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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북정맥 10구간
*정맥구간:창엽굴고개-한강봉-울대고개
*산행일자:2008. 6. 15일(일)
*소재지 :경기양주/의정부
*산높이 :불곡산임꺽정봉445m, 호명산423m, 한강봉489m, 챌봉516m
*산행코스:부흥사 위 공터-창엽굴고개-오산삼거리-작고개-호명산
-한강봉-챌봉-항공무선표지소-천주교묘지-울대고개
*산행시간:9시5분-17시10분(8시간5분)
*동행 :경동동문산악회 총17명
(24기 김남진/김양미, 김주홍, 이명재, 이기후, 이규성, 백인목, 서중원, 우명길
29기 정병기/김의정, 유한준, 오창환, 김세환, 김정호 및 30기 박승욱 그리고
초대회원 박현출님)
강원도 화천의 대성산 남쪽아래 수피령 고개 마루에서 작년 9월에 고교동창들과 첫발을 내딛은 한북정맥 종주산행이 어느새 종반에 접어들었습니다. 어제 의정부 울대고개에서 10구간 종주를 마쳐 다음에는 서울로 입성해 도봉산을 지나게 됩니다. 그동안 한북정맥을 종주하며 한 가을의 단풍제전을 광덕산에서 맞았고, 동절기 설산 산행을 국망봉에서 즐겼습니다. 죽엽산에서 봄을 맞는 가 싶었는데 어느새 여름이 시작되어 이번 산행에서는 먼발치서 녹음 진 도봉산의 뒷모습을 보았습니다. 이제 세 번만 더 출산하면 파주 교하의 장명산에 다다라 도상거리가 160Km를 넘는 한북정맥의 종주산행을 마무리하게 됩니다. 이리되면 저희들은 한 해 사시사철을 모두 한북정맥에서 맞고 보내는 셈입니다.
오는 10월 종주산행을 마치고나면 시인 박재삼님이 “산에서”라는 그의 시에서 읊은 대로 “진실로 산이 겪는 사철 속에 아른히 어린 우리 한 평생의”의 축도를 한북정맥의 끝점에서 보게 될 것입니다. “그 곡절 많은 사랑은 기쁘던가 아프던가” 하며 애절해하던 시인은 곡절 많은 삶의 문제를 풀기 위해 “젊어 한창 때 그냥 어쩔 줄 모르던 기쁨이어든 여름 날 헐떡이는 녹음에 묻혀들고 연중들어 간장이 저려오는 아픔이어든 가을 날 울음 빛 단풍에 젖어 들거라”하고 산을 끌어드렸습니다. 저희들뿐만 아니라 시인에게도 산은 생명의 근원이며 마지막 삶을 묻어두는 곳인 듯싶습니다. 시인은 “그가 다스리는 시냇물도 여름엔 시원하고 가을엔 시려오느니 사랑을 기쁘다고만 할 것이냐 아니면 아프다고만 할 것이냐”라고 그의 시를 갈무리하지만 저희들은 앞으로 세 번을 더 종주하며 사랑이 기쁜 것인지 아니면 아픈 것인지에 대한 답을 구해갈 것입니다.
아침9시5분 불곡산 북쪽 산자락에 자리한 부흥사 위 공터에서 하루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총 17명이 양주역에 집결하여 택시5대로 이동했습니다. 날씨가 쾌청해 한 낮의 기온이 섭씨29도까지 올라간다기에 산행시간 내내 땡볕더위를 식혀줄 바람이 불어주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지난번에 종주산행을 마친 창엽굴고개로 올랐습니다. 산행시작 15분후인 9시20분에 창엽굴고개에 다다라 군부대유격훈련장으로 들어섰습니다. 왼쪽 능선 길을 치켜 올라 전망바위에 올라섰습니다. 오른 쪽 아래로 아담한 저수지가 자리했고 지난 번 지나온 산줄기도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10시 조금 넘어 임꺽정봉 바로 아래 분기점에 다다르자 먼저 오른 일행들은 벌써 임꺽정봉으로 올라갔고 몇몇은 후미로 쳐져 무척 힘들어하는 한 동문을 기다렸습니다.
11시4분 오산삼거리 건널목을 건넜습니다.
임꺽정봉 바로 아래 갈림길에서 정맥 길은 서쪽 아래 슬라브바위 길로 이어졌습니다. 오르내리는 길에 긴 로프가 각각 매달려 있는데도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한 급경사의 슬라브길 하강이 처음인 일행 들이 있어 시간이 지체됐습니다. 실은 지난 달 이 슬라브구간을 지나 오산삼거리까지 진출할 생각이었는데 억수같이 퍼붓는 비를 맞으며 이 길을 내려가는 것이 위험하다고 판단해 창엽굴고개에서 종주산행을 마치고 하산했는데 쾌청한 날씨에도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그때 안하고 미루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무사히 하강을 마치고 조금 더 내려가 만난 안부에서 왼쪽으로 꺾어 내려갔습니다. 마루금은 곧바로 이어지지만 앞 봉우리를 군부대가 점하고 있어 별 수 없이 안부에서 아래로 내려서 물이 흐르지 않는 마른 계곡을 건넜습니다. 산행시작 두 시간 만에 오산삼거리에 도착해 건널목을 건넜습니다. 4년 전에는 왼쪽으로 더 내려가 밭가를 지나 능선으로 올라 가시풀숲 길을 지나느라 고생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는 건널목을 건너자마자 표지기가 보이는 농로를 따라 올라가 아주 쉽게 밭가 정자에 이르렀습니다. 후미를 기다려 한참을 쉰 후 길을 막는 쓰러진 나무들을 피해 봉우리에 올라서자 산성자리임을 보여주는 아주 낮은 석성이 보였습니다. 지난 종주시에 뭔가에 홀려 10분 넘게 맴돌았던 산성자리를 지나 만난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작고개로 내려선 시각이 11시46분이었습니다.
12시36분 해발 423m의 호명산을 올랐습니다.
작고개를 지나는 2번 도로를 건너 농원 앞에서 후미를 기다려 대열을 정비한 것은 농원에서 풀어놓은 견공들과의 피할 수 없는 일전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는데 주인아주머니가 개들을 불러들이는 바람에 각오했던 일전이 싱겁게 끝났습니다. 농원을 지나 호명산을 오르기까지 40분이 걸렸습니다. 불곡산 슬라브 길에서 시간을 많이 뺏겨 중간 송전탑에서 쉬어갔으면 하는 일행들의 애절한 눈빛을 외면하고 호명산 정상까지 내달았습니다. 흘린 땀만큼 식욕이 더해지는 곳이 바로 산이기에 산 위에서 함께 먹는 점심은 언제나 성찬입니다.
몸이 안 좋아 참석 못 한 수지 분의 빈자리가 점심시간에 더욱 크게 보였습니다.
아무리 부군 분이 열심히 해도 그 자리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입니다. 점심자리에 빠진 대원이 또 한 사람 있었습니다. 불곡산을 오를 때부터 걱정스러웠던 후미의 한 동문이 이번 산행을 감당할 수 없어 동기의 권유대로 작고개에 이르기 전에 오산삼거리로 되돌아갔습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던 것은 너그러울 때는 마냥 너그럽지만 준비가 덜 된 산객들에는 냉혹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 바로 산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라도 한 여름에 8-9시간 동안 수많은 산봉우리를 오르내리는 종주산행을 할 때는 전날 밤 과음을 자제하는 것이 산에 대한 예의입니다. 술에는 장사가 없다면서도 산에는 스스로를 장사라고 생각해 과음하는 것은 산에 대한 비례이기에 언제라도 산이 내칠 수 있는 것입니다.
14시47분 해발 489m의 한강봉에 올라섰습니다.
반시간이 넘게 계속된 점심시간은 13시13분에 끝났습니다. 한참을 남진하다가 능선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헬기장을 지나 복지리포장도로로 내려섰습니다. 도로 건너 둔덕을 넘었는데 아래 공터에 4년 전에 있었던 시멘트 폐건물들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동안 흉측스런 시멘트건물 잔해들을말끔히 치운 것이 틀림없습니다. 한강봉을 오르는 비알 길을 이번 산행에서 가장 힘든 코스로 생각한 것은 4년 전에 제가 이 길을 엄청 힘들게 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 생각은 맞지 않았습니다. 1시간 6분 동안 계속된 산 오름에 누구한사람 뒤처지지 않고 거의 같은 시간에 한강봉 정상을 올랐습니다. 아직은 땅에서 뜨거운 열기가 뿜어 나오지 않아 몇 몇 일행들이 하늘이 뻥 뚫린 개활지의 송전탑에서 잠시 숨을 돌린 후 한강봉을 올랐습니다. 삼각점이 세워진 한강봉에서 북서쪽으로 뻗어나가는 산줄기가 한북감악지맥이며 한북정맥은 남서쪽 아래로 이어졌습니다. 골바람의 통로인 안부로 내려가 긴 시간 편안하게 쉬었습니다.
16시12분 항공무선표지소에 다다랐습니다.
안부에서 늘어지게 쉰 후 정맥종주를 다시 이어갔습니다. 안부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에서 오른 쪽으로 오두지맥 길이 갈렸습니다. “신산경표”를 지은 분의 뜻을 존중해서인지 오두지맥을 한북정맥으로 표시하고 한북정맥을 도봉지맥으로 적어 넣은 이정표와 이를 뒷받침해줄 안내도가 세워져 있어 처음 본 분들은 어리둥절했을 것입니다.
논점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영조때 산경표를 찬한 여암신경준은 이 분기점에서 도봉산과 노고산을 거쳐 장명산에서 끝나는 곡릉천 아래 남쪽 산줄기를 한북정맥으로 명명했습니다. 이제껏 한북정맥이 임진강과 한강을 가르는 분수령역할을 했는데 여기서부터 장명산까지는 어느쪽으로 흐르던 모두 한강으로 흘러 잘 못되었다는 것이 신간경표를 펴낸 분의 논리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강과 임진강을 분명하게 가르는, 여기에서 고령산과 월롱산을 거쳐 오두산에서 끝나는 북서쪽 산줄기를 한북정맥으로 삼고 기존의 남서쪽 한북정맥 산줄기는 도봉지맥으로 고쳐 불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리시험문제를 푸는 것이라면 백번 옳고 지당한 답입니다만, 한북정맥이라는 용어자체가 학술적인 용어가 아니고 역사에 기초한 것이기에 200년 넘게 전해온 역사를 무시하고 바꾼다는 것은 잘못이라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내려온 한북정맥은 그대로 두고 북서쪽 산줄기를 오두지맥으로 부르자는 의견인데 저도 같은 생각이어서 한북정맥 종주를 먼저 끝낸 후 오두지맥 종주에 나섰습니다.
이번 산행 중 최고봉인 해발 516m의 챌봉에 오른 시각은 15시9분이었습니다. 산불무인감시시스템이 가동되는 챌봉은 최고의 전망지여서 수도서울의 명산들이 여럿 보였습니다. 북한산의 인수봉과 백운대 및 그 사이 숨은벽도 조망됐고 그 앞에 도봉산의 연봉들이 더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오래 참아온 정상주를 마시느라 여념이 없는 일행들을 십 분여 기다려 같이 왼쪽 길로 내려섰습니다. 안부에서 막 올라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진 곳을 찾아 또 다시 쉴 수 있었던 것은 대원들의 주력이 몰라보게 좋아져 목적지인 울대고개에 예상보다 시간 반은 빨리 다다를 수 있겠다 싶어서였습니다. 챌봉에서 내려다본 항공무선표지소 울타리 앞에 다다라 왼쪽 길로 우회해 표지소 정문아래 차도로 내려섰습니다.
17시10분 울대고개 슈퍼 앞에서 종주산행을 끝냈습니다.
정문아래 차도를 따라 7-8분을 내려가다 왼쪽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오른쪽 사면이 천주교길음교회묘지인 능선 길에서 마지막으로 쉰 후 울대고개로 내려갔습니다. 39번 도로가 지나는 울대고개 바로 전의 슈퍼에서 맥주를 사들며 하루산행을 마쳤습니다. 4년 전의 제 경험만 생각하고 이번 산행이 엄청 힘들 것이라 예상했는데 사패산을 올라 회룡역으로 하산해도 될 정도로 모두들 기운이 남아도는 듯 했습니다. 쾌청한 날씨에 바람이 때 맞춰 불어주었고 그늘진 흙길이 주여서 산행여건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회를 거듭할수록 대원들의 좋아지는 체력덕분에 한 시간을 당길 수 있었습니다.
아직은 기쁨과 아픔을 초월할 나이는 아닙니다.
시인 박재삼님이 들려준 대로 젊어 한 때 기쁨을 여름 날 녹음에 묻어두고 간장이 저려오는 아픔은 가을 날 단풍에 젖어들게 할 것입니다. 그리하면 한북정맥 종주는 끝날 것이고 그때쯤이면 사랑을 기쁘다고 할 것인지 슬프다고 할 것인지 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첫댓글 선배님, 아니 형님 따사로운 부름입니다. 언제나 대원들을 위하여 여러가지 사전준비와 마무리 하시는 모습 정말 아름답고 부럽기도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지도 편달 부탁드립니다.
몇 번 밖에 같이 안했는데 끝까지 종주하겠다는 후배님이 오히려 고맙습니다. 한 산을 정해 오르내리는 점의 산행은 가까운 산을 가면 혼자 올라도 큰 무리가 없지만 산줄기를 이어가는 선의 산행은 여럿이 함께 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안산하게 해 주신 우대장님에게 감사드립니다.... 집사람도 빨리 몸 추스려 담엔 꼭 참석토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시작이 반이라더니 어느새 서울에 다 왔습니다. 요즈음 너무 산에 빠지는 것은 아닌지요? 어부인 간호에 우선 신경쓰시기를.....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