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ry Christmas!
어제 주님 성탄 대축일 밤미사의 전례는 하느님 아들의 탄생의 신비에 대한 흥분과 두려움으로 차 있다고 한다면, 오늘 낮미사는 기쁨 외에 서정적이고도 풍부한 신학적 내용으로 차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영성(靈性)가들은 성탄의 신비를 '하늘과 땅의 입맞춤, 영원과 시간의 만남'이라고 노래합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일은 하늘과 땅의 입맞춤은 인간이 하느님께로 올라가서 된 일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자신을 낮추어 오심으로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죄 많은 우리 인간을 구원하시려고 당신의 아들을 세상에 보내셨습니다.
우리 가톨릭 교회는 주님 탄생, 육화의 신비를 우리 신자들이 잘 이해하고 삶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성탄 미사를 네 번 봉헌합니다.
종류 | 복음 | 복음의 주요 내용 |
전야 미사 | 마태오 복음에 의한 예수님의 족보와 탄생 예고 | “임마누엘은 번역하면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이다.”(23절) |
밤 미사 | 루카복음에 의한 예수님의 탄생 |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11절) |
새벽 미사 | 루카복음에 의한 목자들의 아기 예수 경배 | “목자들은 천사가 자기들에게 말한 대로 듣고 본 모든 것에 대하여 하느님을 찬양하고 찬미하며 돌아갔다.”(20절) |
낮 미사 | 요한복음의 로고스 찬미가 |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아버지의 외아드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을 보았다.”(14절) |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요한 1,14)는 사도 요한의 증언을 따라 하느님의 아들이 우리의 구원을 완성하시기 위하여 인간의 본성을 취하신 일을 ‘강생’ 또는 ‘육화’(incarnatio)라고 표현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필리피서에서 강생의 신비를 이렇게 노래합니다.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필리 2,6-7)
그렇다면 왜 하느님의 말씀이 사람이 되셨을까요? 그리고 예수님의 강생의 신비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슨 의미를 지닐까요? 『가톨릭교회교리서』 457-460항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관점에서 예수님의 강생의 신비를 우리에게 설명합니다.
① 첫째로 ‘말씀’은 우리를 하느님과 화해시켜 구원하시고자 사람이 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아들을 보내셔서 우리의 죄를 용서해 주시려고 제물로 삼으시기까지 하셨습니다.”(1요한 4,10)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의 죄를 없애시려고 이 세상에 태어나셨습니다.”(1요한 3,5)
② 둘째로 ‘말씀’은 우리가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게 하시려고 사람이 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외아들을 이 세상에 보내주셔서 우리는 그분을 통해서 생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 가운데 분명히 나타났습니다.”(1요한 4,9) “하느님은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셔서 외아들을 보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든지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여 주셨습니다.”(요한 3,16)
③ 셋째로 ‘말씀’은 우리에게 거룩함의 모범이 되시려고 사람이 되셨습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매고 나에게 배워라.”(마태 11,29) 참으로 그분께서는 참행복의 모범이시며, 새 율법의 기준이십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5,12)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이 사랑에는 그분의 모범을 따라 실제로 자기 자신을 내어주는 것도 포함합니다.
④ 넷째로 ‘말씀’은 우리를 “하느님의 본성에 참여하게”(2베드 1,4) 하시려고 사람이 되셨습니다. “인간이 ‘하느님의 말씀’과 친교를 맺고, 하느님의 자녀됨을 받아들여” 우리 인간을 하느님처럼 거룩한 존재로 만드시기 위해서 ‘말씀’이 사람이 되신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降生)의 신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인간으로 하여금 신(神)이 되게 하기 위하여, 신(神)이 인간이 되어 오셨다.” 또 오늘 본기도를 통해 교회는 다음과 같이 기도합니다. “인간의 품위를 기묘히 만드시고 더욱 기묘히 새롭게 하신 하느님, 성자께서 우리의 인성을 취하셨으니, 우리도 성자의 천주성에 참여하게 하소서.”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 빛’으로 이 세상에 오신 그리스도의 탄생은 기쁜 소식이며 영광입니다. “비뚤어지고 뒤틀린 이 세대에서 허물없는 사람, 순결한 사람, 하느님의 흠 없는 자녀가 되어 이 세상에서 별처럼 빛날 수 있도록 하십시오.”(필리 2,15) 라고 당부하신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새기며, 참 빛으로 우리에게 오신 구세주 예수님의 성탄을 경축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