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교감하는 연극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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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중순 개관예정인 궁동 예술의 거리 예린소극장 내부. 인테리어, 휴게공간 등 현재 마무리 공사를 진행 중이다.
■예술의 거리에 '예린소극장' 문 여는 연극인 윤여송씨
40여년 무대경험 바탕 복합문화공간 꾸며
50석 규모 활용도 높은 무대 갖춰 내달 개관
“자생력 갖추기 시급…편안한 공간 됐으면”
광주 동구 궁동 예술의 거리에 연극과 전시, 문화동호회 행사 등을 열 수 있는 50석 규모 소극장이 내달 새로 문 연다. 궁동 36-6번지 궁동주차장 맞은편 광주액터스쿨 연기학원 지하 1층에 꾸려진 소극장은 액터스쿨과 극단 ‘예린’ 대표로 지역에서 치열한 연극인의 삶을 살아온 윤여송 씨(57)가 40여년 무대 경험을 바탕으로 깐깐하게 만들어 낸 공간이다. 두달여간 무대와 객석, 벽체, 페인트, 전기 설비작업 등 90%의 공정을 마치고 바닥 마감재와 내부 인테리어를 위해 밤 늦은시간까지 매진하고 있는 윤 대표를 23일 만났다.
공간 이름은 예린소극장이다. 예린은 ‘예술의 구슬’이란 뜻으로 윤 대표가 전주예고 교사 시절 만든 청소년극단 이름이다.
“사람간 정을 주고받을 수 있는 문화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용과 연극, 또는 통키타와 연극, 음악과 시 등 문화가 서로 만나 상생을 꿈꾸는 곳이죠. 연극 무대 뿐만 아니라 동호인들이 와서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광주에서 만들어진 공연이나 문화행사들을 올릴 겁니다.”
윤 대표는 소극장을 만든 이유부터 밝혔다.
건물 3층에서 7년간 운영하고 있는 액터스쿨의 연습장으로 사용하던 지하공간을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공사에 들어간 그는 “입주할 때 지하공간을 소극장으로 염두해 두었던 것을 이제야 실행에 옮기게 됐다”고 말했다.
지하 47평 공간에는 무대와 50석 규모 객석, 조명실과 분장실, 프론트, 휴게실과 책 대여 공간도 갖출 예정이다. 철거작업에서부터 벽체, 무대, 객석, 철제 골조작업, 페인트, 전기설비작업까지 혼자 힘으로 공사에 나선 그는 중간에 몸살과 스트레스로 앓아눕기도 했다. 지난 겨울 한파에는 수도관이 파열되고, 결로현상으로 애를 먹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준비과정에서 터져 대비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며 “내부인테리어와 무대바닥, 객석 마감재와 의자, 조명기기 설치 완료 후 3월 중순이면 오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가 소극장을 만든 건 이번이 세번째다. 1986년 동구 그랜드호텔 옆에 ‘카페 테라트르’라는 카페 겸 소극장을 연 적이 있고, 1992년에는 서구 양동에서 ‘씨엘아트홀’을 2년간 운영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훌쩍 지나 다시 소극장 오픈을 앞둔 그는 오랜 무대경험 노하우를 십분 살려 이번엔 실용성 있는 무대를 직접 디자인 했다.
먼저 3단 계단형태의 객석과 무대는 언제든 서로 자리가 뒤바뀔 수 있게 해 객석자체가 무대로도 활용될 수 있게끔 무대와 객석의 개념을 없앴다.
조명시스템은 사용자가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레일을 따라 움직이는 시스템으로 조성했으며, 소극장에서 무대세트 고정이 힘든 점을 감안 벽면에 세트 지지대를 설치해 세트를 용이하게 세울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소극장 하나가 만들어진다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공간이 어떻게 운영되느냐의 문제죠. 문화를 생산해 판매하고 사가는 공간이 아니라 공유하는 공간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편안한 곳이 됐으면 합니다.”
굳이 연극을 보러가지 않더라도 언제든 들러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커피 한 잔 하며 책을 읽을 수도, 빌려갈 수도 있는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오픈 공간’으로서 역할을 그는 강조한다.
모던하고 심플한 공간에서는 소규모 전시회는 물론 작은 음악회 등 아기자기한 행사도 계획 중이다.
극장 캐치 프레이즈는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만남’으로 정했다. 개관작으로 고전명작 낭독극과 나레이터극, 지난해 궁동예술극장에 올렸던 연극 ‘소풍’을 놓고 고민 중이라고 했다.
현재 광주에는 궁동예술극장을 비롯해 예술극장 통, 씨어터 연바람, 문예정터, 씨디아트홀, 공연일번지 등의 소극장이 운영 중이다. 40여년 연극활동을 해오고 있는 그가 지역의 어려운 소극장 환경을 모를리 없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죠. 씨 뿌리는 농부의 마음으로 장기적으로 내다보면서요. 두달여 극장을 만들며 배운 것이 비움이에요. 비워야 채워진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욕심부리지 않고 채워나갈 겁니다. 그동안 두려움 때문에 못했지만 시작을 했으니 헤쳐 나가야죠. 내가 아직 열정이 식지 않았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일단 개관작업에 매진해 가을쯤 창작작업을 올릴 계획입니다. 장년층의 잊고 살았던 이야기들, 젊은 층이 몰랐던 이야기들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인간이 토해낸 언어와 감성이 얼마만큼 관객과 교감할 수 있는지 그런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이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