“선생님! 앞으로 로봇 눈이 나오니까 걱정 없어요.”
동수가 손을 들고 말했어요.
“맞아요!
로봇 눈이 나오면 더 멀리 볼 수도 있다고 했어요.”
순자도 손을 들더니 말했어요.
“그러니까
지금 눈은 나빠져도 좋다는 거야?”
괴짜 선생님이 물었어요.
“네!”
교실 여기저기서 어린이들이 대답했어요.
“이 녀석들이!
태어날 때부터 자연스럽게 생긴 눈을 소중히 생각하지 않다니!”
괴짜 선생님은 조금 화가 났어요.
하지만
이미 나빠진 눈을 좋게 만들기에는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유혹들이 어린이들 앞에 있었어요.
“여러분!
세상에서 보는 즐거움이 가장 크답니다.
그러므로
눈을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괴짜 선생님이 말하자
“맞아요!
그런데 자꾸만 눈이 나빠져서 걱정이에요.”
영희가 대답했어요.
“하루에 핸드폰이나 컴퓨터를 한 시간씩 줄이면 어떨까?”
괴짜 선생님이 말하자
“안 돼요!”
“안 돼요!
지금도 시간이 부족해요.”
“맞아요!
지금도 다 못 보고 있어요.”
어린이들은 가장 공간에 볼 게 너무 많다는 게 걱정이었어요.
“그러면 잠자는 시간을 늘리면 어떨까?”
괴짜 선생님이 다시 어린이들에게 물었어요.
“그건 좋아요!”
“잠자는 수업 시간도 있으면 좋겠어요!”
동수가 말했어요.
“좋아! 좋아!”
친구들은 모두 잠자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알았어요!
잠자는 시간을 교장선생님께 의논해 볼게요.”
괴짜 선생님은 토론을 마치고 교무실로 갔어요.
“순자야!
잠자는 시간 생길까?”
영희가 물었어요.
“생기긴!
안 생겨도 자고 싶은 친구들은 모두 자잖아.”
“맞아!
수업시간에 코 골며 자는 친구도 있잖아!”
순자와 영희가 생각하기에는 아마도 잠자는 수업 시간은 생기기 어려울 것 같았어요.
“<핸드폰 저축은행>”
괴짜 선생님은 어린이들이 핸드폰을 학교에 맡기고 집에 가면 돈을 주는 아이디어를 생각했어요.
스타트업 자료를 만들어 교장선생님에게 제출했어요.
“어린이들에게 줄 돈은 어디서 구할 거예요?”
교장선생님이 괴짜 선생님에게 물었어요.
“기부금을 받으면 어떨까요?”
“누구에게?”
괴짜 선생님은 <핸드폰 저축은행>을 만드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어요.
“어떤 방법이 있을 겁니다.”
괴짜 선생님은 <핸드폰 저축은행> 만드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어요.
“교장선생님이 허락한다면 제가 한 번 만들어 보겠습니다.”
“좋아요!
하지만 어린이들에게 강요하거나 학부모들에게 민원이 접수되면 포기하는 겁니다.”
“알겠습니다!”
괴짜 선생님은 교장선생님과 면담을 마치고 교무실로 왔어요.
“선생님!
혹시 기부할 생각 없으세요?”
괴짜 선생님은 교무실에 많은 선생님들에게 <핸드폰 저축은행>에 대해 설명하고 물었어요.
“집에 돼지 저금통을 기부할게요!”
나이 많은 선생님이 괴짜 선생님이 불쌍해 보였던지 말했어요.
“저도
돼지 저금통을 기부하겠습니다!”
젊은 선생님도 기부에 동참했어요.
교무실에 모든 선생님들이
집에 있는 돼지 저금통을 기부한다고 괴짜 선생님과 약속했어요.
“이거야!
그럼 스타트업을 시작해 볼까.”
괴짜 선생님은 모든 선생님들이 기부에 동참해서 기분이 좋았어요.
“여러분!
우리 학교에 <핸드폰 저축은행>이 생겼어요.
“와!”
어린이들이 소리쳤어요.
“여러분이 핸드폰을 하루 맡기면 오백 원 줍니다.
또 이틀 맡기면 천 원을 줍니다.”
“선생님 누가 핸드폰을 맡겨요!”
동수가 손들고 말했어요.
“돈이 필요하면 맡길게요!”
철수가 손들고 말했어요.
괴짜 선생님은
시큰둥한 어린이들 반응에 조금 놀랐어요.
그림 나오미 G
..
<행복한 저축은행>이 문을 열었어요.
선생님들이 가져온 돼지 저금통에서 백만 원이나 되는 기부금이 생겼어요.
“잘 되겠지!”
하지만 어린이들은 누구도 핸드폰을 맡기지 않았어요.
“선생님!
핸드폰 맡길게요.”
<핸드폰 저축은행>이 생긴 뒤로 동수가 처음으로 괴짜 선생님을 찾아왔어요.
“정말이니?”
“네!”
동수는 지난밤에 핸드폰을 밤늦게까지 하다 아빠에게 혼났어요.
그래서 핸드폰을 학교에 맡기기로 하고 괴짜 선생님을 찾았어요.
“동수가 처음으로 핸드폰 저축은행 고객이 되었다!”
괴짜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와 친구들에게 말했어요.
“동수야!
정말이야?”
철수가 물었어요.
하지만
동수는 대답하지 않았어요.
“여러분!
<핸드폰 저축은행>에는 많은 돈이 고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루만 맡겨도 오백 원 이틀을 맡기면 천 원입니다.
이렇게 많은 돈을 주는 은행은 우리 학교에만 있습니다.”
괴짜 선생님은 그럴듯하게 어린이들에게 이야기했어요.
“선생님!
축하합니다.”
교장선생님이 괴짜 선생님을 교장실로 불러 칭찬했어요.
<핸드폰 저축은행>이
다른 학교에 지점을 차리게 되었어요.
괴짜 선생님 아이디어가 좋다며
전국의 학교에서 어린이들의 건강을 위해 <핸드폰 저축은행> 지점을 만들겠다고 알려왔어요.
“여러분!
<행복한 저축은행>에 기부금이 많이 들어왔어요.
벌써 오백 만원이나 되었어요.
이 돈은 모두 핸드폰을 맡기는 고객에게 지불할 돈입니다.”
괴짜 선생님의 말이 끝나자
“와!
오백 만원이나!”
모든 어린이들이 외쳤어요.
“선생님!
기부금이 제법 들어옵니다.”
교장 선생님이 웃으면서 괴짜 선생님에게 말했어요.
학교 주변에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손주를 위해 집에 있는 저금통을 학교에 가져다주었어요.
“우리 손주 잘 부탁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돼지 저금통을 괴짜 선생님에게 주면서 말했어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괴짜 선생님은 어린이들의 눈 건강을 위해 시작한 스타트업 아이디어가 이렇게 좋은 반응을 일으킬지 몰랐어요.
“돼지를 한 마리 잡아볼까!”
오늘도 괴짜 선생님은 교무실에서 할머니 한 분이 가져온 돼지 저금통 배를 갈랐어요.
“아니!
오만 원 지폐도 있다.!”
할머니가 가져온 돼지 저금통 안에는 오만 원 지폐가 세 장이나 있었어요.
괴짜 선생님은 핸드폰을 맡기는 어린이들이 하나 둘 늘어나 좋았어요.
돈이 없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학교 주변 어른들이 가져다준 돼지 저금통이 자꾸만 쌓여갔어요.
“선생님!
오늘도 돼지 잡아요?”
퇴근하는 선생님이 괴짜 선생님에게 물었어요.
“네!”
괴짜 선생님은 수업을 마치고 모두 돌아간 시간에 돼지 한 마리 배를 갈랐어요.
“꿀꿀! 꿀꿀!”
어디선가 돼지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어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