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홀트 메스너 지음, 모명숙 옮김
2006년 11월 17일 1판 1쇄 발행을
민음사출판그룹 (주)황금나침반에서
하다.
나를 슬쩍 훑어보고는 제 갈 길을 가는 게
보통이었다. 마치 내가 자기들의 현실과
무관한 것처럼 말이다.
유목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적다. 건강한
가축들, 약간의 가재도구, 온갖 바람과
날씨에도 끄덕없는 둥근 펠트 천막이 고작이
다.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한여름밤의 폭염
속에서는 단지 살아남기 위해 내 에너지
전부를 동원해야 했다.
' 정신 차려야 해. ' 나는 이런 생각을 혼잣말
로 중얼거렸다. 나 자신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지혜를 지금 써먹어야 했다. 한탄해 보았자
아무 일도 되지 않는다.
바람이 몰아쳐 내 얼굴에 닿았다. 서풍이었다!
이 맞바람이 밤중까지 계속된다는 것을 알았
지만, 나는 결연한 태도로 바람에 맞서 걷기
시작했다. 바람 때문에 제대로 걷기가 어려
웠다. 너무 천천히 걸어 간다면 이 바람 때문
에 내가 죽을 수도 있었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계속 걷는 것 말고 없었다.
' 걸어야 해. 계속 걸을 수밖에 없어. '
아침이 되자 별들이 사라진 하늘에 구름이 꼈다.
울란바토르 비행장에서 택시를 타고 칭기즈칸
호텔로 갔다. 이곳에서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욕실과 2인용 침대가 있는 방을 예약했다.
밖에서는 한창 건물을 짓는 중이었다. 골조의
포장이 바람에 펄럭였고 사방에서 망치 소리가
들렸다. 나는 우선 목욕을 한 다음, 호텔 입구에
있는 홀에서 커피를 마시며, 불그스름한 화강암
바닥을 걸어가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나는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 나는 침대에 누워
독일 방송의 뉴스를 보다가 천장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어른거리던 그곳에서의 모습이 점점
더 분명해졌다. 힘들었지만 잘 견뎌 낸 시간들
을 생각하자 눈이 커졌고, 손바닥이 따끔거렸
고, 심장 박동마저 빨라졌다. 긴장이 서서히
풀리자, 처음에 느꼈던 불안이 상당히 가셨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는 동안 내 마음이 다시
사막에 돌아가 있었다. 나는 어느덧 다시
혼잣말을 중얼거렸는데, 이는 몇 주 전부터
몸에 밴 습관이었다. '이번에도 정말 운이
좋았어! 하지만 이와 비슷한 여행은 앞으로
불가능한 거야. 더 이상 이런 여행을 못하겠지.'
글로벌化(화)로 인해 몽골 역시 변할 것이다.
고비 사막에서의 유목 생활 방식도 변화에
순응하지 않으면 사라지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