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씨엘 *
김해경
그녀의 눈에서 물안개를 본다
‘십 년을 눈이 호강했어’
일 년 전 카페를 닫은 그녀의 목소리가
여름 풍경을 그린다
산마다
장마가 만들어 낸 섬을 만난다
도시는 잠시 쉬어간다
오래전 안개가 강가를 덮었을 때
그것을 안개꽃이라 했다
장마에 강이 범람할 때나
비 개인 다음 날 햇살이거나
풍경을 바라보거나
그곳을 지나갈 때나
머무를 때
서성거리며 콘수엘로 러브테마를 듣는다
거대한 강물앞에서 아쉬움을 놓아버린 자리
안개를 벗은
그녀의 목소리에 물기가 묻어난다
파랗게 짙게 번진다
*춘천 동면 솔밭 인근에 있었던 카페
나무가 베어지던 날
김해경
이층에서 한참을 내려다보는 거야
밑동이 잘린 큰 나무속이 뻥 뚫렸다는 거
푸른 잎을 가진 나무가
꼿꼿하게 병들어 가고 있었다는 거
무성한 잎 속 속을 알 수 없는 거지
어머니의 탄식처럼
‘내 속이 문드러져’ 이런 말
할 일을 마친 나무가
속이 빈 채로 드러누웠어
쓸쓸했어 내 속이 속이 아니었어
나무 아래 비를 피했었지
쨍쨍한 햇볕 속에 숨 기도 했어
밑도 끝도 없이 내주기만 했던
집 한 채가 사라진 그 휑한 자리를
속이 비어 가는 나를 모르는 거야
트럭에 실려 가는 나무를 따라
너의 그늘을 거닐어 봐
카페 게시글
★2024 원고 검수방
Cafe, 씨엘 *외/김해경 ㅇ
나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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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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