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경 제4권
34. 불설독초경(佛說毒草經)
옛날에 어느 나라에 큰 숲이 있었다. 그 숲의 나무들은 하늘에 닿을 듯 울창하였는데, 그것을 자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 숲에는 나무의 신이 있었는데, 이치와 도리에 밝게 통달했고 출입과 행동에 절제가 있었으며 무리들과 같이 섞이지 않고 사방으로 뻗어 나갔으며, 수목은 오랜 세월 동안 자랐다.
그때 나무신은 사람들이 마음대로 과일을 따거나 땔감의 풀을 뜯는 것을 좋아하며 원한을 갖지 않았다. 그늘에 있는 시원한 물을 마시는 사람들은 모두 아주 편안해졌다.
그때 어떤 새 한 마리가 다른 곳에서 입에 나쁜 독초를 물고 날아와 이 나무를 지나가다가 마침 나무의 윗가지에 그것을 떨어뜨렸다. 그러자 독이 그 나무에 스며들어 잠깐 동안에 나무의 절반을 시들게 되었다.
그때 나무의 신은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이 독은 아주 나쁘구나. 나무 위에 떨어졌는데 잠깐 동안에 나무의 절반을 시들게 하였으니 말이다. 해가 아직 중천에 이르지도 않았고 아직 어둡지도 않았는데 이와 같이 시들다간 열흘도 못 돼서 이 숲의 나무들이 모두 죽어버리겠구나.
장차 이 독을 제거하려면 어찌해야 하나?’
그때 허공 가운데 천신이 있었는데 그가 이와 같이 말하였다.
‘머지않아 지혜로운 사람이 오리니, 길을 지나면서 이 숲도 지나갈 것이다.
그대는 나무 사이에 감춰둔 금을 가지고 있다가 그를 고용해서 그 독 묻은 나무를 파내되, 그 뿌리까지 모두 파내서 남는 것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영원히 편안하게 되리라.
만일 그렇지 않으면 해가 다 지기도 전에 독 묻은 나무는 다 말라죽어 버리고 온 숲에 그것이 번질 것이다.’
나무의 신이 그 말을 듣고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여길가에서 그를 기다렸다.
그 사람이 곧 도착하자 그에게 말했다.
‘나에게 감춰 둔 금이 있는데 그것을 당신에게 드릴 테니 이 독 묻은 나무를 파내주시오.
구석구석 찾아서 그 뿌리까지 모두 파내주시오.’
그 사람은 감춰둔 많은 황금 보배를 준다는 말을 듣고 즉시 그렇게 하겠다 하고는 바로 그 앞에서 나무를 파냈다. 그 뿌리까지 모두 파내자 나무의 신은 매우 기뻐 그 사람에게 감춰 둔 금을 주니, 그는 그것을 가지고 가서 부자가 되었고, 나무의 신은 독으로 인한 해를 면하게 되어 기뻤다.
나무들은 오랫동안 잘 자라서 꽃과 열매도 무성했고 독으로 인한 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으니, 여러 가지 나쁜 일이 다 없어져 버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무숲이란 삼계(三界)를 말하며, 나무의 신이란 뜻을 일으킨 보살[發意菩薩]을 말하느니라.
다른 곳에서 독을 가지고 온 새는 마귀의 일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으로서 무명(無明)에서 생겨난 것이다.
허공의 신은 여래(如來)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으로서 여러 배우는 이들에게 마귀의 법을 따르지 말고 선우(善友)와 보살대사(菩薩大士)와 같은 뜻을 닦는 이들을 따라서 세 가지 번뇌의 여러 가지 액난을 뽑아내라고 가르치느니라.
나무의 끝 뿌리까지 캐내라는 것은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어둠을 제거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니라.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은 삼계에 빠져 죄의 덮개가 스스로를 덮어버리게 된다는 것이니라.
그 위세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게 한다는 것은 중생을 생사의 고뇌에서 제도한다는 것이니라.
감춰둔 금을 준다는 것은 도법장(道法藏)을 말하는 것으로서 보살대사는 서로서로 전승하며 도와 이루는 것이니 마치 만 갈래 시냇물이 큰 바다에 모이는 것과 같으니라.
나무의 신이 기뻐한다는 것은 더 이상 우환이 없다는 것이며,
나무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것은 어디서 생겨난 바 없는 대애법인[無所從生大哀法忍]을 얻어 삼계(三界)에 머물면서 일체를 제도하며 보배로운 기쁨의 즐거움을 얻는 것이니라.
집에 가서 부자가 되었다는 것은, 총지(摠持)를 얻고 6바라밀[度無極]을 한없이 닦으며 37조도품(助道品)과 네 가지 평등한 마음[四等心]과 네 가지 은혜[四恩]를 닦아 10력(力)과 32상(相)ㆍ80종호(種好)와 4무소외(無所畏)를 갖추어 여러 감각기관이 고요하게 안정되는 것이 무한의 보배가 되어 도의 보배가 무량하게 된다는 것이니라.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본래 청정한 참된 도의 경계를 터득하여 그에 귀의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니라.
불신(佛身)을 나타내어 널리 도의 교화를 베풀고시방의 중생들을 제도하니, 그 은혜를 입지 않은 이가 없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