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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고전회화와 영화영상의미
영화 프레임의 고정성과 광학의 화면구성원리는 기술상으로 스크린의 이미지가 초점투시법으로 이차원 평면에 펼쳐진 삼차원공간의 환상임을 결정하는 것이다. 영화가 객체세계를 재현하는 심도감과 진실성은 비록 기계의 복제 기능으로 인하여 사실적으로 나타날 지라도 오히려 서방의 사실주의 회화의 조형법칙(造型法則)과 서로 일치한다. 이것은 다음과 같다: 즉 초점투시를 원리로 삼아 관찰자의 위치, 시점, 프레임이 고정된 각도에서 대상을 표현하고 기록하며, 화면중의 물체가 가까우면 커지고 멀어지면 작아지며 중심점을 향하면서 사라지는 심도효과가 나타나도록 한다.
15세기이후로 유럽의 회화는 초점투시의 원리에서 날로 완벽해지는 조형과 색채기교로 풍부하고 다양한 심도공간을 나타내며, 사실주의 회화의 “담화”를 확립하였다. 이것은 일종의 심미원칙이며, 또한 일종의 의식형태효과이다. “(1) 고전 구상 회화는 일종의 담화이다. 이러한 담화는 구상코드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코드는 직접적으로 의식형태에서 생긴 것이며 이때문에 역사가 변화함에 따라 변화한다. (2) 이러한 담화는 미리 주체의 역할을 규정하였으며, 따라서 이러한 회화의 독해도 미리 결정하였다. ....... (3) 상상층과 주체에 대한 이러한 사용은 Oudart가 ‘재현작용’이라고 부른 체계의 존재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이 체계는 회화, 주체및 그들간의 관계를 포함하며 재현작용체계는 이 관계에 대하여 엄격한 규제를 가한 것이다.”1) 말하자면 고전회화언어는 이 두 측면을 통하여 그 의식형태기능을 구현한 것이다. 이것은 한편으로 회화 기법의 사실성으로 구상 코드의 존재를 숨겼으며; 또 한편으로는 시점의 규정성으로, 즉 보여지는 그림은 무대와 같으며, 보는 사람(주체) 또한 이것과 서로 대응하는 또 다른 무대를 차지하고 있으며 게다가 주체의 위치는 초점투시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 볼 수 없는 제2의 무대와 그 시점은 바로 회화언어의 규제와 동화작용을 의미하고 있으며, 게다가 이 체계는 고전 영화의 “봉합”이론과 인도부호(tutor-code)를 분석하는 전제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동방회화의 중요한 한 계통으로서의 중국 고전회화의 조경이론은 서방회화와 현저하게 다른 점이 있다. 이러한 구별은 우선 관찰자 위치, 시점과 프레임이 고정되지 않는 것으로 표현된다. 중국 고전 산수화와 인물화는 대부분 수직과 가로로 배경을 고르고 배치하며, 비창틀식으로 상하좌우로 자유롭게 펼쳐지는 화폭은 유동적인 시점과 개방적인 시간의 흐름을 암시한다. 바꿔 말하면, 그것은 정지된 평면위에 시간차원을 지닌 공간을 세우려는 시도이다. 다른 것은 서방 고전회화의 시간차원은 종심방향으로 뻗어 나가는데 비하여 동방회화는 상하와 좌우의 평면 방향으로 펼쳐 나가는 것으로 더욱 많이 구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동방회화는 비초점투시, 반투시와 다중투시체계이다. “19C 낭만주의 회화의 풍경은 자연계에 변형을 가한 것으로 그림의 풍경은 모두 단안투시성을 가지고 있으며, 모두 한 주체의 눈으로 바라본 풍경이다. 이런 풍경은 일본 풍경화의 다중투시성과 매우 다르다. 후자는 두 무대체계의 가시부분이 아니다.”2) 일본회화와 중국회화는 체계상으로 일치하기 때문에 위의 인용문을 논증으로 삼을 수 있다.
중국고전회화의 (1)유유히 떠다니며, 둘러보는 시점과 자유롭게 펼쳐지는 프레임; (2)조형과 채색의 비사실성은 상징적인 부호를 구성했다. 이 회화 체계는 부호의 존재를 숨기지 않았을 뿐 아니라 반대로 부호의 조종 기능을 강화시키고 나타냈으며, 거리두기효과를 만들었다. 마치 어느 회화이든 모두 그 텍스트의 能指(signifier)로 감상자로 하여금 회화가 규정한 빈 부분을 채워가며 한폭의 고대중국 산수화 앞에 서게 한 것처럼 감상자의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시점은 은근히 부호의 특정한 조종을 내포한다. 그 것은 비록 서방 고전회화의 창틀식(window-frame)의 시선 인도와는 다르지만 유동적인 시각 자체는 일정한 철학관념 지배하의 공간의식을 갖추고 있다.
중국 고전 산수화에는 도가와 선종사상이 담겨있어 공간의식상으로 “박대(博大:넓고 깊다)”와 “태허(太虛:공허하고 적막한 경지)”로 구현된다. 세로축과 가로 두루마리의 배치는 공간이 끊임없이 확대된 부호화의 구체화이며 절대대(絶對大)와 장엄미(壯美) 이 미학개념은 고대문장중에서 반복적으로 논해 왔다. 노자가 말하기를 “물(物)이 뒤섞여서 이루어지니 하늘과 땅보다 먼저 존재하였다. (有物混成, 先天地生)”, “나는 아직 그 이름을 알지 못하여 이 것을 이치라고 부르며 나는 억지로 이 것의 이름을 대(大)라고 불렀다(吾未知其名, 字之曰道, 吾强爲之名曰大)”.3) 그는 또한 “큰 음악은 소리가 드물고(大音希聲)”,“큰 형상은 모양이 없으며(大象無形)”,“큰 사방은 모퉁이가 없다(大方無隅).”등의 명제를 제시하고 도(道)를 본체로 하는 공간관을 세웠다. <<易經>>에도 비슷한 논술이 있다: “커다람이 하늘(乾)의 으뜸이고 만물이 스스로 그들의 시작을 도우니 이에 모두 하늘(天)에 속하게 된다.(大哉乾元, 萬物資始, 乃統天.)”( <<乾卦. 象>>). “커다람이 땅(坤)의 으뜸이며 만물이 스스로 그들이 생겨나는 것을 도우니 이에 하늘(天)을 따르고 받든다. (至哉坤元, 萬物資生, 乃順承天.).”(坤卦.象) “굽어 보고 우러러 보아도 만족해하며 마음씀씀이가 매우 심오하다(俯仰自得, 游心太玄).”(嵇康) “가는 곳마다 돌아오지 않음이 없으니 하늘과 땅이 만나는 곳이다(無往不復, 天地際也).”(<<易經>>) “본성이 온 세상에 빠른 속도로 다다르며 마음이 흘러 다다를 수 없는 곳까지 간다(情騖八極, 心游萬仞).” 이 글중 중국 고대인의 우주관념을 모두 구체화하지 않은 것이 없다. “도(道)”와 “하늘(天)”은 절대대의 영원한 관념으로 고대 중국의 사상의식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도(道)의 커다람은 원래 하늘(天)에서 나왔으며 하늘이 변하지 않으므로 도 또한 변하지 않는다 (道之大原出於天, 天不變, 道亦不變)”는 이치는 직접적으로 시(詩), 사(詞), 회화와 희극에술의 우주관념과 신화모식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우(宇)”와 “주(宙)”는 상하 좌우 사방으로 둘러서 막힌 거대한 구체로 이해되고 있으며 우주의 영원함과 개인의 미미함은 반복하여 순환하며 천인합일(天人合一)하며, 물아(物我)간에 서로 대립하고 더욱더 어우러지는 시공관계로 된다. “우주(宇宙)가 즉 나의 정신이며 나의 정신이 즉 우주이다(宇宙卽吾心, 吾心卽宇宙).”,“만물을 갖추어 거대하고 무한한 공간을 가로 지른다(具備萬物, 橫絶太空).”,“가는 곳마다 돌아오지 않음이 없으니 하늘과 땅이 만나는 곳이다(無往不復, 天地際也).”는 모두 물아(物我)가 서로 통하고 정신이 만리까지 흐르는 천인(天人)관계를 구현하였다. 바로 이와 같은 이해에서 세로축과 가로로 펼쳐지는 식의 산수화 구도와 유동 시점의 다중투시법칙을 만들고 발전시켰다. 세로축으로 펼쳐지는 산수(山水)의 시각적 시간의 흐름은 위에서 가운데로 가운데에서 아래로, 먼곳에서 가까운 곳으로의 순서로 보여진다.4) 가로폭의 긴 두루마리가 좌(左)에서 우(右)로 향하여 끊임없이 이어져 만약 무한히 되풀이되어 펼쳐진다면 이론상으로 감상자를 원심으로 삼아 사방으로 둘러보는 원형 공간 세계를 이룬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시력이 미치는 데까지 사방을 둘러보아 만리를 꿰뚫어보니 동방회화의 핵심명제와 시각법칙이 되었으며 따라서 서방 고전 회화과 완전히 다른 기본분야를 확립하였다. “중국인과 서양인은 똑같이 무한한 공간(중국인은 太虛, 太空, 無盡無涯라고 부르기를 좋아한다)을 좋아하나, 이안에는 정신적인 경지상으로 큰 차이가 있다. 서양인들은 고정된 위치에 서서 고정된 각도에서 깊숙한 공간을 투시하며 그들의 시선은 무한대로 사라지며 무한대로 질주한다. 이 무한한 공간에 대한 그들의 태도는 탐구적이고 통제하며 모험적이고 탐색적이다.” “중국인의 무궁한 공간에 대한 태도는 오히려 고시(古詩)에서 말한 바와 같다: ‘높은 산을 바라보며 풍경속으로 한가롭게 거닐어 보네, 비록 그 곳에 다다를 수는 없지만 마음은 계속 이곳을 향하고 있네(高山仰止, 景行行止, 雖不能止, 心向往之).’ 인생은 세상에서 떠도는 나룻배와 같다. 하늘을 우러러보고 땅을 굽어보니 중류로 녹아들어가 영혼은 신선이 사는 섬을 멀리 쳐다본다.”5) 중국인은 유한(有限)한 것에서 무한(無限)한 것을 보며 또한 무한한 것에서 유한한 것으로 회귀한다. 그것의 흥취는 한번 가면 돌아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되풀이하여 선회하는 것이다.
중국 수묵산수화는 북송(北宋) 중기때부터 발생하여 남송(南宋), 원나라(元朝) 두시대까지 이어지면서 문인 사대부에 끼친 선종(禪宗)사상의 깊은 영향을 구체화하였다. 묵(墨)빛을 숭상하며 다채로운 색깔(五彩)을 배척하고 그림을 끊임없이 체험하며 커다랗고 적막한 공간을 떠도는 것은 송나라 원나라 산수화의 일관된 명제이다. “수묵화의 원리는 실제로 선(禪)의 체험에서 야기된 것이다. 동방 수묵화 중에서 구현된 소박함, 부드러움, 흐름, 깨달음, 완전함 등등과 같은 여러 가지 특성은 거의 예외없이 선(禪)과 유기적인 관계를 갖고 있다.”6) 불교가 중국으로 전해들어온 후 만당(晩唐)과 북송(北宋)에 이르러 선종(禪宗)은 더욱더 유행하였으며 불교의 모든 유파에서 우위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예술에서도 넓게 반영하고 있다. “선종의 교의와 중국의 전통적인 노장철학은 자연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 서로 비슷한 점을 갖고 있다. 그들은 모두 준범신론에 가까운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자신과 자연이 합위일체되기를 요구하며 자연에서 영감과 깨달음을 얻어 인간사의 속박을 벗어나고 마음의 해방을 얻기를 바란다.”7) 소위 고원(高遠), 평정, 정신의 공허와 거대하고 적막한 공간은 실제로 화가가 대자연에 대하여 몸소 깨닫고 어우러지는 심리적인 상황의 반영이며 또한 선(禪)의 깨달은 경지이다. 자연 경물은 붓과 먹을 통하여 “공허(空)”, “정신(靈)”의 경지를 전달하는 대상이다. 그러므로 다채로운 색깔을 배척하며 묵색을 숭상하며 황량하고 쓸쓸한 것을 좋아하고 희미함에 정성을 들이는 것은 송나라, 원나라 산수화의 특색중의 하나이다. 또 하나의 특색은 세로나 가로의 두루마리이거나 송대의 작은 폭의 산수화이든 모두 큰 공백이 있으며 구도의 중요한 요소로 여긴다. 이 것은 부감각도와 큰 것으로 작은 것을 바라보는 전경적인 배경선택때문이며 더욱이 “공백”은 도가와 선종의 철학 본체론을 구체화하였다. “기(氣)”, “공허(空)”, “무(無)”는 특정한 철학의미이며 동시에 예술의 어떤 경지로 바뀐다. “ ‘그 틈을 쳐다볼 때에 빈 공간은 공백을 낳는다.(瞻彼闕者, 虛室生白)’ 여기서 허백(虛白)은 기하학의 공간구조, 죽은 공간이 아니라 만물을 만들어내고 영원히 운행하고 있는 도(道)이다. 이 ‘백(白)은 ’도(道)의 상서로운 빛이다.”8) 송대(宋代)시인 소동파(蘇東坡)는 “정적은 고로 모든 것을 움직일 수 있으며, 공허는 고로 모든 경지를 포용할 수 있다.(靜故了群動, 空故納萬境)”고 말하였다. 이 모든 경지를 포용하는 “공(空)”은 바로 “도(道)”이다. 바로 회화의 구성과 구조안에서 존재하는 “공백(空白)”은 산수화에서 기(氣)가 넘치게하며 묵의 기는 정신을 꿰뚫고 있으며 허와 실이 상생하여 중국 산수화로 하여금 “만물이 스스로 만들어져 다스리며 우주가 영원하고 적막하고(萬物自生聽, 太空恒寂廖)”,“온갖 현상이 헛되이 많아지고 정적가운데 우주는 자신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徒然萬象多, 澹爾太虛緬)”는 경지에 이르게 한다. 바꾸어 말하면 여러 종류의 산천, 하곡, 수목의 형상이나 가지런하지 않은 봉우리, 산세는 회화 본문의 能指(signifier)를 구성할 수 있으며 “空”과 “白”은 본문중에서 암시나 모호한 상징을 의미한다. 매우 사의(寫意)적인 중국회화에서 붓과 먹, 선, 공백과 허실은 작품이 반추상적인 회화의 상태로 놓여지게 한다.
다중투시와 그림에서 내포적인 의미로 남겨둔 공백은 구체화된 작품중에 반영되며 바로 긴 두루마리식의 산수화와 끊임없이 이어지며 서로 엇갈리는 구조이다. 북송(北宋) 왕희맹(王希孟)의 작품 <<천리강산도;千里江山圖>>(51.5 1191.5cm)와 북송 장택단(張擇端)의 작품 <<청명상하도;淸明山河圖>>(24.28 528cm)는 모두 산과 물이 겹쳐지고 가로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파노라마식의 시야를 구현한다. 남송(南宋)의 하규(夏珪)가 제작한 <<계산청원도; 溪山淸遠圖>>(세로 46.5 가로 889.1cm)는 또한 희미하고 담담하며 천리까지 바라보며 큰 공백을 이미지를 연장시키는 구조요소로 삼는다. 명주로 된 부채에 그려진<<설제도; 雪霽圖>>와 같은 작은 산수화에서도 똑같은 구도원칙을 볼 수 있다. “세로로 그린 필치는 세 치이나 몇 천척의 높이에 해당하며 가로로 그린 몇 자에 해당하는 먹물은 몇 백리를 뻗어간다.(豎畵三寸, 當千仞之高, 橫墨數尺, 體百里之回) (宗炳 기원 5C)
산수화뿐만 아니라 중국 고대 인물화에서도 위의 공간이론을 구현하고 있다. 최초의 중국 인물화부터 현대 서양 유화가 전해들어 오기까지 인물화의 구성과 배경선택은 거의 모두 전신인물초상이나 군상을 받아들이며 두상이나 흉상식의 초상화 양식은 거의 볼 수 없다. 그림에서 인물 개인이나 군체는 늘 사방이 넓은 공간의 환경에 처해있으며 당나라 시대(唐代)의 <<잠화사녀도; 簪花仕女圖>>(周昉 作), <<도련도; 搗練圖>>(張萱 作)를 예로 들 수 있다. 오대(五代)의 고굉중(顧閎中)의 <<한희재야연도; 韓熙載夜宴圖>>는 문벌귀족이 향연을 베풀며 손님을 대접하는 장면을 묘사하였으며 특히 평면공간에서 가로방향으로 시간차원을 전개하며 시간의 흐름에 따른 연회의 과정을 표현하였다.
중국 고전 회화의 공간의식과 화면구조는 초기 중국영화의 영상구조와 영화언어의 구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영화발전의 여러 단계중에서 특히 탐색기와 혁신기에는 서방의 조형원칙과 중국의 전통 조경이론의 대립과 상호침투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서방의 영화이론연구와 같이 서방 고전회화의 이중무대 시스템을 통하여 서방 고전영화의 “봉합”이론을 추론하였으며 인도부호(tutor-code)의 이데올로기 기능을 드러냈다. 동방회와의 부호화 체계가 영화의 영상구조와 영화언어체계에 영향을 끼쳤는가, 어떻게 끼쳤는가는 연구해야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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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통회화의 유동시점과 공간이 펼쳐지는 특성은 중국 영화 발전사에 있어서 초기 영화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1920년대 영화 <<勞工之愛情; 노동자의 사랑>>,<<西廂記;서상기>>에서 우리는 전경(全景)적이고 평면화된 공간처리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이것은 1930년대의 <<姉妹花; 자매화>>와 <<漁光曲;어광곡>>에서도 다시 구현된다. <<姉妹花>>, 가장 전형적으로 1920년부터 1930년에 이르는 과도기의 미학 특징을 대표하는 이 영화는 거의 전경(全景)안의 가로방향 미장센으로 대부분의 주요 줄거리를 표현한다. 그후 1940년대 영화 <<一江春水向東流; 봄의 강물은 동쪽으로 흐른다>>,<<天堂春夢; 천당춘몽>>와 동방적인 정취가 풍부한 <<小城之春;소성지춘>>에서 이러한 평면적인 펼쳐짐과 유동시점은 그 진가를 더욱 발휘한다.
80년대, 중국대륙과 대만의 신영화운동은 중국영화의 가장 집중적이고 가장 급진적인 영화언어혁신으로, 매개물과 전통의 대립과 상호침투를 다시 보여준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바로 중국고전회화의 공간의식과 조경이론이 “제5세대 영화”와 “대만 신영화”의 대표적인 영화중에서 영상의미체계로 변환한다는 것이다. 부호는 두가지 매개물사이에서 오히려 새로운 시각적인 인도기능을 얻으며 전환되었다. 비록 위의 명제가 쳔카이거(陳凱歌), 티엔 쭈앙쭈앙(田壯壯), 장예모(張藝謀), 호우 시아오시앤(侯孝賢)등의 감독이 찍은 여러 영화에서 다양한 특색을 지니며 구체화되었을 지라도 본문에서는 주로 쳔카이거의 <<黃土地;황토지>>(1984)와 호우 시아오시앤의 <<童年往事;동년왕사>>(1985), <<悲情城市;비정성시>>(1988)를 논하려고 한다.
<<황토지>>는 상징적인 역사우화로, 그 의의는 영상적인 의미와 서사적인 의미 이 두 층면이 함께 완성시킨 것에 있다. 그러나 더욱 두드러지는 것은 영상적인 의미가 갖고 있는 내포와 양식화된 의미이다. 이것은 바로 서사층면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즉 개체로서의 남녀 주인공의 이미지를 부호화 형식으로 나타냈으며, 황토고원 촌민들의 혼인, 요고무와 기우제를 의례적으로(비구성적으로) 전개시켰다. 개방적이며 전체적으로 상징적인 서사층면은 영상의미에 더욱 큰 자유를 주었다. 고원, 큰 강, 황토지와 민족의 발원지를 상징하는 황하는 서사층면에서 생존환경의 의미부호로 집단을 이룬 촌민, 의식화(儀式化)행위와 함께 하나가 되어, <<황토지>>의 영상층면은 더욱 깊은 의미를 갖게 되었고 또한 반드시 갖춰야 한다.
<<황토지>>의 영상의미의 기본과제는 바로 인간과 자연, 현상과 역사, 원시의 생존환경과 군체의 생존상태의 예리한 모순을 설명하고 원생 역사와 현재 담화사이의 단절된 관계를 드러내는 것이다. 매우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의미가 중국 고전회화의 부호화 체계와 영상사이의 치환을 통하여 완성된다는 것이다.
“......<<황토지>>는 한 편의 영화로서 당대문화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였는가?
바로 당신으로 하여금 무엇을 보게 하고 어떻게 보게 하였는가? 영화중에서 화면과
시각의 중심을 반복하여 차지하는 것은 매우 놀라운 거대한 물상(物像)이다. 우리가
본 것은 심지어 ‘공간’이 아니라 단지 사람에게 정상적인 공간감을 주지 않는 ‘물상(物
像)’--인간, 하늘, 초목 만물을 포함하는 모든 것을 배척하는 토지, 인간세상과 연결된
곳이 전혀 없는 하늘, 기슭이 전혀 없고 어디에서 와 어디로 흐르는 지 방향이 없는
하천--이다. 사람들은 화면의 가장자리에 몰려있으며 땅강아지나 개미처럼 미미하고
보잘것없는 존재에 불구하다. 이뿐만 아니라 이러한 대상은 더 이상 어떠한 희극적
인 시공간이나 서사의 문맥에도 속하지 않는다. 그것은 인물의 행위와 사건 발생의 특 정한 배경이 아니며 또한 서사가 반드시 내놓아야 할 상황과 장면이 아니다. 그것은 문
명화되고 인공적인 흔적이 있는 농토가 아니다. ......이러한 물상(物像)은 이미 만들 어진 문화 암호에서 동떨어진 것 같은 것 이외에 어느 의미체계로도 분별할 수 없고 인간 의 생존과 서로 통할 수 없는 물상(物像) 자체이다.”
“영화중에서, 인간과 천지, 인간과 토지 및 하류는 화면의 비율관계에서 그 차이
가 매우 현격하다. 물상은 여지껏 인간을 둘러싸고 나타난 적이 없으며 반대로 인간
은 마치 대수롭지 않은 이 자연물의 세계중에서 하나의 모래알과 같다. 정지된 카메
라가 두드러지게 하는 것은 신하가 환경에 복종하는 듯한 인간 생존의 특징이며 화면 가장자리에서 인간은 늘 엄숙하게 물상세계의 일부분과 다름이 없다.”
“바로 물(物) 자체와 담화, 진실 세계와 의식 형태의 거대한 틈은 사람들로 하여
금 매우 놀라게 하였다. 바꾸어 말해, 황토지는 자신의 영상을 통하여 역사존재의 진실 이 물(物) 자체처럼 담화의 범위를 배제하고 의식형태이외로 배제된 것을 나타냈다.
동시에 <<황토지>>는 또한 추방된 역사에 대한 속죄를 한 것이다. 담화에 의해 숨겨진 무위, 부득이함, 침묵, 무의미가 계속 이어지는 물(物) 자체는 당신 앞에 환원되었고 발가벗겨졌다. 그 것은 침묵하는 물상, 고정된 카메라의 위치, 이루지 못한 강건너기
로 ‘물(物)’ 세계의 대상화를 완성시켰으며 우리의 무의식의 역사를 관조대상으로
만들었으며 다중적이고, 반복된 우화식의 의미를 만들었다.9)
<<황토지>>영화 텍스트는 두가지 성질의 담화충돌과 속죄를 보여 준다. 하나는 위에서 인용한 문장에서 맹열(孟悅)이 가리킨 생존진실/물 자체와 담화/의식형태의 대립(또는 틈), 그리고 추방된 원생역사에 대한 카메라의 속죄이다; 또 다른 대립은 고전 회화의 부호와 조형언어와 카메라의 재현 기능, 영상 시스템의 대립이다. <<황토지>>영상의미의 부호화 방법을 통하여 화면안에서, 고전 회화 담화의 의미에 대한 속죄나 변환이 화면안에서 드러났으며, 긴 폭의 회화에서 특정한 철학의미를 지닌 “공(空)”, “무(無)”, “태허(太虛)”는 영상세계의 물질재현중에서 영화의 물(物)의 확장으로 바뀌었다. 영화 수사상 <<황토지>>의 이러한 지향은 필연적으로 중국 주류 영화의 영상의미방식과의 단절과 반항을 일으켰다. 재미있는 것은 새로운 단절이 마침 인식에 깊이 들어가고 고전 회화의 전통을 연구하면서 영감을 얻으며 깨달음을 얻어 야기되었다는 것이다.
만약 쳔카이거의 영화가 공간투시화법에서 의미를 넓혀 간다면 侯孝賢의 영화는 영상의미체계에서 분석한다. 즉 시간상의 “공백”과 “빈 화면(虛境)”을 설정하는 것을 중시하며, 함축적인 의미와 직접적인 의미가 엇갈리는 부호를 통하여 그들의 의미를 표현하고 서술한다. 쳔카이거의 영화는 우화를 통하여 거시적으로 바라본 역사에 대한 반성에 중점을 둔다.; 侯孝賢의 영화는 친근하고 따뜻한 개인의 자서전이거나 가족의 변천사이다. 시화(詩化)된 심리묘사는 비록 40년대 중국 작가 영화의 선구자인 費穆10)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지만 侯孝賢은 조직적이고 스타일이 완전한 산문 영화로 유가 문화의 윤리정신과 향토와 서정적인 동방에 대한 전형적인 그리움을 남김없이 그대로 표현하였다. 가정은 유교문화의 상징적이고 응집력이 강한 집단으로 중국인의 내면세계를 꿰뚫어 보고 살펴보는 기본공간이다. 侯孝賢 영화의 영상의미와 수사적 기교는 바로 가정공간의 부호위에 세워지며 그의 카메라는 가정공간에 초점을 맞춘다.
“시의 방식은 대립이 아니라 상호반영과 대조로 이루어지며 극적인 갈등으로 고통을 표현할 수 없으며 결과적으로 또한 비극 최후의 ‘속죄(카타르시스)’를 쓸 수 없다. 시는 무한한 시공의 흐름과 변화를 반영하면서 인간이 그중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오히려 조금만 늦어도 사라지는 사실이라는 것을 강조한다.”12)
이 글은 단지 아주 작은 범위내에서 중국 고전 회화와 영상 표의의 관계를 논하였다. 광의에서 출발하여 이 명제를 연구하려면 반드시 중국 주류 영화 즉 극적인 구조와 “봉합”식 진술문을 기본 서사수단으로 하는 일반적인 영화를 직시해야 하고 그안의 공간의식과 부호 운용과 고전회화의 관계를 살펴 보아야한다. 그러나 중국의 시정(詩情)영화는 문인의식과 형식의 탐색이 가장 두드러지는 영역으로 여태까지 주류 영화이외에 탐색의식을 가장 많이 갖추고 있는 영화이다. 이외에도 중국 고전 회화와 일본 고전 회화가 똑같은 전통근원에속하기 때문에 그 공간의식과 화면구조, 이미지의 구조는 여러 가지 같은 점을 갖고 있으며 사실상 또한 많은 일본영화감독의 화면구성에 반영되고 있다. 동방 영화의 조형과 의미를 나타내는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비교와 종합적인 연구가 심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또 다른 글에서 상세하게 논하겠다.
註
1) D.Dayan: The Tutor-Code of Classical Cinema. 丹.達揚: <<古典電影的引導代碼>>, 중역본 李幼蒸 엮음 <<結構主義和符號學:구조주의와 부호학>>(1987년 북경삼련서점) p205
2)同上
3)老子: <<道德經>>
4)중국 송대(宋代)화가 郭熙는 공간조형(空間造型)에는 “삼원(三遠)”이 있다고 논하였다.:“산에는 삼원(三遠)이 있다: 산아래에서 산꼭대기를 우러러보니 이 것을 고원(高遠)이라고 일컫는다. 산앞에서 산뒤를 엿보니 이 것을 심원(深遠)이라고 일컫는다. 가까운 산에서 먼산을 바라보니 이 것을 평원(平遠)이라고 일컫는다. 고원(高遠)의 색은 맑고 깨끗하며 심원(深遠)의 색은 무겁고 컴컴하며 평원(平遠)의 색은 밝음과 컴컴함이 함께 있다. 고원의 형세는 우뚝 솟아 있으며 심원은 겹겹이 겹친 것을 의미하며 평원은 조화롭게 어울어저 멀고 어렴풋한 것을 의미한다.(“山有三遠: 自山下而仰山巓, 謂之高遠. 自山前而窺山後, 謂之深遠. 自近山而望遠山, 謂之平遠. 高遠之色淸明, 深遠之色重晦, 平遠之色有明有晦. 高遠之勢突兀, 深遠之意重疊, 平遠之意冲融而縹縹緲緲.”)” 宋. 郭熙:<<林泉高. 山水訓>>은 <<畵論叢刊>>(1962년 北京人民美術出版社 p19)에서 볼 수있다.
5)宗白華: <<中國詩畵中所表現的空間意識: 중국 시화중에 표현된 공간의식>> , 宗白華 著 <<美學散步>> 上海人民出版社, 1981年版 p94
6)鈴木大拙 著 <<禪與日本文化:선과 일본문화>>, 1989年 北京三聯書店版, p35
7)李澤厚 著 <<美的歷程: 미의 여정>> 1981年, 北京文物出版社, p169
8)宗白華: <<中國詩畵中所表現的空間意識>>, 宗白華 著 <<美學散步>> 上海人民出版社, 1981年版, p95
9)孟悅: <<剝露的原生世界--陳凱歌淺論:벗겨진 원생세계--쳔카이거 천론>> <<電影藝術:영화예술>> 1990년 제4기, p25, 북경, 中國電影出版社
10)費穆(1906-1951) 중국영화감독, <<城市之夜:도시의밤>>,<<香雪海:향설해>>,<<天倫:천륜>>,<<孔夫子>>등의 작품을 만들었으며, 1948년 감독한 <<小城之春:작은 도시의 봄>>는 심리묘사와 뛰어난 롱테이크로 중국시정(詩情)영화의 효시를 열었으며 80년대 海峽兩岸(중국과 대만)의 영화연구의 주목을 받았다.
11)林年同: <<中國電影的空間意識: 중국영화의 공간의식>>1984년, 香港中國電影學會 p66
12),13)吳念眞, 朱天文: <<悲情城市>>, 1989, 臺灣, 三三書坊 출판, p1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