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나라 시인 소동파는 '죽음과도 바꿀 만한 가치가 있는 맛'이라고 했고, 일본에서는 '복어를 먹지 않은 사람에게는 후지산을 보여주지 말라'고 한 음식이 바로 복어이다. 메티오닌과 타우린 같은 함황아미노산의 함량이 높아 간의 해독작용을 강화하고 숙취의 원인인 아세트알데히드를 제거하는 효과가 좋아 술 마신 다음 날 해장으로 복국보다 좋은 것은 없다.
'같잖은 게 갓 쓰고 장 보러 간다’
이 말에서 같잖다는 말의 정확한 뜻이 무엇인지가 헷갈린 적이 있다. 마산으로 장가 간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지네 장인에게 엄청나게 혼이 난 적이 있는 이야기를 했을 때 우린 그저 몰랐던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는 듯이 서로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소위 말하는 바보 도 터지는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말이다. 처남에게 부탁한 대구행 저녁 열차표가 없어 그냥 말끝에 “같잖다.”란 말을 했다. 일이 꼬였다는 뜻으로 한 말이다. 그런데 마산에서 ‘같잖다’라는 말은 엄청난 욕으로 ‘인간 같지 않은 개자식’이란 말과 상통했다. 처남보고 그런 욕을 한 것이 되어 뒤지게 혼이 났다는 것이다.
나도 마산에 가서 같잖은 일을 당했다. 마산에 가면 복어 골목이 있다. 마산어시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복어집이 즐비하게 있다. 대구 사람들은 복어집을 생각하면 시원한 국물과 더불어 콩나물무침을 생각한다. 늘 그렇게 먹었으니까 말이다. 한집 두집 다닐 때마다 이 집만 나오지 않겠지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마산 복어식당에는 콩나물무침이 나오지 않았다. 이런 같잖은 일이 있나.
일본,중국에선 복어를 물에 있는 돼지라고 하돈(河豚)이라 한다. 우리는 복어(鰒魚)라고 부른다. 鰒이 ‘전복복’자이다. 혹자는 복어의 복이 福으로 알고 있는 데 착각이다. 왜 전복 복(鰒)자에 고기어(魚)를 붙였을까? 머리 아픈 것을 싫어하니깐 일단 넘어가자. ‘은밀까참황행’이란 말이 있다. 은복 밀복 까치복 참복 황복 순서로 비싼순으로 나열한 것이다. 마지막 ‘행’은 ‘행복’이다. 황복까지 먹었다면 인생 행복하게 사는 것이니까. 참고로 일본에선 까치복을 참복 보다 더 상위로 쳐준다. 그런데 이런 분류도 이젠 한물 간 분류이다.
은복은 전부 중국산이고 까치복 대부분 냉동 수입된다고 보면 되고, 참복. 황복은 무조건 양식이라 보면 틀림없고, 밀복 정도만 자연산이 있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복어를 회로 먹지 않는 한 그 맛 차이는 정말 구분하기 힘들다. 탕, 지리로 먹으면서 역시 황복이야 하면서 극찬하는 사람은 내가 황복 먹고 있다는 것을 타인에게 알려 ‘가오’ 한번 잡아 보겠다는 과시라고 보면 된다. 돈만 날리는 것이다.
“자연산 황복 들어왔습니다.”
옛날엔 식당 사장이 전화가 왔었다. 그러면 쪼르륵 달려가서 먹곤 했다. 세상이 달라져 요즘은 황복 참복 왔다고 전화 주는 사장도 없고 그 전화 받았다고 달려가는 사람도 없다. 제대로 복어 맛을 아는 사람은 ‘이리 볶음밥’을 아는 사람이다. 통상 '시라코(しらこ)'라고 하며 나이 든 사람은 ‘시라꼬’라고도 부른다. 시라꼬는 ‘곤’으로 보면 되는데 복어의 정소(精巢), 고환, 더 디테일하게 말하면 복어 불알과 함께 먹으면 정말 제대로 복요리를 즐기는 사람이다. 이것을 미식가들은 '서시(중국 춘추시대의 미인)의 젖'이라고도 하는데 미친 듯이 빨아 먹는다.
“뭘로 하실래요?”
복어집에서 서빙하는 아줌마의 질문에 대답은 탕과 지리 둘뿐이다. 요즘은 나이가 들어 그런지 탕보다 지리가 더 시원하고 좋다. 그런데 부산에 가면 이야기가 또 달라진다. 부산에는 복어탕, 복어지리가 없다. ‘복국’만 있다. 용어 자체가 통일된다. 다 지리로 보면 된다.
복어 이야기만 나오면 꼭 자기만 아는 것처럼 테트라톡신은 청산가리 20~30배 독성 가졌다면서 아직도 복어독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 하긴 영 없는 것은 아니라 전생에 죄 많이 지은 사람은 복어독으로 골로 갈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은 몇십만 원 주고 겨우 맛보았던 황복도 양식하는 세상이다. 양식하는 복어는 거의 독이 없다고 보면 된다는 전문가를 이야기이다. 게다가 자격증이 있는 식당에서 먹는다면 죽을 확률은 거의 0%이다.
복어 골목이라면 무조건 시청 옆이었다. 하지만 최근에 아파트 짓는다고 다 뿔뿔이 흩어졌다. 구미가 본점이니 대구가 본점이니 하는 싱글벙글이나 송림식당 광성식당은 거의 노포라고 불릴만한 집이다. 이들 집 공통점은 콩나물과 국물에 식초가 들어가 시원한 맛을 낸다는 것이다. 시청 옆 복어 골목 맛이다. 요즘 인터넷으로 나오는 동문복어는 생대구탕 먹으러 가는 집이고 사무실 근처에 있어 줄창 애용하는 해송(유통단지) 그리고 용궁(대명동), 예가(봉덕동), 미가(경산) 부림(평리동)을 자주 다녔다. 미성은 ‘복불고기’로 뜬 집이다. 복어잡는사람들은 미성 이름으로 같이하다가 분리된 집이다. 맛은 비슷하다. 물김치 정도만 다를 뿐이다.
대구 복어 맛을 보려면 대구시청 옆 복어 골목가면 됐다. 복어 식당이 줄이어 있었고 이들 식당에서 입맛들인 사람들의 특징은 '콩나물 무침'이었다. 10년전 당시 시청 복어집 사진이다.
1. 광성복어
반월당 봉산문화 골목 안에 있는 집이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대구 복어의 산역사이기도 하지만 내 입맛에 딱 맞다. 이 집은 식초가 조금 더 들어가서 그런지 엄청 개운한 맛을 준다. 술 마시고 해장할 땐 무조건 이 집이다.
2. 송림복어
대구시청 옆에 있다가 경대병원 응급실 맞은편 골목으로 옮겼다. 엄청 깨끗하게 변했다. 맛은 옛날 맛 그대로이다. 복어의 깊은 맛이 제대로 난다. 식초 맛도 덜난다. 아주 괜찮은 복어집이다.
3. 미성복어
복어 불고기를 처음 개발해서 히트친 집이다. 처음엔 정말 불고기식으로 복어를 구워 먹었다. 엄청 맛있었다. 단지 불만이 있다면 지금은 거의 코스요리이다. 탕이나 지리를 먹으려면 많이 약하다. 내가 좋아하는 콩나물 무침이 없다. 호박 물김치가 특이하고 복어 껍데기 무침이 참 맛있다.
4. 북어잡는 사람들
미성복어를 같이하던 가입점주들이 뭔가 사정이 있었는지 여러집이 간판을 바꿔 달았다. 역시 미성의 영향인지 복불고기 위주이며 코스요리를 밀고있다. 뽁음밥 주위에 계란이 있는 것이 차별화이다.ㅎ
5. 미가복어
월드컵 경기장에서 경산쪽으로 가다보면 유명한 해물찜/해물탕집 옆집이다. 미성복어와 복어잡는 사람들을 짬뽕해놓은 경향이 있다.
6. 해금강
성림과 미성을 합해놓은 방식이다. 맛도 있고 일식집 분위기를 강하게 내므로서 약간 고급화한 느낌이다.
7. 마산 경북복집
마산에 가면 복어 골목이 있다. 복어집이 즐비한데 절대 인터넷 맛집 광고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이들 집들중 두번이상 방문한 집은 딱 한곳이다. 바로 경북 복집. 양도 많고 시원하고 특히 반찬에 사람 죽는다. 말린칼치조림만 세번 더 달라고 해서 먹었다. 마산엔 콩나물 무침이 없다.
8. 구미 싱글벙글 복어
엄청 전국적으로 유명한 집이다. 옛날 대구시청복어 골목에도 분점인지 상호가 같은 집이 있을 정도이다. 맛은 송림이나 광성을 따라가지 못하지만 콩마물 무침은 싱싱하다. 주차장이 넓어 참 좋다.
9. 목정 복어
명덕로타리 근처에 위치한다. 오래된 집이라 근처에서 물어보면 대충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맛은 중급이다. 주방장이 바뀌었는지 찜도 그렇고 국물도 진한 맛이 없다. 목정만의 비법이 분명 있을 법한데 이름만 듣고 찾아 오는 손님만 허탈하게 할 수도 있다. 목정의 명성을 찾는 길은 맛의 변화이다.
첫댓글
복어를 '죽음과도 바꿀 만한 가치가 있는 맛' 이라고 한 사람도 있군요.
복어는 남녀노소 접대하기에도 무난하여 미성, 미가, 송림 등,
어지간한 곳에는 다 가 본 것 같습니다.
동생이 구미에 살아 이른 새벽 엄마, 아버지 모시고
<싱글벙글>식당에는 여러번 갔는데, 괜찮습디다.
마산 경북복어집에는 아직 못 가 봤습니다.
말린갈치조림이 유혹하는군요.
좋아하는 반찬이라. 쩝!
우리 마산 경북복어집 가봅시다. 말린갈치조림도 먹고 싶고 ㅎ
하필 밤11시 배가 촐촐하던참에 이 긁을 읽다니
노국장 누굴 고문할일 있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