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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첫 주말
변덕스런 날씨를 탓해야 할까? 오르락 내리락하는 기온차로 감기 들기 십상이다.
내일 쯤 봄의 경치를 즐기러 가까운 곳으로라도 떠나야할 듯 하다.
봄의 경치를 구경하며 즐기는 것을 상춘(賞春)이라고 한다.
혜원 신윤복의 상춘야흥(賞春野興)이 떠오른다.
조선후기 단원 김홍도, 긍재 김득신과 함께 대표적인 풍속화가인 혜원 신윤복은 도화서 화원으로 앞날이 촉망되던 젊은 화원이었다.
그러나 그는 공무원 신분인 화원을 그만두고 야인화가로 전업작가로서 어렵게 생활하며 많은 풍속화를 그려 후세에 남겼다.
신윤복(申潤福, 1758~1813 이후)
▲ 상춘야흥(賞春野興) - 지본담채 35.6×28.2cm 간송미술관 소장 (혜원전신첩 중에서)
무르익은 봄날 야외에서 여흥을 즐김
- 진달래 꽃이 피어난 화사한 어느 봄날 양반가의 후원에서 봄날을 즐기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 왼쪽의 집주인인 듯한 양반은 자리를 양보하고 초대받은 주빈은 가운데에 앉아있다.
- 관복이 아닌 사복으로 입기는 하였지만 도포 위에 두른 홍띠에서 그의 지위가 드러난다.
- 붉은 색 띠는 당상관 이상의 직위를 말한다. 그 중 오른 쪽 구렛나루 수염이 보기 좋은 양반이 더 고위직인 듯하다.
- 그는 연주에만 관심있는 듯 옆에 앉은 기생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다.
- 두 명의 기생과 세 명의 악공은 연회를 위하여 준비하고 있고 오른쪽 곁에서 창옷을 입은 서성이는 젊은 남자 두 사람은 귀인
들의 수행원으로 행여 빠진 것은 없나 주변을 둘러 본다.
- 도포는 선비들의 통상 예복으로 소매가 넓고 길며 주머니처럼 달린 공태가 있다.
- 창옷은 소매가 간편하고 길이도 그다지 길지 않으며 양옆이 트여 아랫부분이 갈라진 옷이다.
- 널다랗게 깔린 돗자리 위에는 긴 담뱃대를 물고 있는 기생과 귀인의 좌측에는 한무릎을 세워 두 손으로 감싸 앉은 붉은색 속고름
을 드리운 자태고운 기생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 연주자들의 배치는 왼쪽 대금과 가운데 해금 그리고 오른쪽 거문고로 앉아있다.
- 주빈은 온화한 얼굴로 악공들의 조율을 들으며 바로 시작될 연회를 즐기고 있다.
맨 아래 왼쪽은 조촐한 술상을 받쳐 든 하녀가 음식을 나르고 있다.
그림을 보면 장침(長枕)과 담배합, 화로가 있는 걸로 보아 여흥이 길어질 듯 보인다.
- 혜원의 그림에서는 기생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조선시대 옛 기생의 격조란 사람마다 천양지차로 달랐다고 한다.
- 시문, 서화, 가무에서 예술의 절정에 오른 이가 있었는가하면, 경전을 줄줄외고 마상에서 활을 당겨 먼 과녁을 꿰뚫는 여장부도
있었다고 한다.
♣ 다음은 소설가 이정명의 장편소설 '바람의 화원'중에서의 한 부분이다.
『 햇살이 가득한 김조년의 후원에서 호조판서 김윤명을 위한 대규모 향연이 있었다.
호조에서 소요될 양식과 비단, 종이의 납품과 관련된 일이었다.
김조년은 3년 전 부터 그일에 공을 들여왔다. 오랫동안 관가 납품은 육의전이 아니면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었다.하지만 김조년은 육의전의 지물전과 면포전 행수들을 포섭했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자신을 물건을 관에 납품하기로 했다. 이 모든 일은 호조에서 눈감아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
었다. 향연이 있던 날 집안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종들은 돗자리와 기물들을 들고 후원을 바쁘게 오갔다. 윤복은 그 모든 일들의 주관자였다.
돗자리의 위치와 사람들의 방향, 그리고 화폭을 구성하는 요소의 배치에 세세하게 신경을 썼다.
화사장은 첫 번째 화사장의 반대편 산기슭으로 이어진 정원이었다.
김윤명을 정면으로, 그 옆에는 김조년을 옆으로 앉게 하고 가운데에 기생 둘을 배치했다.
연못의 배 위에서 보면 김윤명의 뒤로 아담한 산세와 붉은 꽃들이 자연스러운 배경이 되었다.
앞쪽에는 세명의 악공 자리를 깔고 오른쪽에는 젊은 청지기 둘을 선채로 대기하게 했다.
완벽한 구도였다.
김조년과 김윤명이 마주앉은 것보다는 훨씬 자연스럽고 친근한 분위기를 돋울 수 있으면서도 김윤명의 주빈으로
예우할 수 있었다. 아래쪽에는 연못의 석축을 살짝 그려 그곳이 김조년의 집 후원임을 명확히 할 참이었다.
화사는 점심 나절에 시작되어 저녁에 가까워서야 끝이 났다. 』
-'바람의 화원'중에서-
▲ 2008년 9월에서 12월까지 총 20부작으로 제작 방영 되었던 SBS의 수목 드라마 '바람의 화원' 중에서
♣ 혜원 신윤복 (申潤福, 1758~1813 이후)
- 신윤복은 영조 34년에 태어났고 본관은 고령(高靈) 자는 입부(笠夫), 호는 혜원(蕙園)이다.
- 그는 조선시대 풍속화를 대표하는 김홍도와 함께 쌍벽을 이룬 사람이다.
- 부친 신한평(申漢枰)은 도화서(圖畵署) 화원(畵員)으로 첨정과 첨절제사(僉節制使)를 지냈다.
-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신윤복도 풍속화를 비롯하여 산수화와 영모화에 능했다.
- 신윤복의 어릴 적 이름은 가권(可權)으로 뒤에 윤복으로 개명하였다고 한다.
- 그의 본명이 가권(可權)으로 밝혀진 것은 그가 그린 유명한 미인도(간송미술관 소장)에서 신가권이라는 도서가 찍혀 있는 것에서
알려졌다고 한다. 아래로 남동생 신윤도(윤수)와 여동생이 1명 더 태어났다.
- 중인 출신이었던 그는 춘화를 그렸다는 이유로 결국 도화서에서 쫓겨났다.
- 도화서를 나온 뒤 명성에 비해 매우 궁핍한 생활에 쫒겨 생존을 위해 세속적인 춘화를 그려 생활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 신윤복의 사망은 1813년까지 작품이 전해지는 것으로 봐서 이후에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을 뿐 정확한 년도도 사망지는
밝혀지고 있지 않다.
♣ 혜원의 작품세계
- 신윤복의 풍속화는 소재의 선택이나 구성, 표현 방법, 채색 등에서 김홍도와는 매우 다른 경향을 보여준다.
- 그의 작품은 섬세하고 유려한 필선과 아름다운 채색으로 매우 세련된 감각으로 묘사하였다.
- 김홍도가 서민들의 생활 모습을 주로 소재로 했다면, 신윤복은 양반들의 위선적인 모습과 부녀자들의 이중적인 모습, 한량과
기녀들의 세속적 낭만과 애정묘사 즉 춘화(春畵)를 그렸다.
- 신윤복의 풍속화는 조선 후기의 생활상과 멋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는 매우 귀중한 자료로 당시의 풍습과 살림살이, 복식, 무속
주막, 서민사회 등이 사실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 조선시대가 엄격한 유교윤리 사회였음에도 신윤복은 이에 구애받지 않고 가장 자유롭게 그림을 그린 화가였다.
- 정조임금 사후 1800년경 사회적 자유분방함이 사라지면서 작품활동도 쇠퇴기에 접어든다.
- 신윤복의 작품들에는 대부분 짤막한 찬문(贊文)과 함께 자신의 관지(款識)와 도인(圖印)이 곁들여 있지만, 연기(年記)는 표시하지
그래서 그의 화풍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해 갔는지는 알기 어렵다.
- 관지와 도인을 찍는다는 것은 자신의 작품이라고 밝히는 행위이다.
- 신윤복이 자신의 그림을 자신의 작품이라 떳떳이 밝히는 행위가 가능했던 것은 중인들의 신분이 상승함과 더불어 사회적 인식도
그만큼 성숙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 혜원의 대표작으로는 간송미술관에 소장된 '미인도'와 '혜원전신첩'이 있다.
혜원전신첩에는 여흥과 일상과 풍속, 기녀들을 소재로 한 기방, 연인들의 밀회 등과 관련된 작품들이 들어있다.
♣ 혜원전신첩(蕙園傳神帖) - 국보 135호
지본담채 28.2×35.6cm 풍속화첩 간송미술관 소장
1930년 일본으로 유출되었던 신윤복의 그림을 오사카의 고미술상으로부터 전형필이 구입해서 표장.
혜원의 그림 30점이 들어있고 표제와 발문은 한말의 서예가 위창 오세창이 썼다.
- 1974년 이 그림들을 처음으로 화첩 형태로 영인(影印)하여 발간한 출판사 탐구당(探究堂)본은 작품 제작 시기를 1780년대로
밝히고 있으나 명확한 근거는 없으며, 각 그림에 붙은 사자성어 형태의 제목 또한 탐구당에서 정한 것이라 한다.
이 책은 그해 출간이후 절판 되었다.
♣ 대략적인 구분으로 보면
- 여흥 7점 : 쌍검대무(雙劍對舞), 상춘야흥(賞春野興), 청금상련((聽琴賞蓮) 주유청강(舟遊淸江), 납량만흥(納凉漫興)
쌍육삼매(雙六三昧), 임하투호(林下投壺)
- 유곽 5점 : 기방무사(妓房無事), 청루소일(靑樓消日), 홍루대주(紅樓待酒), 주사거배 (酒肆擧盃), 유곽쟁웅(遊廓爭雄)
- 일상 6점 : 단오풍정(端午風情), 계변가화(溪邊佳話), 정변야화(井邊夜話), 노상탁발(路上托鉢), 표모봉욕(漂母逢辱),
무녀신무(巫女神舞)
- 만남 5점 : 연소답청(年少踏靑), 휴기답풍(携妓踏楓), 문종심사(聞鐘尋寺), 이승영기(尼僧迎妓), 노중상봉(路中相逢)
- 연인 5점 : 춘색만원(春色滿園), 소년전홍(少年剪紅), 월하정인(月下情人), 월야밀회(月夜密會), 야금모행(夜禁冒行)
- 탐욕 2점 : 이부탐춘(嫠婦耽春), 삼추가연(三秋佳緣)
♣ 혜원전신화첩에 들어 있는 작품들 (순서없음)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보입니다.
상춘야흥(賞春野興) 쌍검대무(雙劍對舞)
청금상련((聽琴賞蓮) 주유청강(舟遊淸江)
납량만흥(納凉漫興) 쌍육삼매(雙六三昧)
임하투호(林下投壺) 기방무사(妓房無事)
청루소일(靑樓消日) 홍루대주(紅樓待酒)
주사거배 (酒肆擧盃) 유곽쟁웅(遊廓爭雄)
단오풍정(端午風情) 계변가화(溪邊佳話)
정변야화(井邊夜話) 노상탁발(路上托鉢)
표모봉욕(漂母逢辱) 무녀신무(巫女神舞)
연소답청(年少踏靑) 휴기답풍(携妓踏楓)
문종심사(聞鐘尋寺) 니승영기(尼僧迎妓)
노중상봉(路中相逢) 춘색만원(春色滿園)
소년전홍(少年剪紅) 월하정인(月下情人)
월야밀회(月夜密會) 야금모행(夜禁冒行)
이부탐춘(嫠婦耽春) 삼추가연(三秋佳緣)
▣ 참고도서
조선의 미인을 사랑한 신윤복 조정육 저 아이세움 2009
조선 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 강명관 푸른역사 2007
오주석이 사랑한 우리 그림 오주석 저 월간미술 2009
2013년 5월3일 오전 wonsub
첫댓글 공부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혜원전신첩을 이렇게 모아놓으니까 좋아요.
한권의 전신첩을 한번에 펼쳐놓고 보는 모양이 되었으니까요~ ^^
나중에 시간되면 하나의 그림마다 이야기를 나누면 재미있을 거에요~
1년에 두번 봄, 가을 중 5월에 간송미술관 오픈인데...
오래전에 꼬박꼬박 학생들 데리고 갔었지요.
그 이후론 또 보고 싶긴해도 소문난 관계로 인파 때문에 포기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