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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장,
강인태는 모처럼의 휴가를 처가에 가는 것으로 정한다.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처갓집이다.
그러나 생각만큼 자주 갈 수 있는 기회가 없다.
언제나 일에 바쁜 일상을 보내고 살아가는 아직은 올라가야 할 고지가 너무나 많기에 그것을 보며 달려가고 있는 자신인 것이다.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다.
아내와 수진이를 위해서라도 더 높이 올라가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금도 나태해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며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노력을 하는 강인태다.
“아빠!
정말 외갓집에 가는 거에요?“
아침부터 준비를 하면서 수진이는 신이 나는 음성으로 말을 한다.
“그럼!
어제 엄마가 유아원에 가서 우리 수진이 외갓집 나들이 한다고 삼일동안 오지 못할 겁니다, 하고 허락을 받았지?“
“네!
선생님이 재미있게 놀다 오라고 하셨어요.“
수진이는 콩콩거리며 거실로 안방으로 자신의 방으로 뛰어 다니며 제 물건을 찾아서 챙겨 넣기에 바
쁘다.
“준비 다 됐지?”
“다 됐어요.”
강인태는 아내와 딸을 데리고 아파트를 나선다.
이렇게 가족을 데리고 처가에 가는 것이 십 개월이 넘은 것 같다.
추석에 다녀오고 나서는 가지 못했다.
구정에도 수진이가 감기기운이 있어서 다녀오지를 못한 것이다.
이정아 역시 마음이 들뜬다.
서울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청주가 고향인 정아다.
조상대로부터 물려받은 집과 농토가 있지만 이정아의 아버진 공무원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살아가는 데는 별 어려움은 없지만 세 자녀를 대학까지 가르치려는 그의 어머니는 혼자서 농사를 지으면서 고생을 하며 살아가며 자식들을 위해 당신의 그 모든 것을 희생하신다.
다행히 정아의 위로 있는 오빠는 결혼을 해서 분가를 하지 않고 부모님을 모시며 농사를 짓고 산다.
아직 정아 밑으로 남동생은 결혼을 하지 못하고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으면서 혼자서 독립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아직은 결혼이 늦은 것이 아니기에 부모님도 그다지 걱정을 하지 않는다.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이년밖에 안 되는 남동생이다.
정년퇴직을 한 아버지는 아들이 짓는 농사일을 팔을 걷고 거들고 나선다.
평생을 공무원생활만 하시던 아버진 일이 조금 서툴기는 하지만 한 번 하시려고 마음먹은 일은 그 책임을 다 하시는 성품이시라서 최선을 다 하신다.
정아는 그런 친정을 생각하면 마음이 참으로 편안해진다.
이제 엄마는 농사일에서 벗어나 조금은 편안한 삶을 살아가시고 계신 것이 정아로서는 가장 좋은 일이다.
가끔 친정엘 다니러 가도 엄마가 힘들어 하시는 모습을 보지 않아서 좋다.
오빠 부부는 참으로 열심히 농사를 짓는다.
오빠는 대학을 나와 집을 떠나지 않고 자청해서 부모님을 모시고 살아가면서 직장생활도 포기를 하고 부부가 함께 농사를 짓는다.
논농사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워낙에 부지런한 올케가 가만히 앉아서 남편을 바라보고 있지만은 않고 밭은 가꾸고 열심히 작물을 심는다.
집에서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면서 논농사로 돈을 벌어간다.
큰 욕심이 없는 오빠 부부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부모님을 지성껏 모시고 알뜰하게 살아가고 있는 올케를 보면 저절로 머리가 숙여지고 고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늘 밝고 환한 올케의 모습으로 집안은 언제나 웃음꽃이 피어나고 있다.
이정아는 그런 친정집을 좋아하며 가고 싶어 한다.
그러나 자신의 삶으로 인해 마음처럼 친정엘 갈 수 있는 시간이 없다.
가는 내내 정아는 차안에서 콧소리로 노래를 흥얼거린다.
참으로 기분이 좋고 마음이 설래는 친정집 나들이 길이다.
“그렇게 좋아?”
강인태는 아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그럼요!
얼마 만에 가는 길인데요.
아마 엄마가 동구 밖까지 나와서 기다리고 계실 걸요?“
“그러시겠지?
집안에서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실 장모님이 아니시니까!“
수진이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그런지 잠이 들었다.
“우리 수진이가 차를 타기만 하면 잠이 들지?”
“이런 나이에는 다 그런 것이 아닌가요?”
부부는 수진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정으로 처가로 간다.
길이 막히지 않는 평일이라 그런지 빨리 도착을 한다.
부부의 예상대로 정아의 엄마 신숙희는 동구 밖까지 나와 멀리서 들어오는 사위의 승용차를 알아보고 손을 들어 기쁨을 표시한다.
정아 역시 차창을 내리고 엄마를 향해서 손을 흔든다.
“엄마!”
수진이가 엄마의 외침으로 인해서 잠에서 깨어난다.
“수진이 일어났어?
저기 외할머니가 보이지?“
정아는 손을 들어 할머니를 가르킨다.
“할머니!”
수진이는 언제 잠을 잤나 싶게 큰 소리로 할머니를 부른다.
오여인은 참으로 오랜만에 오는 딸의 가족들이 너무나 반갑다.
딸은 물론이고 사위와 손녀딸이 보고 싶었던 오여인이다.
강인태는 천천히 차를 정차시키며 인사를 한다.
“여기까지 나오셨어요?”
“보고 싶어서 빨리 보려고 나왔지.”
정아는 차에서 내려 엄마를 끌어안는다.
“엄마!
자주 오지 못해서 미안해요.“
”괜찮아!
네가 행복하게 잘 살고 있으니 엄마는 괜찮다.“
“어서 타세요.”
집까지는 걸어서 한참이 걸리는 거리다.
오여인은 차안에 있는 수진이를 안고 예쁘다고 뺨을 부빈다.
“우리 새끼!
그동안 많이 자랐구나!
할미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많이 자랐어!“
집에 도착을 하고 아버지와 오빠 부부와 인사를 하고 조카들을 본다.
아들만 둘을 둔 오빠부부는 농사꾼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푸근해 보이고 정겹다.
“언니!
고생이 많지요?“
”고생은 무슨 고생이에요?
사람이 살아가는 것이 누구나 할 것 없이 다 같은 것이지요.
그나저나 올 때마다 뭘 이렇게 많이 사와요?“
올케인 박여인은 시누이가 아이들과 시어머님의 간식이며 고기, 생선 그리고 술을 사온 것을 보며 흐뭇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이다.
한 번도 빈손으로 오는 법이 없는 시누이다.
부엌에는 맛있는 요리들이 가득 준비가 되어 있다.
오여인은 모처럼 친정에 오는 딸아이를 위해서 며칠 전에 연락을 받고 나서 이것저것을 준비해 놓는다.
와서 먹일 것과 보낼 음식들을 준비를 해 놓았다.
딸이 좋아하는 갓김치하며 굴비장아찌와 이것저것을 준비하면서 흐뭇한 마음이 된다.
며느리인 박여인은 시어머님이 그런 것들을 준비하시는 것을 보면서도 일체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다.
아직 모든 살림은 부모님 것이기도 하고 하나뿐인 시누이에게 자신조차도 무엇이라도 더 주어서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매년 얼마 먹지 않는 쌀을 보내주고 있지만 박여인은 참기름과 들기름 그리고 각종 잡곡들도 보내곤 한다.
오여인은 그런 며느리가 참으로 고맙고 대견스럽다.
대학을 나오지 않은 며느리지만 대학을 나온 다른 집 며느리들보다 더 현명하고 생활력이 강하다.
형제간의 우애도 생각하고 집안을 다스려나가는 데는 버릴 곳이 없다.
고등학교만 졸업을 했어도 충분히 생각하고 자신을 다스려갈 줄 아는 지혜가 있는 며느리기에 불만이 없다.
그러나 오여인은 아직 모든 살림의 주권을 며느리의 손에 주지 않고 있다.
막내아들이 결혼을 하기 전에는 당신이 주권을 쥐고 있어야 그나마 당신이 해 주고 싶은 만큼 막내아들의 결혼에 당당하게 해 줄 수가 있다는 생각이다.
이 모든 살림을 일구어 낸 것이 당신이라는 생각을 한다.
남편은 출근을 하면 아무것도 모르고 살아온 세월이다.
집에 있는 날에도 집안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농사는 더구나 남편의 관심 밖이었고 모든 경제권 역시 남편은 일체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서 억척스럽게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다.
집안의 모든 대소사를 혼자서 결정하고 처리하면서 남편에게는 조금도 힘든 내색도 하지 않으며 살아왔던 세월이다.
처음 결혼을 했을 때보다 재산이 많이 불어난 것도 자신의 그런 억척스러움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한다.
남편의 수입을 건드리지 않고 저축을 해나가면서 집안 살림을 꾸려가고 세 아이들을 모두 대학까지 가르칠 수가 있었던 것도 잠시도 쉬지 않고 일을 하고 농사를 지으며 시부모님도 공경을 하며 살아왔던 세월이다.
이제 그 모든 것에서 놓여나 참으로 편안하게 살아가는 것도 며느리가 잘 들어왔기 때문이라는 것을 생각한다.
아들의 뜻을 따라 농사를 지으면서도 조금도 인상을 찌푸리는 법이 없다.
그런 며느리가 있기에 농사에서 손을 떼고 편안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더구나 퇴직을 한 남편은 조금도 쉬지 않고 아들과 며느리를 도와 농사일을 열심히 해 나가고 있기에 더 이상은 자신이 간섭을 하지 않아도 모든 것이 자신이 할 때보다 더 활기차게 돌아가고 있음을 안
다.
오여인은 이제 막내아들만 결혼을 시키고 나면 모든 주권을 며느리에게 넘기고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고 살아가리라는 생각을 한다.
작은 아들네도 가고 딸네 집에도 다니면서 그렇게 여유로운 마음으로 살아가리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
푸짐한 저녁상이 벌어진다.
사위가 왔다고 키우던 토종닭을 잡고 손녀딸이 좋아하는 닭튀김도 하고 한상이 푸짐하게 차려진다.
수진이는 사촌 오빠들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노는 것에 정신이 없다.
아이들을 따라다니는 할아버지가 있어서 정아는 엄마하고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이정아는 친정에서 편안한 하룻밤을 보낸다.
다음날 점심을 먹고 다시 집으로 출발을 할 준비를 한다.
“이렇게 왔다가서 정말 고맙다.”
오여인은 준비를 해 두었던 것들을 차에 실어준다.
“엄마!
뭘 이렇게 잔뜩 줘요?“
”아무런 말 하지 말고 가져가라!
엄마가 주어야 얼마나 더 주겠니?
이 모든 것들은 서울에서는 하나라도 돈을 줘야 사 먹는 것들 아니냐?“
”고맙습니다.
늘 이렇게 받기만 해서 미안하지요.“
이정아는 준비해 가지고 간 봉투를 엄마와 아버지께 드린다.
“얼마 되지 않아요.
그저 조금씩 용돈이나 하세요.“
“아니다, 우리가 무슨 용돈이 필요하니?”
오여인은 한사코 받지 않으려 한다.
“엄마!
이러시면 제가 더 미안하지요.
자주 와서 뵙지도 못하고 어쩌다 와서 잔뜩 얻어가면서 용돈이라고 조금 드리는 것인데 안 받으시면 저희가 미안해집니다.“
“오냐!
너희들이 주는 것이니 기쁘게 받겠다.“
그제야 오여인은 딸과 사위가 주는 봉투를 받는다.
“엄마, 아빠!
건강하셔야합니다.
수진이 아빠가 시간이 나면 또 올게요.“
”오냐!
조심해서 올라가거라!“
가족들 한사람 한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나서야 차를 출발시킨다.
오여인은 사위가 더 없이 사랑스럽다.
언제보아도 늘 딸을 아끼며 사랑하는 모습이 참으로 믿음이 가게 한다.
가정밖에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 사위의 모습이 대견스럽고 마음을 흐뭇하게 해 주고 있다.
강인태는 늘 처갓집에 왔다 가면 마음이 흐뭇해진다.
자신이 마치 무슨 왕이라도 되듯 온갖 정성을 다해서 대접해주는 처갓집이다.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듯 마음 한가득 즐거움을 안고 돌아가는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그다지 늦지 않은 시간에 집에 도착한다.
차에서 내린 많은 것들을 들고 들어가느라 부부는 양손 가득 물건들을 나른다.
“뭐가 이렇게 많지?”
“내가 좋아한다는 고들빼기김치하고 굴비짱아지 그리고 이것저것 양념들과 곡식들인 것 같아요.”
“아무튼 장모님은 참으로 대단하신 분이야!
우리가 갈 때마다 이렇게 모든 것을 준비해서 주신다는 것이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인데 꼭 챙겨주시곤 하시니 우리도 더욱 잘해드려야 하는데 아직은 마음뿐이고 모든 것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서 미안하네!“
“살아가면서 해드리면 되지요.
우리도 살아가면 형편이 좋아질 때가 오겠지요.“
“그래, 그렇게 하기 위해서라도 내가 더욱 열심히 뛸게!”
부부는 물건들을 챙겨 넣으면서 새삼스럽게 부모님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기로 한다.
다음날은 집에서 수진이를 데리고 놀아주는 강인태다.
수진이가 해 달라는 대로 모두 해 주면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
어린이 집에는 오늘까지 가지 않는다고 말을 해 두었기에 집에서 쉬면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강인태는 참으로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다.
부녀의 그런 시간들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이정아는 두 사람의 간식을 만들어준다.
모처럼 집에서 쉬는 남편이 딸아이와 함께 하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다.
깔깔거리며 웃는 수진이의 웃음소리가 집안을 행복으로 꽉 채우고 있다.
정아는 친정에서 가져온 반찬과 재료들로 저녁식탁을 풍성하게 차린다.
언제 먹어도 엄마의 음식은 참으로 맛이 있다.
특히나 굴비 장아찌는 정아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다.
영광굴비를 잘게 손지를 해서 양념이 된 고추장에 넣어서 만드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영광굴비는 값 또한 만만치 않은 것이기에 끼니마다 밥상에 올릴 수도 없는 귀한 음식이다.
“음!
참으로 장모님 음식은 너무 맛있어!
당신이 장모님 솜씨를 닮아서 요리를 아주 잘해!“
“엄마 솜씨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어요.”
“아무래도 살아온 연륜이라는 것이 있으니 당연하겠지만 어디를 내 놓아도 당신 음식솜씨는 남에게 빠지지 않거든!”
강인태는 늘 아내의 요리솜씨를 칭찬하곤 한다.
무엇을 해도 모든 정성을 다해서 하는 아내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저녁을 먹고 나서 수진이는 일찍 잠이 든다.
제 딴에는 아빠하고 놀았던 것이 피곤했던 모양이다.
강인태는 수진이를 수진이의 방으로 데리고 가서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다독여주고 나서 한참을 잠이 든 딸의 얼굴을 바라본다.
참으로 사랑스럽고 귀엽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다는 말이 무엇인지를 실감을 한다.
“여보!
그렇게 들여다봐도 예뻐요?“
딸의 방에서 나오지 않고 있는 남편이 무엇을 하고 있나 하며 수진이의 방문을 열고 들어서는 이정아다.
”예쁘기만 해?
세상에 그 어떤 것 하고도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사랑스럽지.
이런 딸을 낳아준 당신은 더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후후후...........
딸 바보 아빠가 여기 있었네요.“
정아는 그런 남편이 싫지 않다는 듯 함박웃음을 웃는다.
“우리도 그만 잘까?”
강인태는 아내를 번쩍 들어 안고 안방으로 간다.
부부만의 사랑을 확인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는 욕망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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