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백광현 뒷이야기 33 - 태수 딸의 괴질은 과연 무엇?
태수의 초청을 받고서 사암 일행은 항주 관아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태수가 사암도인을 초청한 까닭은 그의 딸이 괴질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귀한 딸을 병부상서의 집으로 시집 보내고서 무척이나 기뻐했었는데
그만 시집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아 듣도 보도 못한 괴질에 걸려서
딸은 거의 감금 상태로 지내고 있다는 것이다.
태수 : 얼마 뒤, 그 아이로부터
옆구리에 한 자(30센치)나 되는 혹이 자라고 있단
서찰을 받은 뒤론 모든 연락이 끊기고 말았습니다.
한쪽 배에서 커다란 혹이 자라는 괴질을 앓고 있다는 태수의 딸.
태수의 부탁으로 우여곡절 끝에 태수의 딸을 진찰한 백광현.
그는 당혹감 속에 이렇게 진단을 내렸다.
광현 : 회임입니다.
지금, 이분의 몸속엔 아이가 자라고 있는 것입니다!
뒤이어 쫓아 들어온 남편이 어떻게 회임이냐며 따지자 사암도인은 이렇게 말하였다.
사암 : 만약 이 여인의 자궁이 다른 이들과 다르게 쌍태라면,
그리고 그것의 위치가 허리에 있다면,
얼마든지 그럴 수가 있단 말이오!
자, 여기서 이 여인의 자궁이 쌍태라는 말이 무슨 소리인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혹시 쌍둥이를 임신했단 말인가?
아니 아니, 그렇지 않다. 쌍둥이를 임신했는데 왜 한쪽 배만 부풀어오른단 말인가?
고등동물인 사람의 자궁은 하나이다. 그에 반해 하등동물은 양쪽에 자궁이 하나씩 있다.
사람은 발생과정에서 자궁이 좌우에 하나씩 만들어져서 점점 가운데로 이동하여
하나로 합쳐져 한 개의 자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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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자궁 -
그런데 이 과정에서 자궁의 기형이 생길 수 있다.
만약 자궁 체부가 하나로 완전히 합쳐지지 못하고 2개의 자궁 체부가 된다면
이를 쌍자궁이라고 한다. 즉, 자궁이 2개라는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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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자궁 -
만약 한쪽의 자궁은 완전히 발육이 되었는데, 다른 한쪽은 전혀 발육이 되지 못했다면
이를 단각자궁이라고 한다. 자궁 체부가 하나, 그리고 난관과 난소도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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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각자궁 -
* 이상 사진 출처 : 여의보감
그래서 태수의 딸은 정상자궁이 아니라 자궁의 기형이었던 것이다.
쌍자궁이건 단각자궁이건 간에 임신에는 아무 지장이 없다.
다만 쌍자궁이나 단각자궁이었기에 임신 후 한쪽 배가 부풀어올랐던 것이다.
사암도인이 말한 쌍태란 쌍자궁을 의미하는 단어로 이해하면 된다.
그런데 이 에피는 실존인물 백광현의 실제 진료 사례이다.
백광현의 일대기인 《지사공유사 부경험방》에 의하면
자궁기형으로 인해 임신 후 한쪽 배가 부풀어올랐던 어느 여인이 있었다.
여러 의사들이 정확한 까닭을 집어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백광현이 진맥 후에 이는 임신이다, 편태(偏胎)라는 것으로 자궁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기에 그런 것이다, 정확히 이유를 짚어 내었다고 한다.
태수 딸의 이 괴질 에피는 실존인물 백광현의 이 사례에 근거하여
극화시킨 내용인 것이다.
뒷이야기의 뒷이야기>
《백광현뎐》의 1권 <편태(偏胎) - 희귀한 병> 편에
이 사건에 대해 아주 자세히 풀어 놓았습니다.
실존인물 백광현은 이 여인이 임신임을 맥진으로 간파해내어
조정 신료들의 극찬을 받게 됩니다.
조선 왕실에 화타와 편작에 버금가는 인물이 있노라고 말이죠.
(34번째 이야기 곧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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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마의> 주인공은 실존인물 백광현이다.
그의 행적을 찾고자 조선의 기록을 다 뒤졌다.
그의 감동 깊은 일생을 함께 나누고자 책을 썼다.
《조선 최고의 외과의사 백광현뎐》
EBS 교육방송 책 읽어주는 라디오
<소설마당판>에서 백광현뎐 다시듣기 가능
http://home.ebs.co.kr/madang/m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