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 자고 낮에 활동… 등줄무늬 없는 청설모와 '사촌’
다람쥐
봄철 산행을 가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는 게 다람쥐〈사진〉예요. 중국에선 밤밭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다고 해서 한자로 '밤쥐'라고 부르지요. 사람이 접근하면 쪼르르 도망가기도 하지만, 때론 사람 어깨를 타고 손에도 내려앉는 친숙한 동물이에요.
다람쥐는 쥐와 같은 '설치류'에 속하지만 집쥐보다 약간 크고 꼬리가 둥글고 두툼해요. 보통 쥐의 꼬리는 가늘고 길기만 할 뿐 털이 없어서 빈약해 보이는데 다람쥐 꼬리는 털도 수북하지요. 또 쥐는 눈이 작지만 다람쥐는 새까만 눈망울이 서글서글해서 인기가 많아요. 쥐는 주로 밤에 다니는 야행성이지만 다람쥐는 보통 이른 아침이나 오후 늦게 활발히 활동한답니다.
보통 나무를 타고 다니지만 땅에 굴을 파고 살기도 해요. 넓은 굴에 새끼를 낳아 기르고, 그와 연결된 곁가지 굴에 먹이를 저장해 둔답니다. 먹이를 옮길 때는 양쪽 볼에 가득 넣어 풍선처럼 부풀린 채 가져와요. 때론 나무 아래나 외진 곳에 몰래 먹이를 묻어두었다 잊기도 하는데, 이렇게 깜빡 놓고 간 밤·도토리에서 새싹이 돋고 어린 나무가 자라나지요. 다람쥐가 숲속에 생명을 키우는 역할을 하는 거예요.
3월 전후에 짝을 짓고 40일 정도 임신해서 4~5월에 새끼 4~5마리를 낳아요. 야생에선 대개 2~3년 정도를 사는데, 주로 열매나 씨를 주워 먹지만 벌레나 곤충도 먹고 개구리와 새알도 잘 먹지요. 원숭이처럼 앞발 한 쌍을 손처럼 사용해서 두 손으로 먹이를 잡고 먹어요. 뒷다리 허벅지가 두툼한 데다 발가락이 길어서 나무를 잘 타고, 길고 부드러운 꼬리로는 몸의 균형을 잡지요.
많은 사람들이 다람쥐와 헷갈리는 게 '사촌뻘'인 청설모예요. 다람쥐와 사는 곳이나 먹이가 같고 행동도 비슷하지요. 하지만 몇 가지 차이점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다람쥐는 겨울잠을 자지만 청솔모는 겨울에 열심히 돌아다녀요. 또 다람쥐는 밤색 털에 등줄무늬가 있지만 청설모는 붉거나 회색이고 등줄무늬가 없지요. 잣나무숲 근처에선 힘세고 크기가 큰 청설모가 다람쥐를 몰아내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어요.
우리나라 다람쥐는 시베리아 다람쥐 중 하나예요. 미국이나 캐나다 등 북아메리카에 사는 다람쥐와 비슷하지요. 등에 진한 밤색 줄이 있고 주로 땅에 살며 먹이를 찾는 다람쥐를 영어로 '칩멍크(Chipmunk)'라 하고, 청설모같이 등줄무늬가 없고 나무 위에서 주로 사는 다람쥐를 '스쿼럴(Squirrel)'이라고 해요.
사실 다람쥐는 귀여운 용모와 달리 개나 고양이처럼 풀어놓고 기를 만큼 순한 동물이 아니랍니다. 궁지에 내몰리면 날카로운 발톱으로 사람을 할퀴기도 해요. 야생에서 만나는 다람쥐는 털에 진드기가 붙어있고 설치류가 옮기는 무서운 전염병 균을 갖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가까이 가지 않는 것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