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정오, 명동 ‘YWCA 서울’, 한국여성의 요람, 기독교 정신의 중심인 이곳에 한단비(Jenny Han)의 밸리댄스 『하비비다』( 사랑해요 )초청 공연이 있었다.
모래 바람을 곁에 두고 야자수를 벗삼아 여흥에 사용되었던 춤, 이제는 아랍 문화의 중심 춤이 된 밸리 댄스이다. 이 춤이 경건과 엄숙의 상징인 공간에서 역사적으로 선을 보였다.
화려한 조명과 운집의 개념을 우회하여 밸리의 핵심과 전형을 보여준 이번 작품은 탐닉과 추방의 개념에서 클래식으로 진화된 밸리 댄스의 현상을 체험할 수 있어서 흐뭇하였다.
고대 이집트,터키,동부지중해,발칸지역.중동지역의 전통춤이 서울의 YWCA 공연장에서 선보여진다는 것은 기독정신의 핵에서 무슬림의 춤이 부화되어 알를 깨고 나오는 듯한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의미가 된다.
터키 향신료로 조리된 아침 카레와 같은 자극과 세미 관능적 풋풋함이 가미된 단비의 밸리 미학은 전범의 통과의례를 호되게 치른 셈이었다.
원래 밸리댄스는 관능적·열정적 춤으로써 여신의 이미지를 재현해 내는 춤이다. 이 춤 속에는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고, 새 생명을 잉태하는 주술적 종교적 의미가 담겨져 있다.
밸리댄스의 대표적 표현작품 『하비비다』는 아랍어의 의미로 ‘I LOVE YOU’에 해당된다. 이 사랑의 춤은 중동 문화의 주류인 이슬람 가에서 전통 여성 복장에서 얼굴과 몸을 가리고 눈 부분만 보이게 하는 베일을 사용한다.
한단비는 하늘을 향한 인간의 순수한 열정을 보여준다. 몸이 써 내려간 미학은 떨림과 터닝의 변주 속에 웃음과 손이 만들어 내는 리듬예술의 기본들을 차분하게 훑어 내려갔다.
한단비의 밸리 댄스는 모던 댄스의 역동성과 뜨거움, 뱀과 같은 다양한 모습의 연출, 박에 맞춘 몸의 탄력, 몸의 박과 사운드의 타악이 어우러진다. 특히 윙을 가지고 주제를 잡은 작품들은 단비가 편곡한 퓨전 작품 이다.
독창성과 참신함으로 신비로움과 호기심 불러일으키며 아시아적 가치를 창출한 이 작품은 짧은 3부로 나뉘어 지며 분위기를 조절해낸다. 강인한 생명력, 대지의 신비, 자연의 힘, 풍요를 표현하는 『하비비다』, 도니제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서 ‘남 몰래 흘리는 눈물’을 편곡한 밸리 댄스, 밸리 댄스 중 아메리칸 캬바렛 스타일의 대표적 윙을 사용하여 웅장함과 화려함을 표현한다.
닫힌 영역에서 열린 영역을 추구하며 저돌적으로 돌진하는 단비의 춤은 몰입, 접신의 경지를 오간다. 그녀의 심연에서 퍼져 나오는 울림은 파장을 타고 시간을 기다린다. 밤은 몰입에 더 없이 좋은 시간대 이다. 그녀의 춤은 시간이 경과할수록 만다라와 어울리고, 모로코의 혼절에 가까운 연기를 닮을 것이다.
단비의 황금 날개의 비밀은 다양한 배색의 신비를 기호와 상징으로 보여준다. 단비는 춤춘다. 속삭이듯 웃는다. 경건함과 관능이 교차되는 순간의 긴장을 창출하는 테크닉이 뛰어나다. 펄럭이는 천은 감정 변화와 기교의 확대성을 보여주는 장치이다.
단비가 갖고 있는 황금 밸리의 전설은 아직 많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장석용(문화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