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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을 지나왔나 싶더니 언제 거제대교를 지났는지 벌써 고현이다. 남부터미널을 출발한 이 시외버스는 고현을 지나 장승포까지 간다. 주위를 둘러보니 첩첩산중으로 여기가 남해의 섬인지 강원도 산골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다. 구지 산행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거제에는 놀 거리 볼거리가 풍부한 관광도시이자 산업도시이고 한국사에 굴직한 역사적 사건들이 일어났던 역사의 도시이기도하다.
거제에서 관광을 제대로 즐기려면 관광 카달로그 정도는 필수로 챙겨야 한다. 고현 버스터미널에서 20분정도 걸어가면 나오는 거제시청(055-639-3000) 관광진흥과(055-639-3225, 639-3226)에 들르면 거제시 관광 카달로그를 구할 수 있다. 기자가 방문시 거제시가 발행한 ‘거제의 문화유적’, ‘관광휴양도시 거제’, ‘거제어촌민속전시관’ 거제시설관리공단(055-639-8105)에서 발행한 ‘거제 테마관광’이란 네가지 카달로그를 구할수있었다. 거제시청에 들렀으면 시청 옆에 있는 거제 포로수용소유적공원에 가보자.
거제포로수용소는 한국전쟁당시 발생한 포로를 수용하기위하여, 1950년 11월부터 고현, 수월지구를 중심으로 포로수용소를 설치하기 시작하여 1951년 6월까지 인민군포로 15만, 중공군 포로 2만명등 17만3천여명의 포로들을 수용하였으며, 그중에는 300여명의 여자포로도 있었다. 포로수용소 내에서는 ‘반공포로’와 ‘친공포로’간의 유혈살상이 자주 발생했고, 1952년 5월 7일에는 수용소의 사령관 돗드 준장이 포로에게 납치 감금되어 4일 만에 석방되는 사건도 있었다.
전쟁의 상처는 휴전선 에만 남아 있는것이 아니라 남해의 작은 섬에서도 그 상처는 유적이라는 이름으로 남아있다. 이제는 텅 비어있는, 관광객들의 눈요기 거리로 그 가치를 다하고있는 당시 포로들의 막사를 둘러보고 옥포로 향했다.
옥포에는 또다른 전쟁 기념공원이 있다. 바로 옥포대첩기념공원이다. 1592년 임진왜란 초기, 왜군의 기세에 전함을 버리고 수군(水軍) 1만을 해산시킨 경상우수사(慶尙右水使) 원균(元均)이 당시 전라좌수사 였던 이순신에게 구원을 요청하였다 이순신이 이에 응하여 5월 4일 판옥선 24척, 협선 15척, 포작선 46척의 전함을 이끌고 이억기를 선봉장으로하여 여수항을 출발 당포 앞바다에서 합세하였다. 이때 원균은 그가 거느리고 있던 70여 척의 전선을 모두 잃고 겨우 3척으로 합세하였다. 5월 7일 낮 12시경 조선 함대는 옥포 포구에 정박하고 있는 일본의 도도 다카토라[藤堂高虎]의 함대 50여 척을 발견하고 이를 동서로 포위해서 포구를 빠져나오려는 적선들에게 맹렬히 포격을 가해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다. 이 싸움의 결과 아군은 별 피해 없이 적선 26척을 격침하는 큰 전과를 올렸다. 이 싸움이 임진란 중에 맨 처음 왜적을 무찌른 옥포대첩으로 한산대첩, 명랑해전에서 승리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옥포해전이 있은지 400년이 지난 지금 옥포에는 대우조선소가 세워져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임진왜란 당시 우리 해군에게 가장 최신함인 거북선이 있었다면 대우조선소 에서는 현대 해군 최고의 전략무기인 잠수함을 14년 동안 9척을 건조했다.
대우조선해양에서 건조한 잠수함들이 림팩(RIMPAC:Rim of Pacific- 짝수 연도마다 미국과 태평양 주변에 있는 친미 국가 5개국 해군이, 수상함과 잠수함을 하와이 부근 바다로 보내 벌이는 대규모 연합 훈련)에서 눈부신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1998년 림팩 에서 이종무함은 종횡무진 바다를 누비며 카메하메하함에 가상 어뢰를 발사해 격침했다. 이 훈련사상 가장 큰 전과를 거둔 것이다. 이어 미사일 구축함 두 척, 미사일 호위함 한 척, 상륙정 한 척 등 도합 다섯 척의 미국 함정과, 한 척의 한국 호위함, 한 척의 칠레 구축함 등 모두 13척의 함정을 가상 격침했다.
이러한 전과는 1997년 6월5일부터 7월8일 사이 괌 부근 태평양에서 열린 ‘키노트(Key Note)-4 훈련’에 참가한 4번함 박위함이 기록한 10척 격침을 능가하는 ‘대기록’이었다. 게다가 이종무함은 잠수함 중에 훈련이 끝나는 날까지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이천함은 99년 서태평양 훈련(Tandem Thrust)에 참가하여 만톤급의 퇴역 순양함인 오클라호마시티를 8킬로미터 거리에서 독일제 SUT 어뢰로 격침 시키는 전과를 올린 바 있다.
4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계속 전승의 기록이 세워지고 있는 옥포의 모습이 대견하기만 하다.
옥포에서 취재진은 산행준비로 부산한 우정알파인클럽 사무실을 방문했다. 그리 크지 않은 사무실에 책꽃이 빽빽히 등산관련 책자가 가지런히 꽃혀있고 한쪽에는 등산장비가 수북히 쌓여있다. 사무실 옆방에는 작지만 실내 암장도 갖추고 있었다. 벽과 천장에 촘촘히 박아놓은 홀드가 어린이 놀이방처럼 아기자기하다.
우정알파인클럽은 야외 암장도 개척한바 있는데 고성과 통영 중간쯤인 통영시 광도면 적덕 마을 뒷산 중턱에 큼직한 세 개의 바위가 나란히 보이는데 가장 좌측에 있는 바위인 쌍사 바위가 그것이다. 1998년 창립 15주년을 맞아 클럽 활성화와 회원 단합을 위해 암장을 개척하게 되고 1999년 작업을 완료했다. 이 클럽은 쌍사바위 암장 개척 후 2001년에는 거제 망치 마을 뒷산에 11개 루트를 내기도 했다. 7월 말 마테호른 등반도 추진하고 있다고한다. 김상철(우정 알파인클럽 회장 45세), 이명용 (40세), 백영기(45세), 박유재(?세), 김이준(34세), 김권호(35세), 송광록(28세) 마테호른 원정대원과 김경호(41세)전임회장, 윤현성(34세)신입회원이 종주대에 참가하였다. 종주대와 취재진은 두 대의 차량에 나눠 타고 밤길을 달려 14번 국도를 타고 거제의 끝 명사마을에 도착했다. 이번 산행에 지원조로 장성하(34세), 구자홍(41세)씨가 수고했다.
이 14번 국도는 해안가를 따라 내려가면서 왼쪽으로 대우조선과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빼어난 절경들을 볼수 있는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다. 야영장은 명사해수욕장 앞 소나무숲 아래로 정했다. 해수욕장 앞에 화장실과 세면실이 말끔하게 지어져 있다. 밤중에 도착해서 텐트를 치고 늦은 저녁을 준비했다. 밤안개가 쌓인 바닷가에는 파도라고하기에는 작은 물결들이 모래사장에 한없이 부딪치고 어느 외국 해안가처럼 모래사장 앞에 쭉 뻗은 해안도로가 있다 소나무아래 자리 잡은 텐트들이 안개에 쌓인 가로등 불빛으로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김상철씨가 준비한 삼겹살과 회 그리고 장어구이가 더없이 풍족한 술자리를 만들어 내며 산꾼들 십여명이 모였으니 화재가 끝이 없다. 저구리만의 파도가 모래사장에 녹아들며 안개속에 밤이 깊어져 간다.
식사조의 수고덕분에 시원한 콩나물국으로 해장을 하고 아침에 도착한 천대룡(우정알파인클럽 고문 ?세)씨 까지 합쳐 거제지맥 종주팀 종주산행의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모래사장에서 벋어나면 바로 명사초등학교가 보인다. 명사초등학교를 오른쪽으로 끼고 돌아 골목으로 들어가면 도로 옆에 해오름 가게가 있다. 여기서 물도 보충하고 자판기에서 커피도 한잔씩 마시며 본격적인 산행을 준비한다.
포장도로를 따라서 오르막길을 조금가면 ‘망산’ 이라고 쓰인 이정표가 보이고 포장길을 벋어나 흙길로 들어서면서 우정알파인클럽에서 거제지맥 전구간에 설치한 표시판가운데 첫표시판이 보인다. 등산로 초입은 양옆으로 숲이 우거진 오솔길로 오르막이다. 오르막길을 오르다보면 인공적으로 만들어 노았음직한 작은 샘이 있으나 흐르는 물은 거의 없다시피했다. 등산로 오르쪽으로 암벽이 나타나는데 암벽 등반장이라고 쓰여져있다 길이는 십여미터정도로 거제산악회에서 개척했다고한다. 가뿐숨을 들여마시며 20분쯤 오르니 큰바위들이 나타나면서 전망이 트이기 시작한다. 전망바위에서 보면 남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1구간인 망산능선 코스가 거제지맥에 제일 아름다운 조망을 가지고 있다. 아침 햇살이 새벽안개를 가르며 바다에 떠있는 작은 섬들을 비추고 그 주위로 조각배가 수평선을 향해 바다를 가르는 장면은 여타 묻산 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다. 망산능선 코스를 따라 몇 개의 작은 암릉을 지나면 망산 정상에 도착 할수 있다. 정상 표지석에는 앞면에 ‘망산 397미터’ 뒷면에 ‘천하일경 2003. 1. 15’이라고 쓰여져 있다. 그 글귀가 부끄럽지 않다. 정상에서는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절경인 대병대도, 소병대도, 성문도, 멀리 매물도, 소매물도, 어류도, 가왕도, 소지도, 대덕도, 소덕도, 욕지도 길게생긴 장사도, 그뒤에는 비진도, 죽도, 그뒤에 용초도, 다시 그뒤에 한산도 추봉도 섬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날씨가 청명하면 대마도. 부산은 물론이고 대마도까지 보인다고 한다.
망(望)산은 고려말엽에 국운이 기울자 왜구의 침범으로 농.축산물 약탈등 주민과 충돌하자 주민들의 협의하에 산 정상에서 왜구 선박의 감시 및 어부가 고기잡이 망을 본다는 뜻으로 망(望)산이라 불리운다. 정상에서 사진 찍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조금 내려가자 해미장골등이다. 표지판이 있으며 홍포, 무지개마을(0.6km)로 내려갈수있다. 능선상의 길이라 오르막과 내리막길이 그리 어렵지 않다. 봉우리와 간간히 전망대가 있어 망산능선을 산행하는 내내 탁 특인 시야를 보장해준다. 암릉구간이 많이 나타나는데 어려운 구간은 로프가 설치되있다. 이 로프는 우정알파인클럽에서 작년 5월달에 설치한 것인데 전구간에 걸쳐 위험한 구간에 설치되있어 거제지맥에대한 우정알파인클럽의 각별한 애정을 엿볼수있다.
호연암은 U자형으로 생긴 망산능선상 에서 제일 밑바닥에 있으며 이제 지도상으로 봤을때는 저구고개로 올라가게 된다.
능선길을 따라 조금더 가면 내봉산(368m)에 올라선다. 내봉산에는 정상석 이 없고 동쪽으로 여차마을과 여차몽돌해수욕장 불쑥튀어나온 천장산을 볼수있다. 그뒤로는 거제해금강이있다.
다시 내리막길이다. 끝까지 내려가면 여차등 표지판이 있고 저구(2.7km)와 여차(0.5km)의 갈림길이다. 계곡에서 오르막길로 산행을 계속하면 봉우리올라서는데 이 봉우리를 세말번디라고한다. 여기선 산행들머리인 명사마을도 보이고 거제 10대명산중 거제지맥에 속해있는 가라산도 볼수있다. 봉우리를 내려오고 오르막길을 되풀이하여 각지미(269m)에 도착했다. 각지미에서도 가라산과 다포마을을 조망할 수 있고 날씨가 좋을때는 그 뒤로 해금강을 볼수있다.
이제 숲속으로 들어가 몇 번의 고개를 거치면 망산능선 에서의 내리막길로 저구사거리에 도착 할수있다. 저구사거리는 거제지맥 종주시 만나는 5번의 포장도로중 첫 번째이며 길건너 sk남부주유소가 보이고 오른쪽으로 다포마을 왼쪽으로 명사마을로 갈수있다.
우리 종주팀이 내려온 등산로 입구에는 대형 간판으로 망산등산로 지도가 입체적으로 그려져 있고 한쪽이 벌레먹은 노란 간판이 망산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종주 답사팀은 지원조가 가지고온 김밥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명제 쉼터로 차량 이동했다.
4구간의 시작인 번송치(지도상에는 반씨재)에서 옥녀봉 삼거리를 지나 국사봉(464m)으로 가는 중간에 지친 발걸음으로 숲속길을 헤쳐가다보면 명제 쉼터를 만날 수 있다. 잔디밭에 벤치와 탁자가 있고 한쪽에 여물통?이 놓여져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쉼터 오른쪽으로는 아주동 안골로 내려가는 임도가 나있다. 왼쪽으로는 문동리로 가는 길이있고 그전에 문동폭포를 만날수있다. 문동폭포는 거제지맥에서 볼수 있는 유일한 폭포다.
쉼터에서 옥녀봉 삼거리로 조금 역주행하여 들어가니 전망대가 나온다. 옥포만과 대우조선해양이 정면으로 보인다. 이름하여 대우조선 전망대다 클럽 회원 대부분의 대우조선 소속이라서 전략적으로 키운 전망대가 아닐까?
종주답사팀은 다시 지원차량으로 이동 거제지맥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산이자 거제 10대 명산중의 하나인 대금산으로 향했다.
정골재에는 상포로 가는 임도가 나 있어 차가 올라갈수있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자 숨이 턱 막힌다. 거침없이 오르는 클럽 회원들은 거제지맥정도는 아침 산책코스정도로 생각하는건 아닌지. 정말 동네 뒷산아닌가.
조금뒤 바위들이 나타나면서 정상이 보인다. 맑은 날씨는 아니지만 회색구름 사이로 남해의 섬들이 떠있다. 정상에는 허물어진 기우단이 있고 삼각점(거제 23 1992년 개설)을 발견할수 있다. 대금산은 해발 438.4미터로 신라 때 쇠를 생산했던 곳이라 하여 대금(大金)산이라 유래하였으며 산세가 순하고 비단 폭 같은 풀이 온 산을 뒤덮고 있어 크게 비단을 두른 산이라 하여 대금(大錦)산 이라고도 한다.
대금산 사면에는 진달래군락지가 있어 봄이면 진달래가 온산을 붉게 불태운다고한다. 오죽하면 산이름도 대금(大錦)산이겠는가. 매년 4월이면 대금산 진달래 축제가 열리는데 태풍매미와 한파의 영향으로 진달래가 충분히 피어나지 못해 3년째 축제가 열리지 못하고 있다고한다. 회색구름이 짖어지더니 기어이 비를 뿌리기사작한다. 빗줄기를 피해 급히 하산하는 종주팀 뒤로 제때 봄옷을 입지 못한 대금산이 더욱 처량해보인다. 다시 분홍 비단으로 덥혀 제 이름값을 하기를 기도해본다.
대금산 정상에서 동쪽의 시루봉(지도상에는 증봉)거쳐 남동쪽 산사면을 따라 내려가면 상포임도를 지나 외포로 나가 기나긴 거제지맥 종주를 마감할수있다.
[월간 사람과산]
[출처] 거제지맥 50.5km|작성자 kman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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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앉아서 거제종주를 하니 미안합니다.
애쓰신 종주기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