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16일
몽골+시베리아 횡단열차 22일 여행 21일차
블라디보스톡 둘째날.
시베리아 열차 안에서 만난 러시아인의
적극추천이 있던
루스키섬으로 가 보기로 했습니다.
블라디보스톡의 남쪽에 있는
다리로 연결된 커다란 섬입니다.

호텔에서 대절한 택시를 타고 출발했습니다.
투어로 갈까 생각도 해 봤지만
자연을 보러 가는 건데
굳이 투어까지는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아
비싼 투어보다 택시를 대절하는 걸 택했습니다.
독수리 전망대에서
바라다 보이던 다리를 건넜습니다.
택시는 바다 위로 놓인 다리 위를
시원하게 달렸습니다.

택시에서 내려 걷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트레킹 코스는 뱌틀리나 곶과
토비지나 곶을 거쳐 다시 택시로 돌아가는
약 11킬로 정도의 코스입니다.
2시간 반에서 3시간 정도 소요예정.
뱌틀리나 곶으로 내려가니
아름다운 비치가 있고
영화를 찍는건지, 화보를 찍는건지
해적선에 탄 예쁜 러시아 아가씨를
열심히 촬영 중이었습니다.

뱌틀리나의 전망대에서
멋진 바다를 잠시 감상하고


저 멀리 보이는 섬이 있는 곳이
우리가 이제부터 갈 토비지나 곶.
북한 땅처럼 생겨서
한국사람들은 북한섬이라 부르는 곳입니다.


토비지나 곶으로 가는 길은
참으로 기분 좋고 평온한 길이었습니다.
편한 마음으로 걷는다면
아주 평화로운 숲 속 길이었지만
처음 가는 길 찾아가랴, 인원체크하랴
마음이 조금 불편해서
이 길을 충분히 즐기지 못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하지만 아무 걱정없는 우리 팀원들은
평화롭게 이 길을 즐기고

드디어 토비지나 곶의 입구에 도달했습니다.

이곳에도 해변이 있고
물놀이의 마지막을 즐기려는 현지인들이
잔뜩 나와 휴일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러시아인들의 휴양지인 모양입니다.

갈대인지 억새인지가
섬 풍경을 더 멋지게 수놓고

야생 여우가
관광객이 던져주는 먹이를 먹으러
겁도 없이 출몰하는 길도 지나면

짜잔.
이렇게 북한섬이 우리 눈 앞에 나타납니다.
저 섬이 북한이니
우리가 지금 밟고 있는 이 지점은 남한.
그래서일까,
사방에 들리는 것은 한국말 뿐입니다.
오늘 마주친 루스키섬의 관광객은
90퍼센트 가량이 한국인입니다.


"여그가 블라디보스톡이여 통영이여.
죄다 한국사람들 뿐이네."
어느 팀원의 농담처럼
참으로 많은 한국사람들이
블라디보스톡 시내 뿐 아니라
루스키섬까지 점령하고 있었습니다.

무서운 절벽, 그 아래로 아름다운 물.
날씨까지 도와주어 섬은 참 예뻤습니다.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 투어도 첨이다 싶었는데
마지막엔 날씨도 우리 편이었습니다.
참 멋진 섬입니다.
와 보길 잘 했습니다.





그림같은 풍경, 가슴에 담아두고
다시 뒤돌아
우리를 기다리는 택시를 향해 걷습니다.


참 좋은 것 본 날입니다.
기분이 좋아지는 날입니다.
루스키섬에서 내 생애 반나절을 보내고
다시 블라디보스톡 시내로 돌아왔습니다.
아직도 반나절이나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이번 여행 마지막 남은 반나절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아까운 시간이 자꾸만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