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천장어 / 이용호
바람이 너를 만나 더욱 아름다워졌을 것이다
하늘도 휘돌아 나가 끝내 도달하지 못한 곳
이곳에서 퇴로를 잃은 채 숨 겨워하며
어디든 떠나갈 수도 있는 모든 물결들까지도
한사코 풍천에 뼈를 묻겠다고 한다
갯지렁이들도 제 몸을 강물에 한 번 씻고는
이내 아름다워질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던 밤
오랜 세월 기다리던 그대는
아직도 이곳에 오지 않을 거라며
수없이 발설하는 물결들이 떠돌아다닌다
별들의 지문이 닿을 수 없는 곳에서
갈대의 지난한 부음을 듣는 시간
기다림이란 결국 바람에게 인사를 하면서
먼 순례의 길을 뚜벅뚜벅 건너가는 것이다
노을이 제 몸을 서서히 배설하기 시작하는 강둑
제 한 몸 부대끼기에도 벅찬 여울들을 밤새워 흐느끼다
철야 작업에 지쳐 제 몸의 때를 벗겨 공양하는데
갈대숲에서 치어들을 감싸 주던 별들마저
긴 생명의 길목으로 숨어 버리는 날
성호를 그으며 휘몰아치는 바람에도
촘촘한 그물로 하루를 쵷처럼 보내는
고깃배들과 힘겨운 사투를 벌이더라도
나는 결코 이곳에서 무릎을 꿇지는 않으리라
그물이 휘몰아칠 때마다
태평양 망해에서 괌에서, 사이판에서
단련된 지느러미 근육들은 힘찬 날갯짓을 하고
바다의 길목에서 교향곡을 울리며 사라져 간
기나긴 여로의 동료들을 그리워한다
스스로 단련되는 것들은 뒷모습도 아름다우리
아득하게 그물이 비명처럼 떨어지던 때였다
물결에 튀긴 온비늘이 서서히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