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은냄비
장의순
찌든 양은냄비 철수세미로 닦는다
꺼무리한 땟물이 손가락 사이를 타고 푸른 그물처럼 얽
어진 손등 위로 흘러내린다
신혼 초에 시어머님이 사서, 전방까지 들고 오신 손잡이
없는 양은냄비, 뚜껑이 냄비 깊이 걸쳐져 끓어 넘치는 국
물을 가두어 주어서 좋았다
처음엔 밥 짓고 국도 끓였는데 이젠 시래기만 삶는다
삼십년이 넘도록 머슴처럼 부려먹은 양은냄비
고락을 함께해온 그도 내 모습처럼 윤기를 잃었다
홀어머니 시집살이 한숨이 그곳에 서려 예수도 달마도
지장보살도 무늬져 있다
언젠가 애꿎은 너를 패대기치며 화풀이도 해댔지
이제 네가 잃어버린 은빛은 나의 머리카락에 내려앉았다
그 때의 어머님도 풀이 죽고 나도 시들었다
오늘, 후회와 같은 마음으로 수도승이 되어 너를 닦는다
예수도 달마도 지장보살도 지워 버린다
누더기 무거운 우울이 옷을 벗는다
동그랑 뚜껑은 비행접시처럼 반짝인다
해맑은 봄날이 돌아오면 하늘 높이 날려 보내고 싶다. <2006/1/20>
첫댓글 그곳에 서려 예수도 달마도
지장보살도 무늬져 있다/// 좋은시 잘 감상하였습니다.
네 오 시인님 ! 댓글 고맙고 감사합니다.
신혼新婚 때부터 희로애락喜怒哀樂을 함께한 냄비에 얽힌 詩 잘 감상하고 갑니다.
정감이 배어있는 희망적希望的인 글에 머무르다 갑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건필健筆하소서.
청호 시인님 여기까지 찾아와 댓글 남겨 주시고 고맙고 감사합니다. 건강 행복 건필하시길 기원합니다.
오래된 냄비에서 맛있는 인생을 읽습니다
비행기ᆢ새봄,
장선생님 시는 늘
정겨운 맛이 납니다
비아 시인님 늘 단골로 찾아 댓글 달고 찬사를 아끼지 않으시니 고맙고 감사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