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을 돌려다오
-선운사에서
-거미
청춘을 돌려다오//최다원
반백의 서리를 머리에 인 동창들이
먼 거리를 마다하고 상주에 있는 매운탕 집에 모였다
두툼해진 그리움에 매달려 달려 왔을 가슴
나이테가 하나 둘씩 안면에 자리하고 있었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새순처럼 푸르렀다
음향마저 고르지 않은 마이크를 부여 잡고
청춘을 돌려달라고 젊음을 달라고
목청이 터져라 외치고 절규해도
뒤 뜰에 무심한 죽림은 실바람을 나르고
송어들은 삼삼오오 유유히 노니는데
상큼한 산소들만 숨가쁘게 분열하고
오월 하늘은 여전히 푸르렀다
고향//최다원
포만한 그리움을 안고 고향에 갔네
어머니도 뵙고 싶고 어린시절 동무들도 그리며
고속도로를 밀고 또 밀고 갔네
산도 변하고 천도 바뀌고
퇴색한 추억들은 시선을 건네는 곳마다 산재했는데
두견이 우는 산비탈에 누워계신 어머니는 말이 없고
벗들 소식은 오리무중인데
여전히 산을 채운 진달래는 빙그레 미소 짓고
애달픈 장끼의 구애 목청은 고향산을 울렸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달려오던 곳
어머니 앞에 술 한잔을 부어
두 손으로 받쳐 올리며
보고싶었습니다 그리워서 왔습니다
어머니 음성이 들리는 듯
나지막히 부르시는 듯
액체가 고이고 가늘게 전율하며 저려오고
어머니 영상이 고요히 필름을 풀었네
인연//최다원
일 겁이란 사억 삼천만년이며
팔 천겁을 지나야 부부로 만나고
구천 겁을 지나야 형제로 맺어지며
천겁을 지나야 부모자식으로 맺어진다고
불교에서는 말 한다.
흔히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이야기는
이미 전생에 한 겁을 지나온 것이라 했다
오늘도 만나게 될 소중한 나의 인연들
가득 담겨진 오늘분의 친절과
궁휼한 마음과 애뜻한 마음을
남김없이 다 쓰자
그리고
내일은 밤새 새로이 고여진
사랑과 친절과 감사로
또 살자
최다원(시인.화가 )
개인전 15회/숭실대학교대학원 외래교수(전)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외래교수(전)
한국서예협회/한국문인화협회 초대작가
한국 문인협회 회원
시화집10권//나에게 남겨진 사랑/사랑은 바람처럼/
이삭처럼 남겨진 흔적/다타버린 인연의 재/
그곳에 도달할 때까지 /사랑을 해 본 사람은 안다/
당신은 알지 못 합니다/ 운명인 것을/
또 속은들 어떠리/최다원 시.서.화 전집
문인화 교재//그릴준비시리즈 9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