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재수씨...
이재수(가명·55)씨는 10년 전에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면서 꽤 괜찮은 정도의 생활을 영위했습니다.
모두가 힘들었던 1998년 외환위기,너무나도 믿었던 직원들이 거래처에서 받은 돈을 그냥 들고 도망가 버리기 전까지는요.
하루아침에 집과 회사,모든 것을 잃어버리고서 이씨는 차마 가정으로 돌아갈 수 없어 2년 동안 노숙생활을 했습니다. 부도위기 이후 이혼한 아내는 길에 나앉은 상황에서 중학생이던 두 아들을 양육하게 되었고,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식당을 차렸지만 또다시 폐업을 하면서 남은 가족들의 삶은 더욱 곤란해졌습니다. 아내 역시 신용불량자가 되었습니다.
2000년 건설현장에서 일을 시작했던 시기에 친척들을 통해 두 아들에게 연락이 되어 세 식구의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건설현장에서는 적어도 4만원 정도의 일당은 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2년간의 방황 속에서 얻게 된 통풍이란 질환은 자주 일을 못하고 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나타나는 몸의 이상은 통풍이 아닌 다른 질환을 의심케 하였습니다.
그러나 정확한 진단을 받을 형편도 되지 못해서 그럭저럭 세월을 보냈습니다.
어느 날은 일부러 피를 빼서 버리기도 했습니다. 피의 과잉이 있었다고 해서 그런 조치를 취했지만,왠지 불안한 느낌은 지울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대학에 진학했지만 가정형편상 학업을 계속할 수 없었습니다. 한 명은 휴학하고 일본에 간 후 연락이 끊겼고,둘째는 자퇴한 후 직장에 다니다가 얼마 전 실직하여 취업자리를 알아보는 중입니다.
그리고 얼마 전 부산대학교병원에서 최종판정을 받은 결과 의문에 싸였던 이씨의 병은 백혈병으로 밝혀졌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지난번 건설현장에서 찰과상으로 다친 왼쪽 무릎 밑 부위가 딱딱하게 부어오르는 것입니다. 2차 감염이 되었다고 하는데 이대로 두면 치명적이라고 합니다.
외환위기 속에서의 그 상처를 안고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려는 한 가장은 더 이상 본인의 노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질환 앞에서 까맣게 타버린 얼굴을 되살릴 희망을 찾지 못합니다.
이제 말을 듣지 않는 왼쪽 다리와 그다지 잘해 주지도 못한 둘째아들에게 힘이 되어주지 못하고 또 한 번의 아픔을 전해주어야 하는 마음을 추스를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과거의 어려움을 극복하였듯이 이 고비를 넘기고서 다시금 새로운 살림의 길을 찾고 싶습니다.
신세민·중구 보수동사무소 사회복지사. 051-600-4914
지난주 순이씨 이야기 34명의 후원자 129만6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