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윤병성 2004/4/23(금) 20:49 (MSIE5.5,Windows98) 61.79.158.199 1024x768 조회: 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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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마라톤대회를 다녀온 소감
4월 16일(목) 날씨 맑음 (13:00) 인천공항 가는 리무진 버스에 오르자 드디어 떠나는구나 일성을 외쳤다. 고속도로를 마구 냅다 달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안락한 의자에 파묻힌 채 일상을 탈출하는 듯한 묘한 스릴 감을 느껴 본 채 5박 7일의 보스턴 마라톤 여행은 이렇게 시작됐다. 새로 개통된 광명 KTX 역사를 경유 인천국제공항에 1시간 30분만에 도착한다. 좀 이른 시각이지만 초행길의 낮선 여행객에겐 그저 둘러보는 재미도 여행의 묘미였다. 그제서야 안경도(평상시도 썼다 벗다 감각이 둔해진)못 챙겨오고 여행 가방의 열쇠도 빠트리고 왔음을 알고 아내에게 전화 - "아니 그렇게 오랫동안 꼼꼼히 준비하더니 뭐 햇수?" 득이 없는 핀잔만 듣는다. "글쎄 이제 나이 탓인가 봐" 현실에 아둔할 때 나이 핑계는 적절했다. 미국 입국수속이 까다로워 여행 가방은 잠그지 말라 한 게 다행이라 자물쇠는 새로 하나 사면되고 안경은 불편하지만 감수하기로 했다.
(16:00) 인천공항 L카운터 앞 여행춘추 김세진 부장의 인솔하에 B팀 50여명이 출국 및 탑승 수속 (18:55) 대한항공 083편 앵커러지 경유 뉴욕행 비행기에 오른다.
4월 16일(이하 미국시간 시차 앵커러지 4시간 뉴욕 13시간) (09:30)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는 앵커리지 공항 두시간 동안 공항에 체류하며 까다로운 미국행 입국수속 지문채취, 홍체등록(사진) 미국 입국 공무원이 단체 마라톤 유니폼을 보고 런닝 하느냐고 알은 체를 한다 재 탑승 후 이륙 고도 만여 미터 아래로 보이는 하얀 산 군의 모습 장관이다. 로키산맥이다.
(22:40) 미국 뉴욕 JFK 국제공항 착륙하기 전 하늘에서 내려다본 뉴욕시의 야경 거대한 인공 예술품처럼 아름다웠다. 현지 가이드인 교표 장승식씨가 마중을 나옴. 보스턴까지 대형 버스로 이동하면서 저녁 도시락을 든다. 낮선 이국 땅의 밤 풍경, 시차등 약간 혼란스럽다. 보스턴시 근교 95번 하이웨이가 지나가는 Sheraton Needham Hotel에 새벽 3시 30분경 도착한다, 동갑인 박평석씨와 룸메이트가 됐다.
4월 17일 날씨 맑음 새벽 6시 모닝콜이다. 아침 조깅이다. 눈을 부치는 등 마는 등 했지만 조깅복을 입고 내려간다. 어제 우리보다 일찍 도착한 A팀(5박6일), C팀(9박10일)과 눈인사를 나누며 아침 조깅이다. 긴장, 시차 그리고 수면 부족인지 약간 몽롱한 상태이지만 평화스러워 보이는 미국 동부 지역의 전형적인 고급 주택가를 낀 숲 속의 호수가 주위를 달리고 나니 기분이 상쾌했다.
오전은 보스턴시 남쪽 항구에 위치한 무역회관의 마라톤 엑스포장에서 배번 픽업 및 마라톤용품 쇼핑을 했다. 배번도 수령하고 마라톤용품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마라톤엑스포는 국내에서도 중앙마라톤이 일부 시행을 하지만 규모와 택배 문화에 길들여진 국내 마라톤 실정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우리도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았다.
오후에는 버스 투어로 마라톤 코스 답사가 있었다, 출발지인 매사추세츠주의 홉킨턴시를 포함 6개의 작은 도시를 돌아 보스턴시로 들어서는 마라톤 코스는 이십여개의 크고 작은 언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08회 동안 한번도 코스를 바꾸지 않은 호 기록이 나오지 않는 대회지만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미국인들에게 일년의 단 하루 이 축제를 기다리며 즐기는 대회로 더 유명하다. 국내 동아, 조선, 중앙 보다는 어렵고 호미곶, 거제 코스보다는 쉽다 하지만 역시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코스 답사중 아무래도 관심을 끄는 곳은 32km 지점의 하트브레이크 언덕이었다. 1936년 레이스에서 전년도 우숭자였던 존 켈리(미국)가 선두를 달리던 앨리슨 브라운을 앞지르면서 등을 두드려 자존심을 상하게 했고 격분한 브라운이 이 언덕에서 다시 존캘리를 앞질렀다. 지역신문인 보스턴글러브가 이 장면을 "캘리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라고 표현한 것이 상심의 언덕이란 또 다른 유래이지만 심장이 파열될 정도로 힘든 고개라는 뜻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4월 18일 일요일이다. 보스턴의 날씨는 한국의 3월 초 봄 정도로 약간 쌀쌀하다는데 다행스럽게 기온은 계속 올라간다.
(08:00) 피니시라인이 있는 코플레어 스퀘어에서 약 3 마일을 달리는 Friendship Run 행사가 있었다. Freedom(자유)이라는 보스턴마라톤의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대회 참가자, 응원가족, 일반 시민 등이 참가비도 없이 무료로 주는 대회 로고가 그려진 티셔츠와 배번을 달고 자유롭게 걷거나 달리며 각각 우정을 나누는 뜻있는 이벤트 행사이다.
이어서 찰스 강을 연결하는 하버드 다리를 건너 캠브리지시에 있는 미국의 명문대인 하버드대학교와 M.I.T 공과대학을 방문하는 등 가벼운 관광과 시차 적응 훈련을 했다, 찰스 강변 양쪽에는 일요일이라 조깅을 하는 사람들도 꽤 눈에 뜨였다.
오후엔 어제 미쳐 들리지 못한 보스턴 마라톤에서 몇 번씩이나 우승한 미국의 빌 로져스 마라톤용품점과 뉴발란스 본사 아울렛 매장을 방문 쇼핑 시간을 가지고 호텔 주위에서 각자 내일 대회를 위한 적응훈련 및 휴식을 하였다.
4월 19일 대회일 이다. 한국 선수단이 보스턴에 오면 항상 신세를 진다는 보스턴 한인 산성교회에서 정성껏 준비한 찰밥을 먹고 08:00 출발지로 이동했다. 오늘 날씨가 굉장히 덥다고 한다. 오전 9시 기온이 이미 섭씨 23도에 이르고 최고 기온인 오후 3시경에는 29.5도 까지 상승할 것이란 예보이다. 내 기록으로 그 시간이면 하트브레이크 언덕 등이 있는 지점일텐데 걱정이다. 그래도 출발지에 가니 한국선수단 모두들 컨디션이 좋아 보였다, 유니폼 대신 개량한복을 입으신 분, 태극기로 온 몸을 휘 감으신 분, 또 각자 동호회나 소속 회사 유니폼을 착용하고 하이파이브나 파이팅, 힘을 외치며 오늘의 선전을 기원한다. 난 수마클의 정기가 있는 보라색 유니폼을 입었다.
(12:00) 드디어 출발이다. 귀가 따가울 정도의 요란한 시민들의 함성 속에 2만 2000명의 선수들이 42.195km를 달려나간다. 보스턴의 인구가 70만이라는데 해마다 응원 시민들만 50만이라니 마라톤 문화를 보고 즐기는 시민의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좁은 주로길 양편에서 응원을 하시는 각양 각색의 미국 시민들의 모습 손바닥으로 함성으로, "넌 할 수 있어"를 외치는, 그리고 음악을 틀어 준다거나 나팔을 불거나 악기를 연주 해주는 밴드도 보인다. 오렌지나 사탕, 아이스크림을 들고 고사리 같은 손을 내미는 어린아이들, 그리고 그것을 고맙게 받았을 때 기쁜 표정으로 환하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평화와 여유를 자랑하는 미국을 보는 듯 했다.
웃기는 에피소드가 있다. 옷이 피부에 쏠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출발 전에 바셀린을 발랐지만 레이스 종반에 가서는 땀으로 효과가 절감돼 바셀린의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에 아이들이 아이스크림 막대 같은데다 바셀린을 찍어 내민 것을 먹는 것 인줄 알고 일행 중 받아 드신 분이 있었다. 나중 버스 투어에서 본인도 찝집했던지 그 무색무취인 구리스 같은 게 뭐였나고 물어 바셀린 였음이 밝혀져 버스에 탄 일행들이 배꼽을 잡고 웃은 적이 있었다. 그만큼 미국 시민들과 아이들은 레이스에 필요한 모든 것을 들고 응원하는 것을 즐기는 것 같았다, 바셀린, 파워젤, 파워바,물수건 등 가정의 수도 호스를 연결해서 물 사워를 만들어주고 아이스박스에 찬 얼음냉수도 공급해 준다.
20km 지점의 웨슬리 여대생들의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장장 1~2km 구간에 걸친 응원은 가히 압권이었다. 손바닥 터치는 기본이고 포옹하고 볼에 키스를 받는 등 신들린 듯한 열광적인 응원은 아마도 보스턴 마라톤이 자랑하는 전통인가 보다. 한 10년쯤 후면 우리도 동아 마라톤에서 저런 마라톤 문화를 볼 수 있을까. 내심 부럽기도 하고 마라톤의 교통통제 등으로 짜증스러운 우리네 시민들의 모습과 비교가 된다.
기록은 좋지가 않았다. 보스턴에 오기 전 절대 기록에 연연하지 말고 펀런 하라고 몇 분들의 조언도 있었지만 그래도 은근히 국내 내 기록을 한번 깨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식사문제, 시차적응, 보스턴 대회 사상 처음이라는 30도 이상의 기온, 습도 80%의 최악의 상태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한국 참가자들에게도 평소의 자기 기록보다 뒤쳐진 기록을 가져다주었다. 그렇지만 보스턴 시민들과 함께 한 축제의 한 마당에서 하이파이브를 했노라고 애써 위안해도 후회스럽지 않을 정도로 멋진 대회였다.
랩타입 5km 24:50 10km 49:15 15km 1:13:59 20km 1:40:33 하프 1:46:22 25km 2:08:33 30km 2:38:12 35km 3:10:51 40km 3:42:33 피니쉬라인 3:56:41
기록에서 보듯이 하프까지는 정상적인 페이스였고 30km 후반부터 페이스가 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보스턴마라톤 대회는 108년의 역사답게 우리의 마라톤대회가 많은 것을 배우게 하는 부분이 있었다. 출발 전 소지품을 맡기는 비닐 봉투는 배번 픽업시 함께 주는데 배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이 인쇄된 스티커를 붙이게 되어 있다. 소지품 봉투는 500명 단위로 노란 스쿨버스에 맡겨 도착지에서 찾게 되어 있는데 노란 스쿨버스가 짐 보관 장소가 된 곳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미국의 스쿨버스는 상단 부의 유리창을 열게끔 되어 있었다. 좌석이 있는 유리창에는 소그룹으로 배 번호가 적혀져 있었다. 참가자는 자기 번호가 속해 있는 창문으로 짐을 맞기면 되고 찾을 때도 같은 방법으로 하면 된다. 탑차에 마구잡이로 싣고 찾을 때 혼란스러웠던 지난 번 모 대회가 한번 본 받을 만 했다.
출발지는 1000명 단위로 출발 위치가 있지만 통제라인을 확실하게 하고 자원봉사자가 입구에서 확실한 통제를 하기 때문에 자기 배번 위치가 아닌 다른 곳에서의 출발은 전혀 불가능했다. 주로의 교통통제는 완벽했다. 출발지는 미리 비표를 받은 선수단을 태운 버스만 들어 가 선수단을 내려놓고 차량은 다른 지점으로 이동해야만 한다. 주로 상의 모든 진입로는 아무런 통제 시설물 없이 의경이나 자원봉사자가 구두로 통제하는 것이 아니고 완벽한 바리케이드로 도로 자체를 폐쇄 시켜 놓았다. 교통통제로 진입로에서 운전자와 싸우고 달리는 주자들도 죄 진 것처럼 부담을 주는가 하면, 차량과 주자가 서로 얽혀 달리는 우리네 현실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완벽한 의료체제는 보스턴 마라톤이 자랑하는 또 한가지 이유이다. 병원마다 지정 장소에 구호 본부를 설치하는데 웨슬리 병원에서는 6군데나 주로 상에 구호 본부를 설치하여 놓았다. 조금만 실신한 듯 해 보이면 의료진이 달려와 살피는 등 안전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우리 팀의 한 분도 더위로 탈진돼 의료진한테 후송 응급조치 후 링겔을 맞아야 한다는 것을 극구 사양하고 겨우 완주하였다는 뒷 이야기이다. 피니시라인에 도착하면 은색 보온비닐로 선수들 체온 저하에 신경을 쓰는 일, 기념 메달을 주는데는 역시 바리케이드가 세워져 있는데 단순히 기념품 주는 장소의 혼잡함을 통제하는 것 인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도착한 주자가 바리케이드에 신발을 걸치면 안에서 자원봉사자가 칩을 풀어 주고 비로소 메달을 목에 걸어 주어 마지막까지 선전한 주자를 위함이었다.
보스턴 마라톤대회는 참으로 많은 것을 알게 하여 주었다. 마라톤은 어느 대회에서든 힘들지 않는 곳이 없지만 이번 보스턴은 정말 힘들었다. 비싼 참가 경비 들여서 뭐하러 이곳까지 왔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더위와 싸운 한판 승부였다. 하지만 짧은 연륜으로는 도저히 이루어지지 않는 저력이 50만의 시민과 2만2천명의 주자가 함께 달리며 응원하며 즐기는 축제로 승화시키며 나를 끌어들이는 매력이 아니었던가 생각해 본다.
보스턴의 마지막 밤은 한인산성교회에서 전 참가자가 완주를 자축하는 파티 일정 속에 소중한 열 두 번째 풀을 달린 추억을 안겨 주었다.
4월 20일 날씨 맑음 A팀은 귀국차 공항으로 B팀과 C팀은 뉴욕관광을 위한 버스 투어가 시작됐다. 미국 북부에서 남부 마이애미까지 내려가는 95번 하이웨이도로는 흡사 산을 깎아 만든 한국의 지형과 비슷했다. 만개한 개나리와 복사꽃 벚꽃 등이 보이고 나뭇잎은 이제 물이 오른 봉오리로 펴기 직전이었다. 보스턴에서 뉴욕까지 4시간 동안 이동하면서 작은 도시를 벗어나면 한적한 전원주택처럼 보이는 미국의 농가 풍경이 참으로 평화스럽고 행복해 보였다.
오후의 뉴욕 관광을 마치면서 공식적인 일정이 끝났다. 뉴저지주의 호텔에서 룸메이트및 옆 방 일행과 이별을 이쉬어 하며 조촐한 맥주 파티, 그리고 창 밖으로 보이는 조용한 이국의 밤 풍경 - 내일이면 내가 속한 B팀은 귀국하고 C팀은 다음 관광일정으로 와싱턴 및 미국 북부 지역으로 이동하게 되어 있다.
4월 21일 아침에 약간 부슬비 JFK국제공항에서 탑승 수속 그 동안 수고하여 주신 가이드와 헤어지고 13:30분 출발이다.
한국을 떠나기전 내가 생각했던 미국이란 나라 그리고 며칠간의 짧은 일정이지만 내가 새롭게 느꼈던 미국이란 나라가 업 되면서 난 14시간의 긴 여행에 몸을 묻혔다. 인천공항에 도착 한 것은 한국시간으로 4월 22일 오후 5시 50여명의 밝은 미소들이 다음 주로 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며 제 108회 보스턴마라톤의 추억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은 것 같은 소중한 기억으로 난 보스턴 완주메달을 30여개의 각종 마라톤 완주메달이 걸린 벽면의 한 귀퉁이에 걸어야만 했다.
(후기) 두서 없이 보스턴 참가기를 올렸습니다. 보스턴대회에 관심이 계신 분 내년에 참가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실까 하여 올렸습니다. 감사합니다.
행암리: 멋진 글이었어..소중한 경험..다시 한번 축하를.. --[04/24-10:41]--
윤정엄마: 보스톤과마라톤 . 이것도 머리속에 입력해야하나요. 좋은공부됐네요. --[04/25-06:48]--
청주: 건강하게 잘 다녀와서 좋구나 --[04/26-12:21]--
영은엄마: 완주 축하합니다.떠날때 뵙고격려드리고 싶었는데-죄송합니다. --[04/26-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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