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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법19 - “성공: 無中生有와 眞空妙有” |
2002년 5월 어느 날 미국 서부 콜로라도(Colorado) 주 IT정책과정으로 유명한 콜로라도 대학의 하나가 있는 볼더(Boulder)市의 토박이 친구들인 스캇 씨맨스(Scott Seamans), 린든 핸슨(Lyndon Hanson), 그리고 죠지 보우데커(George Boedecker) 등 세 사람은 요트로 커리비안 海(Caribbean Ocean)로 요팅(yachting)을 떠납니다. 웅장하나 단조로운 미 서부 태평양 연안과는 달리 중앙 아메리카 특유의 아기자기함과 아늑함이 넘치는 동남부 쪽 카리브 해를 간만에 찾은 그들은 ‘인제 어떻게 하나..’ ‘뭘 하지..’등 한동안 각자 가슴을 끓이던 모든 고민들은 접어둔 채 오직 그 순간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했지요. 지금의 모든 것을 비우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 떠나온 휴가, 카리브 해 요트 선상에서 지나가는 그 순간들의 행복은 그들에겐 자신들을 옭죄고 있던 기존의 思考에 의한 모든 편견과 집착 그리고 각종 근심과 걱정으로부터 한 없이 자유로워 질 수 있는 지고지선이었습니다. 스캇(Scott)의 性이 ‘바닷사람(Seamans)’인 인연이라 그러한지 특히 바다를 즐기는 그들은, 매일 같이 파도를 타고 요팅을 즐기며 일상의 모든 것을 버리고 비우기 위해 맥주와 함께 웃고 떠들고 즐기면서 지나가는 그 순간들의 행복에 몰두 하였지요. 그렇게 즐기던 어느 날, 선상에서의 한가로운 저녁을 나눌 때 그동안 내심 똑같이 가지고 있던 한 가지 느낌이랄 생각을 맥주를 마시며 서로 떠듭니다. 그것은 그들이 요팅할 때 신는 샌달(sandal)등 신발에 관한 것이었는데, 모두 가죽으로 된 신발이라 물에 젖으면 미끄럽고 축축해져 무거워 지는 것은 물론, 샌들이 마르게 되도 짠물이었던 관계로 허옇게 드러난 소금기와 함께 그에 따른 자국으로 보기 흉하게 되는 것들이었지요. 또한, 짠물에 그렇게 젖고 마르기를 반복했던 신발들은 휴가에서 돌아와 보면 작아지거나 딱딱해 지는 등 형태도 곧 틀어져 버리기가 일수였던, 그 간 바다에서 보냈던 휴가 경험을 통해서도 알고 있던, 기억들이었습니다.
맥주를 마셔가며 서로 떠드는 그 순간, 새로운 태동에 시동이 걸립니다. “야! 물에 젖어 문제니 물에 젖지 않으면 되겠네, 그치?” “그래! 그리고 물이 차면 빠지게 하면 되고 말이야, 맞지?” “차고 젖지 않으면 말릴 이유도 없잖아?” “맞어! 그냥 닦으면 되지, 안그래?” 이런 하릴없어 보이는 대화 속에 세상 그 어느 곳에도 없었던 영감이 누구라 할 것 없이 떠오른 것은 바로 그 순간 이었습니다. “그래 맞아! 스위스 치즈 있잖아! 그렇게 구멍이 뻥뻥 뚫린 펑키(punky) 스타일 말이야!” “거기다 부드러운 고무 같은 샌들이면 되겠네!” “물론이지! 근데.. 미끄러우면 안되잖아.., 그지?”하며 다급히 마련한 종이 위에 마치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물건을 끄집어내듯 희한한 모양의 샌들 한 짝을 그려내지요. 새로운 도전에 대한 전율로 서둘러 휴가를 마친 세 사람이 세상에 탄생시킨 이것이 바로 ‘악어’라는 뜻인 크록스(Crocs)라는 이름의 샌들입니다. 오리지날 크록스는 전체적으로 하나의 소재에 하나의 색인 일체형으로 되어 있고, 앞부분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통풍뿐만 아니라 물 또한 차지 않으며, 바닥의 미끄럼 방지 처리로 보우팅(boating)이나 물놀이를 겨냥한 제품입니다. 이 제품은 그냥 물로 닦을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합성수지임에도 미끄럽지 않고, 부드럽고 너무 편하며, 냄새도 전혀 나지 않는 완벽한 바다 레저용 샌들이지요. 이렇게 시작한 크록스는 세 사람이 휴가에서 돌아온 지 채 몇 달 안된 2002년 11월 출시 후 불과 3일 만에 1,000족이 넘는 판매기록을 세우고, 바로 2003년 첫 해에 120만불의 매출을 올린 이후 이듬 해인 2004년 열배가 넘는 매출 1천350만불, 다음 1년 후 2005년 또 다시 그 열배 가까운 1억860만불이라는 기적 같은 성장으로 세상을 놀라게 합니다. 출시 초기에는 특히 어린이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불러 일으켜 당시 미국 초등학생들 거의가 한 짝 정도는 신고 다니거나 가지고 있을 정도였지요. 2006년 2월, 드디어 나스닥 상장과 함께 기업가치가 $10억에 이르는 희유한 성공의 인연이 닿음과 동시에 그해 3억5천470만불의 매출로 기록을 또 다시 깨뜨립니다. 福이 들면 뒤로 넘어져도 10년 먹을 것 생긴다고 이러한 성공의 뒤 안에는 세상 그 어디에도 없던 도움도 알 수 없는 곳에서 따라나서지요. 그것은 크록스(www.crocs.co.kr)의 독특한 디자인 덕에 2007년 6월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곤욕을 치루는 사건이 발로였는데, 이유는 그의 여름휴가 의상 때문이었습니다. 그가 입은 흰색 셔츠와 검정 반바지는 화제랄 것도 없었으나, 그날따라 매우 이색적인 크록스 샌들에 야구 모자를 덮어 쓴 그의 모습을 가지고 패션 비평가들은 온갖 신문에 그에 대한 혹평을 날려댑니다. 그가 신은 샌들은 마치 우리의 나막신처럼 앞부분이 불룩해 디자인도 투박한데다 색상마저 화려하여, 당시 가뜩이나 밉살이던 그의 모습이, 광대와 같이 더욱 우스꽝스러웠기 때문이었지요. 나쁜 소식은 더 빨리 더 멀리 간다고 이 사건은 크록스에게 발 없는 말이 되어져 세상 구석구석을 달리며 이름을 온 세상에 알리는 희대의 광고가 됩니다. 덕분에 땡전 한 푼 안들이고 세상을 단번에 주목케 한 크록스는 드디어 2007년 그 해 주식시가 총액이 $50억에 이르게 되지요. 지금도 또 다른 샌들과 차별화 된 기능과 색상, 그리고 들끓는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통하여 우습게 생긴 이 고무신발을 토탈브랜드로 도약케 하기 위해 끝없는 변신을 쉼 없이 거듭하고 있는 이 크록스 탄생의 예에서 우리는 한 가지 세상인연을 봅니다. 그것은 아무 것도 없는 가운데서 무엇이 낳는 무중생유(無中生有)의 인연이지요. 무에서 유 즉, ‘없음’에서 ‘있음’이 낳는 무중생유는 불가능할 것 같은 상황에서도 찾으면 반드시 길은 있다는 손자병법 36계 중 제 7계의 뜻입니다. 위의 세 사람이 각자 새 출발을 위해 떠나온 휴가, 당장 지나가는 순간들의 행복에 몰두하며 지나간 시간 속에 ‘있던(有)’ 모든 것을 열심히 지우고 비우는 그 행위가 바로 새로운 ‘있음(有)’을 위해 ‘없음(無)’을 일으키는 지혜로운 인연행(因緣行)이었다는 것이지요. 살면서 도저히 길이 안보이는 것은 내 思考가 지금 나의 ‘있는’ 모든 것인 有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서, 나의 눈을 구속하여 멀게한 지금의 그 ‘있음’을, 뱀이 껍질 벗어 거듭나듯, 비우고 버릴 때에 그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며 내 사고가 훨훨 날아 나의 새로운 ‘있음’인 有 즉, 살길이 비로써 눈에 띄게 된다는 바로 이것이 무중생유 전술의 철학입니다. 이 철학은 노자 도덕경에 나오지요. “천하만물생어유(天下萬物生於有)요 유생어무(有生於無)라” 천하 모든 것은 유에서 나오지만, 그 유는 결국 무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이 무중생유의 철학은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오고, 겨울이 가면 반드시 따뜻한 봄이 온다는 유와 무의 상생변화 속에서 세상의 모든 존재 역시 변화 발전한다는 사실에서 비롯합니다. 이는 내가 처한 환경과 조건이 아무리 혹독하고 어렵다 해도 반드시 그 속에서 새로운 성공의 싹은 튼다는 참으로 ‘비었으나’ 묘하게 ‘있는’ 인연인 진공묘유(眞空妙有)의 핵심을 날리고 있습니다. 삼국지의 제갈공명은 적벽대전에서 풀로 만든 배를 보내 적의 화살 10만개를 얻는데, 이것이 바로 모두가 화살이 없어 전쟁이 불가능하다고 하는 기존의 有를 부정하고 비운 無 가운데 새로운 有를 낳는 많은 예 중에 하나인 것입니다. 살다보면 얼마든지 위기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다 잃었다고 생각되는 위기가, 위 세 사람 모두의 삶이 크게 진화해 간 크록스 탄생의 예에서 보듯, 한편 가장 많고 큰 것을 갖출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어떤 위기라 할지라도 위 예와 같이 어떡해든 탈출하여 진화해 갈 수 있다는 사실이지요. 왜냐하면, 무중에 생유 특히, 人生에 있어 진화는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어렵고 아무런 대안이 없을수록 더욱 급박하게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적벽대전에서 오나라 주유에게 3일 안에 화살 10만개를 준비하지 못하면 목을 가져가라 서약했던 제갈량의 예와 같이 모든 것을 다 갖고 편안해 할 때보다 힘들고 절박한 그 때, ‘없음’에서 ‘있음’으로의 진화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비교할 수 없는 추진력으로 나타난다는 말이지요.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습니까? 길이 보이지 않는가요? 새 출발을 원하십니까? 그렇다면 지금 나의 모든 有인 ‘앎’을 비우고 버려야합니다. 그렇지 않은 탈출이나 새 출발은 지금의 나로부터의 근본적이고 큰 ‘다름’인 진화가 될 수 없고 누구도 알아채지 못하는 사소한 ‘다름’으로만 나타나게 될 뿐입니다. 왜냐하면, 변화를 모색하는 나의 思考가 현재 내 모든 有에 집착하는 관계로 그 뿌리를 비우고 없애지 않으면 결국, 그 뿌리에 그 열매로서 별반 달라질 바가 없기 때문이지요. 이제 곧 휴가철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휴가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을 봅니다. 그러나 휴가는 하찮게 여길 것이 아닌, 오히려 정작 내 삶의 진화를 위해 미리 계획해둘 무한한 가치가 있는 정녕 귀중한 삶의 투자입니다. 왜냐하면, 휴가는 모든 것에서 떠나 지금 내가 안달하는 바를 버리고 비워, 어머니의 자궁과 같이, 새로운 무엇을 잉태할 수 있는 ‘비움’을 만드는 너무도 소중한 인연으로서, 그 ‘빔’ ‘없음’ 가운데 거대한 새로운 ‘있음’으로 진화하고 도약해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위도일손(爲道日損)’이라, 진정한 도는 날마다 비우는 일이다 했습니다. 산다는 것이 날마다 ‘채움’인 우리가 매일 비울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세상의 많은 삶에서 커다란 진화들을 살펴보면 반드시 적어도 몇 차례의 큰 ‘비움’이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합니다. 그렇지 않은 삶은 그 밥에 그 나물 같이 오늘이 마냥 내일임을 보는 것 또한 어렵지 않지요. 무중생유라. 쉬어야 할 이 때에 참으로 잘 비운 나를 만드는 바로 지금, 누구도 알 수 없는 새로운 유가 창출하여 나의 삶이 거대한 진화로 이어지는 절대의 기회일 수 있음을 믿어 의심치 마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