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바로 다음해에 제작된 [회색나무] (1911)에 이르면 대상이 된 나무는 여전히 나무임을 알아볼 수는 있으나 훨씬 더 간단해 졌다. 이렇게 사물의 형태 및 색채를 간략하게 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몬드리안은 사물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하였는데, 1912년 제작된 [꽃피는 사과나무]에 이르면 제목을 보고서야 이 작품이 나무를 대상으로 하여 제작된 것임을 알 수 있게 되며,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나무](1913)에 이르면 화면은 최소한의 색채와 선만으로 이루어짐으로써 제목을 확인하고서도 화면 속에서 나무의 형태를 파악해 내기는 쉽지 않게 된다.
이러한 단순화 과정을 통해 몬드리안의 화면은 최종적으로 빨강, 파랑, 노랑의 3원색과 흰색과 검정색, 그리고 수직과 수평의 선과 그것들이 교차하는 선만이 남게 되는데, 몬드리안은 이와 같이 가장 기본적인 조형요소 만으로 사물의 본질을 드러낼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러한 몬드리안의 믿음을 반영한 작품이 이 글 도입부에서 본 [빨강, 파랑, 노랑의 구성]인 것이다. 이렇게 사물의 보편적인 본질을 파악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몬드리안은 20세기의 추상미술의 선구자가 됨으로써, 이후 그의 미술 이론으로부터 영향 받은 많은 미술, 건축, 디자인 운동이 전개된다.
한편, 몬드리안은 자신의 작품이 사물의 본질을 드러내는 요소로만 이루어진 것이기에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으며, 이렇게 이루어진 추상미술이야말로 순수함과 완벽함, 조화와 균형을 관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처럼 몬드리안과 그의 동시대 작가들이 염원한 전 인류가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인 회화 언어로써의 추상미술에 대한 바람은 그러나 관객들로부터는 어려운 그림, 혹은 이해할 수 없는 그림이라는 평가를 받게 되는데 이는 역사의 아이러니라 아니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