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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데초이’의 추억
최 화 웅
‘A’de Choi(아데초이)‘는 그리 흔치 않은 브런치& 디저트 카페다.
해운대에서 장산터널을 지나 송정으로 내려가다 오른쪽 길옆으로 접어들면 송정해수욕장 안길이 나온다. ‘아데초이’는 온갖 음식점과 카페가 와글거리는 송정해수욕장 서쪽 끝, 광어골 맨 안에 자리 잡고 있다. 건물에 비해 지붕 위에 세운 하얀 간판이 커서 눈에 가득 찬다. 밖에서 보면 판넬로 지은 38평 규모의 단층 가건물이 나지막해서 초라해 보일 수 있다. 그냥 깔끔하게 막 지은 창고 같다. 그러나 장난감 같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아늑하고 감칠맛 나는 분위기가 압도한다. 남쪽으로 난 반대쪽 벽면은 유리로 온통 터놓아 창에는 항상 송정 앞바다가 넘실대고 동해안을 오르내리는 외가닥 철로가 달린다. 가끔씩 지나는 기차 안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한눈에 잡힌다. 이곳에 오면 사람 사는 게 밑이 보이고 솔직해서 숨길 게 없다. 큼직큼직한 원목테이블과 묵직한 나무의자가 놓인 공간배치가 마음에 들고 함께 앉은 사람들끼리 시선을 모을 수 있는 은은한 조명이 천정으로부터 내려온다. 채도를 낮춘 파란색. 빨강색 벽이 창밖의 바다를 옮겨다놓은 듯 조화롭다. 최근 창밖에는 바다를 마주보며 앉을 수 있는 좁은 스텐드가 설치되고 그 너머엔 제법 널찍한 마당이 여유롭다. 마당 아래로는 삼포를 오가는 해안길 따라 미포, 청사포, 구덕포로부터 맵사한 갯내음이 기어올라 와 코끝에 머문다. 바가 있는 쪽 벽은 빨강색이 선명하게 대조를 이룬다. 이렇게 다양한 요소들이 어우러져 ‘아데초이’에서는 소박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A’de Choi’라는 말은 “최의” 또는 “최가 만든”이라는 뜻을 가진 불어에서 따왔다고 한다.
’아데초이‘는 그런 모습으로 지난해 7월초 문을 열었다. 파티쉐 최윤석이 직접 구워내는 빵과 케잌은 가히 명품이다. 파티쉐의 작업장은 8평 남짓하지만 평소의 케치프레이즈처럼 “사랑의 단맛을 맛 보다(esperimenter les plaisirs de lamour)”라고 속삭일 만큼 안으로 느끼는 치열함에 비하면 겉으로 보이는 것은 내숭을 떠는 듯 소박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그는 평소 흰 제과복을 깨끗하게 차려 입을 만큼 몸가짐이 단정하고 빈틈이 없어 보인다. 몸에 벤 세련미가 믿음과 격을 더 한다. 그는 스물 네 살 때 무대조명을 공부하러 일본에 갔었다고 한다. 그곳에서 다양한 디저트류를 맛보고는 이내 동경제과학교에 들어간다. 그 뒤 서울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일하다 그를 아끼던 프랑스 쉐프의 주선으로 싱가포르 상그릴라 호텔 제과장으로 일하게 되었단다. 원래 마음먹었던 궤도를 이탈한 그는 이후 프랑스, 독일, 벨기에, 스위스, 룩셈부르크 등 유럽 여러 나라의 기술을 마음껏 익힐 수 있었다고 한다. 하고 싶은 일을 찾은 그가 만들어내는 제품은 제빵(블랑제)을 제외한 쿠키. 파이. 케잌 등 이스트를 쓰지 않는 파티스리를 주로 만드는 파티쉐다. 그는 젊은 날의 열정으로 제과(파티셰), 아이스크림(글라셰), 쵸클릿(쇼콜라티에), 당과류(콩피즈리) 등 디저트와 빵에 관한 거의 모든 과정을 마음껏 넘나들 수 있었다. 대구출신 최윤석이 부산에서 제과점을 시작한 뒤 오늘에 이른 것은 디저트 마니아들을 사로잡았던 제과점 ‘오데옹’을 지난 2004년부터 5년 동안 해운대신도시에서 인기리에 운영했던 게 기반이 되었다.
카페에서는 말없는 아내와 단 둘이서 일한다.
카페 뒤편의 8평 남짓한 작업장에서 최윤석이 갓 구운 빵과 머랭을 들고 나오면 선하고 착해서 말이 없는 아내는 바에서 생레몬을 짜고 더치커피를 내린다. ‘아데초이’는 단골을 맞는 보람으로 손수 운영하는 잉꼬카페다. 이곳에서 즐길 수 있는 메뉴는 훈제연어샌드위치를 비롯한 브런치 5종류가 주된 메뉴로 꼽는다. 샌드위치에는 연어, 소시지, 치즈, 햄, 토마토, 양상추, 양파까지 속으로 들어가는 재료가 하나같이 신선하다. 두 종류의 토스트, 팬케이크와 피자, 크레페가 있고 디저트로는 다양한 타르트와 머랭, 마카롱과 브루통, 부드러운 에끌레어가 상큼하고 달콤해 사랑의 입맛을 달구기에 부족함이 없다. 날이 저물어 야경이 덤으로 펼쳐지면 생각은 한층 도드라진다. 달콤한 케익의 향기에 취하는 그윽한 밤이면 창밖으로 달빛에 꼬리를 문 긴 윤슬이 눈길 따라 오고 어두운 밤 수평선에 늘어선 불배가 숱한 사연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비가 내리는 어두운 밤, 먼 길에서 돌아오는 나그네 있어 따뜻한 분위기에 젖고 싶거나 잠시나마 사랑하는 상대에게 등을 기대고 싶은 연인들에게 있어서 이곳은 절실한 데이트의 성지가 된다. 때로는 옆 테이블로 월경해 오는 소프라노 톤의 목소리만 자제할 수 있다면 다른 매너쯤이야 서로가 충분히 수용할 수 있을 것 같아 대수롭지 않게 느껴진다. 내가 송정해수욕장에 남몰래 숨겨둔 두 곳의 은밀한 곳을 공개하라면 광어골 끝자락에서 “칙폭 칙칙폭폭 칙칙폭곡 칙칙폭폭”하고 기차 소리 요란하기만 한 기차길옆 오막살이 ‘아데초이’와 구덕포 초입에 멈춰선 포장마차 길카페에서 축구선수를 오빠로 둔 막내가 엄마 허리춤을 잡고 도는 일가족이 오손도손 살아가는 ‘Golden Apple’을 들 수 있다. 나는 그곳에서 비로소 홀로 자신을 들여다보며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 오늘도 그곳에는 맛과 멋을 실은 인생열차가 레일을 훓고 지나가는 소리가 깔릴 것이다. ‘아데초이’는 그렇게 단골을 단역배우로 등장시키는 동화 속의 살아있는 무대다.
첫댓글 아~그곳의 풍경과 향기와 색깔이 그대로 그려지는 글 감사합니다..^^ 너무나 궁금하고 가보고 싶어요.*^^*
예, 선생님! 우리가 지켜야할 곳입니다.
유럽풍의 그림이 그려지네요~ 송정으로 가는 길, 풍경이 눈에 선합니다. 다시 가고 싶은 곳이구요. 행복하시겠어요~
아름다운 글, 맛나는 글 감사합니다.
맞아요. 지중해풍이에요.
31번 국도와 '해파랑길'이 지나는 송정은 참 아름답답니다.
저도 그와 비슷하게 연출한 카페에 가본적이 있읍니다. 그때 먹어본 조그만한 아이스크림이 얼마나 맛있던지요, 그래선지요 아데초이 카페 마음에 정말 와 닿읍니다. 쓰신 글을 보니까요 너무 멋있고 낭만이 있고 아기자기할 것 같애요 소품이며 장식등도 여러 각도로 다양하게 매달리거나 걸려있는등 그자체가 예술작품이며 예술의 회관이 아닐까 합니다. 음식이며 밖의 경치까지 조화를 이루어 활기차고 율동있고 아늑하고 포근하고 안락하고 감미롭고 많은 즐거운 이야기가 오고 갈것 같읍니다.
저도 글로 감미로운 구경 잘 했읍니다. 감사합니다.
돈만 쳐바르면 되는 줄 아는 자본주의 경향에 가난하고 착한 마음이 가는 곳,
가격이 좀 부담스러워도 만족스럽고 가깝게 느껴저서 흔쾌한 곳,
우리의 진정한 사랑과 믿음이 흐르는 곳 '아 데 초이'의 밤공기가 그립습니다.
가난하고 착한 마음이 가는 곳을 알려주셔서 너무 감사드리며 한국에 가게되면 꼭 들리고 싶네요^^*
좋은 글 고맙습니다.^^
선생님! 연락주십시오.
산듯하게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와~우 ㅎㅎ
실례가 안되신다면 연락처를 알려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010-9334-3232입니다.
최 선생님 한국에 가게되면 산듯하게 연락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주님 사랑 안에서 늘 행복하세요.^^
여기는 서울입니다만, 부산가면 꼭 한번 가보고 싶군요. 감사합니다.
아데초이 한번 찾아 가 보겠습니다. 내일이 주일이니 집 사람과 함께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명금당님! 오늘 내외분께서 '아데초이'에 다녀가셨는지요?
저는 혹시나 하고 저녁에 가서 커피랑 에끌레아를 먹으면서 서산에 일직선으로 걸린 금성과 초승달, 그리고 목성의 아름다운 우주쇼를 보고 왔습니다.
사순 제5주일을 잘 보내십시오.
낮에 찾아 갔더니 손님이 너무 많아서 위치만 확인 하고 그냥 돌아왔습니다. 다음에 들어가 볼려고요.
저도 휴가때 꼭 부산가는데 연락드릴께요... 전 개인적으로 부산을 참 좋아합니다... 부산에서 오래살아서 그런가 봅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요....
언제라도 편한 마음으로 연락주십시오.
꼭 가봐야할 곳을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인연이 있으면 한번 방문해야 겠습니다...^^*
상상으로만도 행복한 카페입니다.
언제가 꼭 가봐야되겠습니다. 그날이 언제가 될지???
나도 가보고 싶다~~~~~~~~
저두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