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록 下
2. 조주의 돌다리
스님께서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노승이 30년 전 남방에 있을 때 화롯가에서 주인도 없고 객도 없다[無賓主]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까지 아무도 이를 거론한 사람이 없다.”
한 스님이 물었다.
“스님께서는 대왕의 이런 공양을 받고 무엇으로 보답하시겠습니까?”
“염불을 하지.”
“거지도 염불을 할 줄 압니다.”
“시자를 불러서 그에게 돈 한 푼 주어라.”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스님의 가풍입니까?”
“병풍이 찢어지긴 했으나 골격은 아직 남아 있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바뀌지 않는 뜻입니까?”
“말해 보아라. 이 들오리가 동쪽에서 날아갔느냐, 서쪽에서 날아갔느냐?”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그 소식을 어디서 들었느냐?”
한 스님이 물었다.
“티끌 세속에 있는 이는 어떤 사람입니까?”
“차와 소금 살 돈을 보시해라.”
한 스님이 물었다.
“대이삼장(大耳三藏)이 세 번 국사를 찾았으나 보지 못하였다*는데, 국사는 어디에 계셨습니까?”
“삼장의 콧구멍 속에 있었다.”
한 스님이 물었다.
“눈먼 거북이가 바다에 뜬 나무 구멍을 만났을 때는 어떻습니까?”
“우연한 일이 아니다.”
한 스님이 물었다.
“오래도록 바위 계곡에 살았을 때는 어떻습니까?”
“왜 숨어버리지 못하느냐?”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불법의 큰 뜻입니까?”
“절을 하여라.”
그 스님이 말을 계속 하려고 하자 스님께서 문원(文遠)사미를 불렀다. 문원이 오자 스님께서는 꾸짖으며 “조금 전에 어디 갔다 왔느냐?” 하였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자기의 본 마음입니까?”
“나는 소 잡는 칼을 쓰지 않는다.”
한 스님이 물었다.
“오래도록 조주의 돌다리에 대해서 들어왔으나 와 보니 외나무다리만 보입니다.”
“그대는 외나무다리만 볼 뿐, 조주의 돌다리는 보지 못하는구나.”
“무엇이 돌다리입니까?”
“건너오너라. 건너오너라!”
다시 말씀하셨다.
“나귀도 건너고, 말도 건넌다.”
한 스님이 물었다.
“스님은 성이 무엇입니까?”
“상주(常州)에 있다.”
“나이는 얼마나 되셨습니까?”
“소주(蘇州)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