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행 소감

<A name="[문서의 처음]"></A> 포르투갈 스페인 프랑스 성모 발현지 성지순례기      5월 3일 이른 아침 파티마를 시작으로 우리의 순례가 시작되었다.  넓디넓은 광장에는 1917년 5월 13일부터 5달 동안 6차례에 걸쳐 성모님이 발현하셨던 소박한 성모님 발현 성당과 로사리오성당이라고 하는 바실리카식 대성당이 자리 잡고 있다. 광장에 무릎을 꿇은 채로 기도하며 성당으로 들어가는 긴 길이 있는데 기도의 정성이 더 더해지는 것 같다.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칠 때에 다른 순례자 그룹과 마주칠 때마다 반가움의 인사를 나누었다. 우리는 세 어린이 생가를 방문하며 성모님이 그 당시 세 어린이에게 주셨던 메시지가 특별히 지금 우리나라에 주시는 메시지라는 것을 묵상해 보았다. 여러 경당들 가운데 성체흠숭성당에서 우리만의 미사를 봉헌했다. 해외성지에서의 첫 미사! 감회가 새로웠다. 우리를 이곳에 초대해 주심에 모두가 감사의 목이 메이는 순간이었다. 밤에는 세계에서 온 순례자들과 함께 각 나라말로 하는 로사리오 기도와 촛불행렬에 참가했다. 우리 팀도 대표 한분이 한국말로 성모송을 하였다. 나라도 말도 제각각 이지만 같은 의미로 같은 마음으로 하느님을 흠숭하고 찬미의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 이렇게 북받혀 오를 줄이야! 그야말로 주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밤’ 이었다.    유럽의 땅 끝 포르투갈 파티마에서의 순례는 고요함속에 외딴곳으로 가서 쉬시며 기도하신 예수님과 같이 차분하고 정화된 마음으로 하는 피정의 느낌이었다.    5월 4일 아침 파티마의 순례를 마치고 스페인 국경을 넘었다. 대 데레사의 땅, 십자가의 성 요한, 이냐시오 데 로욜라와 같은 대 성인들을 배출한 스페인! 먼저 유서 깊은 대학의 도시, 1250년 현존하는 최고의 대학이 세워졌던 살라망카는 중세 스페인 정신문화의 중심도시였다고 한다. 중세의 내음이 나기 시작하는 이 살라망카 대성당과 거리를 보며 이건 서막임을 나중에 가서 알았다.    살라망카(Salamanca)에서 동쪽으로 20km 떨어진 작은 마을 알바 데 또르메스(Alba de Tormes)로 갔다. 성녀 대 데레사가 생을 마감한 곳이다. ‘인생은 하룻밤을 지새우는 초라한 숫막’ 이라 하였듯이 예순일곱의 숫막살이가 끝나 그 심장의 고동이 멎어버린 곳. 알바 데 또르메스의 anunciacion 수도원에는 성녀의 썩지 않은 심장과 부러진 왼쪽 팔이 보존되어 있었다. 이곳에서 두 번째 미사를 봉헌하고 다시 대 데레사의 도시 아빌라로 향했다.      11세기 무어인들(지금의 무슬림)의 공격으로부터 도시를 지키기 위해 건설한 성벽이 아직도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아빌라 성이 보인다. 아빌라 시가지에서 역시 가장 높고 웅장한 건물인 Catedral은 단지 예배만을 위한 장소가 아닌 성의 외벽과 이어져 방어의 기능도 했다 한다. 아빌라는 1515년 대 데레사 성녀가 태어난 곳이다. 생가 터에는 그녀의 유품들을 모아놓은 박물관과 성당이 있다. 살아계신 예수님과 성모님께서 우리에게 끝없이 메시지를 주심과 같이 400년전의 성녀 예수의 데레사도 그의 흔적과 글들을 통해서 현대를 사는 우리 곁에 살아 숨쉬고 있음을 느꼈다.      5월 5일, 성녀가 개혁 가르멜을 창립하기 전 27년간 몸 담았던 Encarnacion (육화, 강생)수녀원을 방문하여 미사를 봉헌하고 나서 스페인 카톨릭의 총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고도의 톨레도(Toledo)로 이동했다. 프랑스 고딕양식을 기본으로 한 똘레도 대성당의 그 화려함과 정교함, 장엄함에 우리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다른 성당들도 그렇지만 이곳은 카메라 촬영이 더욱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그렇지 않았다 한들 그 구석구석 수 많은 걸작품들을 무슨 수로  개인 카메라에 다 담을 수 있었으랴?  우리 일행 중 몇몇은 아예 똘레도 성당 화보책자(한글버젼)를 샀다. 똘레도 성당에 대해 소개하자면, 266년의 공사기간을 거쳐 1493년에 완공되었으니 얼마나 설명이 길어질지는 짐작하고도 남겠다. 백문이 불여일견!     스페인의 화가 엘 그레꼬의 그림 중 '오르가스백작의 매장'으로 유명한 산또 또메 성당에도 들렀다. 또메는 화가겸 조각가이다. 이 성당은 세계의 관광객들이 작품을 보기위해 더 더욱 찾는 곳이라고 한다. 성당들이 이렇게 화려할 필요가 있는가? 교회가 이렇게 부자여도 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그 작품 하나하나에 담긴 신께 대한 인간의 흠숭과 찬미와 정성의 표현이라고 봐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간의 위대한 작품은 곧 하느님의 작품이기에...     아, 똘레도에서 또 기억에 남는 게 있다. 이름은 잘 모르겠는데 기원전 약 200년전에 만들어져 지금까지도 건재한 다리! 소름끼치는 역사적인 그 다리에서 우리는 물론 기념촬영을 빼 놓을 리 없었다. 이렇게 이곳 스페인 중부에서 우리는 타임머신을 타고 와 있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5월 6일은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의 명소들을 둘러보았다. 스페인의 유명작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동상이 있는 스페인 광장, 마요르 광장과 세계 3대 미술관 중의 하나인 프라도 미술관을 관람했다. 중세 사회와 종교미술을 엿 보며 묵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엘 그레꼬의 ‘베드로 사도의 눈물’은 우리 모두가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인상 깊게 공감했다.     다음 행선지는 사라고사(Zaragoza), 스페인이 낳은 또 하나의 종교화가이자 궁정화가인 프란시스코 고야의 고장이기도 한 이곳은 우리가 몰랐던 최초의 성모님(생전) 발현지라고 알려진 Pilar(기둥)성당이 있다. 이 성당은 스페인에서 순교한 사도 성 야고보를 기려 건립된 기념주 위에 성모마리아가 AD 40년 1월 2일에 나타난 것을 기념하여 지어졌다. 야고보 사도는 주님의 말씀을 땅 끝까지 전하고자 지팡이와 가리비만 매달고 떠난다. 그러던 중 이곳 에브로 강가에서 쓰러져 좌절하고 있을 때 기둥위에 서 계신 성모님께서 발현하시어 “내가 너에게 힘을 줄 것이며, 이 땅에 초석이 되게 하리라”고 하셨다고 전해진다. 어린 아기들을 데리고 방문하는 순례객들이 눈에 많이 띠었다. 스페인 카톨릭 신자라면 누구나 어릴 때에 필라르의 성모님께 봉헌하는 것이 관례란다. 대성당 내의 여러 경당들에서 동시에 자기나라말로 순례자들의 미사가 봉헌되며 그 중 La Capilla de San Antonio에서 우리 일행도 미사를 봉헌했다. 다시금 우리가 지구반대편에 와 있고 세계가 하느님을 찬미하고 있음을 실감했다.      5월 7일, 다민족이면서 지방색이 강한 스페인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여유롭다는 바르셀로나로 향했다. 항구 도시 바르셀로나는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활기차 보였다. 스페인에 오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요리 Paella와 Tortilla를 맛보고 나서, 우리는 너무나도 유명한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의 성가정(Sagrada familia)성당과 카사밀라 저택, 구엘공원의 건축물들을 여유있게 둘러보았다. 자연에 영감을 받은 초현실 주의적 세기의 건축가, 천재 건축가로 불리는 가우디의 작품들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 없이 감탄을 자아낸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내 취향은 아닌 듯하다. 어쨌든 바르셀로나는 가우디가 먹여 살린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하겠다.      5월 8일에는 바르셀로나의 관광 쇼핑 명물 람블라스 거리(일요일이라 문 닫은 가게가 대부분)를 지나 올림픽 스타디움,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황영조 선수가 투혼을 다한 몬주익 언덕을 가보지는 못하고 바라보며 지나갔다. 오늘의 하일라이트는 절벽위의 수도원 몬세랏(Montserrat)이다. 14세기 발견된 검은 성모자상을 보기 위해 수많은 순례자들이 이곳을 찾는다. 흑인성모님이라는 의미의 Black Madonna인줄 알았더니, 신자들이 밝혀 놓은 초로 인해 검어 졌거나 은으로 만든 상이 산화해서 검게 변했다는 두 가지 설이 있다. 기암 괴석위의 베네딕토 수도원은 봉쇄구역이라 방문이 불가했다. 하지만 수도원에서 지은 몬세랏 대성당에서의 주일미사봉헌은 우리 일행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우리 신부님도 세계에서 모인 사제들과 함께 중앙제대에서 집전하셨다. 비록 그곳 고유의 언어인 Catalan어로 하여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성체성사로 세계가 주님 안에 하나라는 것을 보여준 일치의 장이었다. 아무 때나 들을 수 없다는 수도원 소속 몬세랏 소년합창단의 천상의 하모니는 특별히 그 감동을 더하는데 충분하였다.    5월 9일, 바르셀로나를 끝으로 스페인 일정을 마치고 우리는 피레네 산맥을 넘어갔다.  굽이굽이 험한 길이긴 하나 프랑스로 가는 바깥 풍경이 참으로 예뻤다. 순례기간동안 하루하루가 더 기대되고 기다려지긴 모두가 마찬가지였으리라. 오늘 가는 곳 역시 꿈에 그리던 루르드 성모님! 드디어 Lourdes입성이다. 무지하고 순박했던 소녀 베르나르데뜨 앞에 성모님이 발현하신 마사비엘동굴(La Grotte de Massabielle)에서 먼저 조배 하고나니 때 마침 성체 거동행렬이 로사리오 성당 앞에서 막 시작 되어 우리도 합류하게 되었다. 각지에서 모인 수많은 장애인들과 봉사자들, 그리고 순례자들이 뙤악볕 아래 물결을 이루었다. 약 3만명의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성 비오 10세 성당에서 성체거동을 마치고 나와 발현장소 바로 위쪽에 제대가 위치한 무염시태 성당(Immaculee conception)에 들어갔다. 성모님께서 이곳에 성당을 짓도록 요청하신 곳이다. 루르드 첫 날은 이 성당내의 성 안나 경당에서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 때에 우리의 성가 소리를 듣고 난 현지 가이드 수녀님이 로사리오 촛불행렬에 우리도 참여하기를 제안하셨다. 파티마에서의 밤이 재현되었는데 그 행렬의 규모가 파티마에서 보다 더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각국에서 모인 대표들 사이에 우리 일행도 몇몇이 대표로 Ave Maria를 열창하며 우리말로 성모송을 했다. 각 나라 언어 속에서 우리도 이곳에 왔음을 성모님께 알리는 목소린 듯 했다.      루르드에서의 이튿날, 기적수 침수가 9시부터 두 시간동안 있는데 우리는 혹시라도 늦어서 못 할까봐 아침식사도 거른 채 일단 가서 줄을 섰다. 기다리는 내내 순례자들의 각 나라말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로사리오 기도에 우리도 동참했다. 약간의 호기심과 막연한 기대로 들어간 기적수 체험!! 쌀쌀한 아침공기에 떨면서 기다리다 얼떨결에 중얼중얼 기도하고 첨벙 들어간 얼음장 같은 물. 침수 후 수건으로 물기를 닦지도 않고 다들 옷을 입고 나오는데 몸살이라도 날줄 알았던 몸이 이상하게도 뽀송뽀송하고 너무나도 상괘했다. 이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마시고 거기서 씻어라’하신 성모님의 말씀이 귓가에 맴돈다.    무염시태 바실리카와 로사리오 성당 중간에 위치한 성인들의 유해를 모신 크립토(Crypto)성당에서 오늘의 미사를 봉헌하고 베르나르데뜨 성녀의 생가, 발현 박물관 등을 가이드의 안내로 쭉 둘러보았다. Exsultate Jubilate(환호하라 기뻐하라)! Laudate Dominum(주님을 찬미하라)! 아름다운 노래가 흘러나오며 매일 같은 시간에 반복되는 성체거동과 로사리오기도 촛불행렬의 밤에 우리는 또 다시 참여했다. 어제는 미쳐 못 보았던 조그만 다리를 건너 가브강이 흐르는 무염시태 성당 뒤쪽의 아름다운 전경에 감탄하며 촛불행렬에 더욱 정성스럽게 목청을 높였다. 끝으로 친교의 악수를 청하는 외국 순례자들과 평화의 밤 인사를 나누고 숙소로 돌아왔다. 기적을 바라고 온 사람도 있겠고, 저마다의 크고 작은 지향을 갖고 온 이곳에서 우리는 가시적인 기적이 아닌 주님 안에 모두가 하나 되는 기적을 보았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5월 11일, 조식 후 호텔에서 싸 주는 도시락을 들고 우리는 빠리행 TGV열차에 올랐다. 기차 연착과 빠리-몽빠르나스역내 주차장 혼잡으로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기적의 메달 성당엘 도착했다. 1830년 7월 18일 빠리의 뤼 뒤 박(rue du bac)에 있는 사랑의 딸회(쌩 뱅쌍 드 뽈과 쌩 루이즈 마리약이 창립자) 꺄트린느 라부레수녀에게 발현하신 성모님께서 이 기적의 패를 지니는 사람은 누구든지 큰 은총을 받을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기적의 메달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새겨져 있다. <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여! 당신을 의지하는 우리를 위하여 기도하소서.> 1858년 루르드의 베르나르데뜨에게 발현하셨던것 보다 약 30년 앞서 성모님의 발현을 체험했고 이미 원죄없으신 마리아라는 메시지를 들은 바 있는 꺄트린느 라부레 수녀의 시신이 이 곳 기적의 메달 성당에 보존되어있다.    다음 행선지는 한국 103위 성인 중 성직자 열 분이 소속되어 계신 빠리외방전교회이다. 1658년 창설된 빠리외방전교회는 한국교회뿐 아니라 베트남과 중국 천주교에서도 많은 희생을 치루고 목숨을 버려 신앙을 지켰다. 이곳 박물관에는 우리의 성 김대건안드레아신부님의 친필 글을 비롯해 한국교회와 관련된 여러 가지 자료들도 볼 수 있었다. 미사 내내 이분들께 대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방명록에도 그저 감사하다는 말 밖에는 달리 쓸 말이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순례 날, 몽 마르트르(순교자의 언덕) 위에 있는  예수성심(Sacre Coeur)성당을 방문했다. 성당 정면에는 프랑스에서 가장 추앙받는 구국의 성녀 Jeanne d'arc상이 있다. 비잔틴 양식의 대성당의 돔에서 아름다운 빠리 시내를 한 눈에 전망할 수 있다. 예수성심성당은 전쟁의 패배로 침체의 늪에 빠져 있던 프랑스 국민의 사기를 높이고 가톨릭의 숭고한 신앙심을 호소할 목적으로 이처럼 눈에 잘 띄는 곳에 세워졌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청소하는 분들이 곳곳에 눈에 띄며 깨끗하게 관리가 잘 되는 성당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성체조배를 마치고 이곳 지하 경당으로 내려가 미사를 봉헌했다.    그밖에 빠리 시내의 명소들을 골고루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유럽의 수많은 노트르담 성당 중에 단연 으뜸인 Notre Dame(직역하면‘우리의 어머니’) de Paris를 방문했다. 빠리교구의 주교좌 성당이다. 이 성당을 잠깐 소개하자면, 쎄느강 씨떼섬(우리 한강의 여의도처럼)에 있고 자연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대표적인 고딕양식의 성당으로 스테인드 글라스가 백미라고 한다. 이토록 아름다운 성당에서 우리의 순례일정을 마무리하며 모두의 힘을 모아 기도해 본다.      평화의 모후여(Notre Dame de la Paix), 성녀 카타리나, 루르드의 성모여, 성녀 베르나르데뜨, 필라르의 성모여, 성 사도 야고보와 예수의 데레사여, 파티마의 성모여, 우리를 위하여 빌으소서(Priez pour nous!).      이상으로 성모님을 통하여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우리의 순례여정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