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화수경 제7권
25. 탄교품[2]
[설법의 복덕]
[낙법보살(왕자)와 화가리 비구]
사리불아, 지나간 세상에 보살 한 사람이 있었으니 이름이 낙법(樂法)이었다. 왕가(王家)에 나서 자랐는데 착한 말을 들으면 모두 써서[寫] 읽고 외웠다.
어느 때에 이 왕자가 법을 구하기 위하여 여러 도시로 노닐었다.
그때에 어떤 사람이 깊은 구렁 곁에 살고 있었는데, 낙법에게 말하였다.
‘왕자여, 그대가 왔구나. 내가 반드시 부처님께서 설하신 게송을 너에게 주겠노라.’
이 보살은 모래 언덕 위에 올라가 그 사람을 불러 말하였다.
‘괴이쩍다. 선남자여, 그대는 나에게 부처님께서 설하신 게송을 마땅히 주겠느냐?’
이 사람이 답하였다.
‘빈말이 아니다. 꼭 주겠다.’
낙법보살은 몸에 보배로 만든 옷을 입었는데, 이 옷의 값이 20억 금이요, 마니의 영락으로써 목에 장식하였는데 그 구슬의 값은 40억 금이었다.
이 사람은 보고 나서 마음에 탐착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왕자가 보배로 만든 옷과 마니구슬의 영락을 나에게 준 연후에야, 부처님께서 설하신 게송을 마땅히 주겠다.’
그때에 왕자는 이 사람에게 말하였다.
‘무슨 물건을 요구하는가?
나는 반드시 주겠으니 그대는 내게 부처님께 설하신 게송을 마땅히 주어야 한다.’
이 사람은 탐심이 더욱 일어나 보살에게 말하였다.
‘만약에 나에게 입고 있는 보배로 만든 옷과 구슬영락을 능히 줄 수 있거든 부처님의 게송을 듣고 나서 그것을 이 깊은 구렁 속에 던져야 한다.
이렇게 능히 할 수 있거든 반드시 먼저 맹세를 하여야 한다.
그런 뒤에야 나는 너를 위하여 부처님의 한 게송을 말하여 주겠다.’
왕자는 답하였다.
‘딱하구나. 어진 사람아, 나로 하여금 이것을 깊은 구렁에 던지라고 하니 그대는 무슨 이익을 얻으려는 것이냐?’
이 사람이 답하였다.
‘나는 아무 소득이 없다. 다만 네가 지금 이 보배로 만든 옷과 구슬로 꾸민 영락을 버리고, 게송을 듣고 나서는 뉘우치는 마음이 문득 나서 큰 세력을 믿고 나에게서 도로 빼앗아 갈까 봐 두려워서…….’
왕자가 답하였다.
‘그대는 다만 설하기만 하여라. 나는 끝내 뉘우치지는 않겠다.’
이 사람은 즉시 말하였다.
‘만일 맹세하기를 즐기지 않는다면, 너의 마음은 벌써 뉘우치는 것을 마땅히 알겠다.’
보살은 다시 말하였다.
‘너는 다만 설하기만 하여라.
마땅히 뜻을 따라 너에게 보배로 만든 옷과 구슬로 장식한 영락을 주되 또한 깊은 구렁 속에 던져 버리리라.’
이 사람이 맹세하는 말을 듣고 곧 보살을 위하여 부처님의 한 게송을 말하였다.
그때에 보살은 즉시 보배로 만든 옷과 마니구슬로 장식한 영락을 주고 나서 또 맹세의 말을 하였다.
‘이 보배로 만든 옷과 마니구슬을 버리니 환희하여 뉘우침이 없노라.
이 진실한 말로써 당연히 나로 하여금 이제 높은 데서 아래로 떨어지더라도 편안하고 평탄한 데에 닿게 하여 어디가 상하거나 손해되는 일이 없도록 하여지이다.’
이 맹세를 하고 나서 몸을 던졌더니, 땅에 닿기도 전에 사천왕(四天王)이 와서 천천히 모시어 땅에 내려 놓고 서서 말하였다.
‘장한 사람이여, 희유하여라. 부처님께서 설하신 게송은 매우 깊고 미묘하여 큰 이익이 있나이다.’
이 사람이 높은 데서 내려와 보살이 있는 데에 이르러 이렇게 말하였다.
‘왕자는 희유하시다. 어려운 일을 능히 하시었으니 어떠한 법을 구하시나이까?’
보살은 답하였다.
‘나는 이 법으로써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반드시 얻어 부처님의 도를 이룬 뒤에 제도 못한 이를 제도하고, 해탈 못한 이를 해탈시키고, 멸하지 못한 이를 멸하게 하고, 편안치 못한 이를 편안하게 하려 한다.’
사리불아, 이 사람이 이 말을 듣고 나서 곧 신심을 내어 보살에게 말하였다.
‘보배로 만든 옷과 여러 영락을 도로 가지시오. 왜냐하면 당신이 이 보배로 만든 옷을 입고 이 구슬로 장식한 영락을 차야만 바로 맞나이다.’
보살이 답하였다.
‘이것은 안 될 말이다. 마치 사람이 뱉은 것을 도로 먹는 것과 같으니라.’
이 사람이 여쭈었다.
‘만일 도로 가지지 않으면 원하옵거니와 나의 뉘우침을 받아 주소서. 이 뒤에 부처 이루신 때에 꼭 구제하여 주소서.’
사리불아, 그때에 낙법 왕자가 한 게송을 위한 까닭에 몸에 지닌 보배로 만든 옷과 마니구슬을 벗어서 저 사람에게 주고, 또 자기의 몸으로써 깊은 구렁에 던진 이를 그대는 어찌 다른 사람이라고 말하겠느냐?
그는 곧 나의 몸이었느니라.
그때에 이 사람이 나를 위하여 게송을 설하고 뒤에 나의 처소에서 신심을 얻고 나서, 네가 부처를 이룬 때에는 나를 반드시 제도해 달라고 한 이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지금의 화가리(和伽利) 비구가 이 사람이니라.
사리불아, 내가 일찍이 어떤 때에 여러 비구들과 함께 깊은 산골 물에 있으면서 유공경행(遊空經行)을 하고 있을 적에 화가리가 높은 언덕 위에 있기에 내가 불러 말하였다.
‘스스로 몸을 던져서 오라.’
부처님의 말씀을 믿은 까닭에 곧 스스로 몸을 던졌으나 상한 데 없이 여섯 가지 신통을 얻었었다.
사리불아, 그대는 잠깐 이 선근의 힘을 관하여라.
이 사람은 다만 나를 위하여 게송 하나를 설하고 나의 말을 믿었으므로 자신이 귀의하여 지금 해탈을 얻었느니라.
이 사람은 탐심으로써 근본을 삼았지만 여러 선근을 심어서 번뇌[漏]가 끝남을 오히려 얻었는데,
하물며 다시 어떤 사람이 나의 말을 믿고 받아 부처님의 지혜를 통달하여 가지고 보살의 법의 한 사구게를 설하여 보여 주고 가르치고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함이랴?
나는 이 복덕이 다 끝나는 것을 열반에 들어감을 제외하고는 보지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