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 11일, 일요일, Cochrane, Hospedaje Anna Luz (오늘의 경비 US $52: 숙박료 7,000, 저녁 4,000, Caleta Tortel 왕복 버스 20,000, 환율 US $1 = 600 peso) 오늘은 Cochrane와 Villa O'Higgins 중간 정도에 위치한 마을 Caleta Tortel 구경을 다녀왔다. Lonely Planet에 가볼만한 곳이라고 나와 있는데 마침 오늘 그곳에 갔다 오는 버스가 있어서 아침 10시에 Cochrane을 출발해서 오후 1시 반에 Caleta Tortel에 도착하고 오후 5시에 Cochrane으로 돌아올 때까지 3시간 반 동안 마을 구경을 했다. 조그만 마을이라 구경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오늘 간 Caleta Tortel 도로는 개통 된지 몇 달밖에 안 되는 새 도로다. 지도에 보면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은 지역인데 와보니 멋있는 마을이었다. 그러나 관광객은 거의 오지 않는 것 같다. 음식점, 호텔 등 관광 편의 시설도 없고 차로 오기에는 너무 먼 곳이다. 조그만 비행장이 있는 것을 보니 관광객들이 온다면 비행기로 왔다갈 수밖에 없겠다.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fjord (협만) 끝에 위치한 이 마을은 1955년 주위에 무진장으로 있는 사이프러스 계통의 목재를 배로 가져가기 위해서 생겼단다. 에메랄드 색깔의 Tortel 강과 Tortel 만이 만나는 곳의 가파른 언덕에 세워진 인구 약 400명의 조그만 마을이다. 칠레의 National Monument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는 이 마을의 100여 호의 건물들은 모두 목조다. 마을의 길 역시 모두 목조여서 ("목로"라 부르자) 이곳에 차로 오든지 비행기로 오던지 배로 오던지 이 마을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돌아갈 때까지 항상 마을의 목로를 걷게 된다. 마을 외곽에 있는 주차장에 연결된 목로와 비행장에 연결된 목로는 마을까지 각각 500m와 2km는 되는 것 같다. 해변에 갈 때도 모래사장까지 4km 길이의 목로를 걷는다. 마을이 바닷가 가파른 언덕에 세워졌기 때문에 계단이 많은데 이 역시 모두 목조다. 길가에 군데군데 있는 쓰레기통도 목조이고 길가를 따라서 나있는 상수도와 하수도 파이프도 목관으로 덮여져 있다. 세상에 이런 마을은 이곳뿐일 것 같다. 교통 문제만 잘 해결되고 관광 편의 시설만 생기면 앞으로 아주 유명한 관광지가 될 것 같다. 어쩌면 대형 유람선도 들려갈 수 있겠다. 어제 만났던 자전거 여행자 두 명을 이곳에서 또 만났는데 이곳에서 한 이틀 묵어가겠다고 한다. 버스 안에서 스위스 여자와 말을 나누었는데 지난번 독일여자와 비슷한 말을 했다. 스위스에도 이곳만큼 좋은 경치가 많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이곳 같이 즐길 수가 없다고 한다. 스위스에는 2km마다 마을이 있고 어디를 가나 차와 사람들로 혼잡한데 이곳은 몇 시간을 가도 마을이 하나 나올까 말까 해서 너무 좋단다. 사람들이 적고 마을이 뚝뚝 떨어져 있는 것이 그렇게 좋을까? 좀 이상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나도 사실 그런 생각을 자주 한다. 그래서 서울 근교 산을 자주 찾는 것 같다. Puerto Montt에서 시작해서 남미 대륙 끝에서 끝나는 Carretera Austra 지역은 남한 넓이는 될 것 같은데 인구는 고작 9만 명이라니 앞으로 무궁무진한 발전을 할 수 있는 곳 같다. 아니, 발전을 하지 말아야 한다. Carretera Austral 지역 전체를 더 이상 인구가 늘기 전에 미국의 Yellowstone 국립공원이나 Yosemite 국립공원처럼 거대한 국립공원으로 만들어서 영구보전하면 좋겠다는 내 생각이다. 한국의 젊은이들이여, 이곳이 더 이상 개발되기 전에 이곳을 여행하라. 그것도 자전거로 하라. 그래서 자연을 만끽해 보라. 이곳 여행으로 끝내지 말고 Villa O'Higgins에서 국경을 넘어서 Fitz Roy, Moreno Glacier, Torres del Paine 등 환상적인 곳들을 여행하고 남미 대륙의 최남단 도시 Ushuaia에까지 가보라. Ushuaia에서 떠나는 남극 크루즈여행도 해보라고 말하고 싶지만 너무 비싸서 그 말은 차마 못하겠다. 나중에 돈을 많이 벌어서 은퇴 후에 해볼 수는 있겠지만 한국에서 Ushuaia까지 다녀오는 비행기 여행이 너무 멀고 힘든 것이 걸린다. 스위스 여자와 언어에 관한 얘기도 나누었는데 자기는 스위스의 주 언어인 독일어 외에 영어와 이탈리아어도 유창하게 하는데 남미에 와서 스페인어를 많이 하게 되면서부터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가 혼동이 되고 있다고 한다. 두 언어가 너무 비슷해서 그렇게 되는 것이다. 얼마 전 프랑스어가 주 언어인 캐나다 여자 여행객으로부터도 남미를 여행하는 동안 스페인어를 많이 쓰다 보니 프랑스어와 스페인어가 혼동이 되어서 여행을 끝내고 귀국해서 실수를 할까봐 좀 걱정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스위스 여자도 비슷한 모양이다. 프랑스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세 언어가 너무 비슷해서 때로는 자기가 프랑스어를 하고 있는지 이탈리아어를 하고 있는지 스페인어를 하고 있는지 혼동이 된다는 얘기다. 이 세 언어는 이렇게 비슷해도 독립어로 치는데 중국의 북경 지역의 중국어와 (Mandarin 혹은 보통어) 광동성의 중국어는 (Cantonese) 전혀 안 통한다는데 북경어는 표준어이고 광동어는 방언이라고 주장하는데 좀 이상하다. 언어뿐만 아니라 사람도 말이 어느 정도 통하는 스페인인과 프랑스인은 다른 민족으로 치는데 말이 전혀 안 통하는 북경인과 광동인을 같은 중국 민족으로 치는 것도 이상하다. 유럽의 나라 개념과 중국의 나라 개념은 좀 다른 것 같다. Caleta Tortel로 갈 때는 버스에 10명이 탔었는데 Cochrane으로 돌아올 때는 우리 부부 뿐이었다. 돌아오면서 버스 기사한테 흥정을 붙여보았다. 이곳 왕복하는데 우리 두 사람 요금이 20,000 peso이니 (약 4만원) Caleta Tortel에서 Villa O'Higgins까지는 1시간 반만 더 가면 되는데 20,000 peso를 더 낼 테니 내일 Caleta Tortel에 도착해서 손님들을 내려주고 Cochrane에 돌아갈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에 우리를 Villa O'Higgins에 데려다 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내 생각으로는 서로가 이득이 되는 흥정인데 이 친구 잠깐 생각하더니 150,000 peso를 (약 30만원) 내면 데려다 주겠단다. 나는 버스 요금을 기준으로 계산했는데 버스 기사는 택시 요금 가격으로 계산한 것이다. 나는 그렇게는 못 하겠다고 해서 흥정은 거기서 깨졌다. 내일 우리도 이스라엘 청년들처럼 Carretera Austral 도로에 나가서 Villa O'Higgins까지 히치하이크를 시도해볼 생각이다. 미국 유학시절에 여러 번 해 보았고 칠레에서도 짧은 거리지만 벌써 두 번이나 해봤으니 또 못 할 것 없다. 저녁 8시쯤 Cochrane에 도착해서 숙소에 들어가니 집주인 Anna가 저녁으로 양고기 스테이크를 해 주어서 맛있게 먹었다. 양고기는 남미에 와서 처음 먹어보는데 소고기 못지않게 맛있다. 오늘 Caleta Tortel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Caleta Tortel 뿐만 아니라 오고가는 길 주위 경치 역시 절경으로 인상적이었다. Carretera Austral 지역은 어디에 가거나 절경이다. 체력이 허락하면 언젠가 자전거로 다시 한 번 여행을 해보고 싶다. (후기. 2020년에 자전거 여행을 시도했으나 처참하게 실패했다. 남미, 칠레 2020년 여행기 참조.) 여행지도 Caleta Tortel 가는 길, 멀리 보이는 설산이 아름답다 시원스러운 냇물도 흐른다 그림엽서에 나오는 광경 같다 잠시 차를 세우고 휴식을 취한다 강가에 물 마시려 내려온 노루 우리를 흥미롭게 처다 본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다 Carretera Austral 국도와 Caleta Tortel을 연결하는 이 비포장도로는 작년에 개통되었다 Caleta Tortel 마을 전경, 마을 입구 계단이다, 주차장은 마을 입구로부터 500m 떨어진 언덕 위에 있다 Caleta Tortel의 모든 건물들은 목조 건물이고 모두 목조 인도로 연결되어있다 차도는 전혀 없다 해변으로 가는 길, 풀밭을 보호하기 위한 것일까? 오른쪽에 소화전이 보인다 언덕에 세워진 이 마을에는 나무 계단이 많다 Caleta Tortel 주위에서 생산되는 목재를 배로 운반하기 위해서 1955년에 세워진 마을이다 유람선 같은 배들이 보이는데 이곳은 어항은 아니다 마을 도서관, WiFi가 되는 곳이다 중앙 광장, 이 나라는 중앙광장을 "Plaza de Armas" 라고 부르는데 “무기광장”이라는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