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 늑대
1) 세계 최초로 복제된 늑대 '스눌프'와 '스눌피'가 30일부터 일반인에게 공개됐죠?
답)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교수팀이 지난달 26일 암컷 늑대 두 마리를 세계 최초로 복제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들 늑대는 태어난지 1년 5개월이 지났는데 몸무게도 20킬로 정도로 커졌고 그동안 아무 탈없이 자라나 지난 금요일부터 과천 서울대공원 특별전시관에서 일반인도 볼 수 있도록 공개됐습니다.
복제 늑대가 스눌피와 스눌프로 이름이어진 것은 서울대 영문약자 SNU와 늑대를 의미하는 울프(wolf)를 합친 이름이라고 합니다.
2) 이번 특별 공개에 맞춰 4월의 자랑스런 동물로 '한국 늑대'가 선정됐다고 하던데요.
답) 한국늑대는 환경부에서 지정 보호되고 있는 멸종위기 토종동물로 남한의 야생에서는 지난 1980년 경북 문경에서 잡힌 것이 마지막이었으며 1960년대 경북 영주에서 잡힌 늑대가 1996년 서울대공원에서 죽음으로 우리나라의 토종늑대는 명맥이 끊기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나 중국에서 새로이 늑대를 들여옴으로써 현재 서울대공원에서는 13마리의 늑대가 사육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서울대가 세계 최초의 복제늑대 성공으로 희귀멸종위기 동물 복원의 가능성을 한층 앞당겨 주었기 때문에 서울대공원은 한국늑대를 이달의 자랑스런 동물로 선정하게 된 것입니다.
3) 이렇게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복제 늑대는 어떻게 탄생하게 된 거죠?
답) 이병천교수팀은 이미 ‘스너피’라는 복제 개를 만들지 않았습니까. 복제 개를 만드는 것과 같은 체세포 복제 방식이 복제 늑대를 만드는 과정에도 사용되었습니다.
서울대공원에서 사육중인 회색늑대의 귀에서 떼어낸 체세포를 핵이 제거된 일반 개의 난자에 이식한 다음 수정돤 난자를 대리모 역할을 하는 개의 자궁에 착상시키는 방식으로 복제 늑대가 탄생되었습니다.
늑대가 이미 희귀동물이 되었기 때문에 난자나 대리모 역할을 늑대 대신에 개가 맡았는데요...이것은 개와 늑대가 동물분류학상으로 같은 개과에 속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4) 이번 성공은 기존의 동물복제 기술보다 한 단계 진전한 거라고 하던데요, 왜 그런 겁니까?
답) 스너피를 복제할 때는 123마리의 대리모에서 1마리만 생존해 복제효율이 0.8%로 낮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늑대 복제에서는 12마리의 대리모에서 2마리의 늑대가 태어나 효율이 16.7%로 높아졌습니다.
난자채취방법과 미세조작기술, 착상기술 등이 개선되었기 때문입니다.
또 늑대가 아닌 개의 난자와 대리모로 개를 이용하는 이종간 복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스너피를 복제할 때와는 다른 한차원 높은 기술적인 진전이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5) 그런데 늑대 복제! 2005년에 이루어졌는데, 왜 올해 발표된 거죠?
답) 늑대 복제는 이미 2005년 10월에 이루어졌습니다. 스눌피와 스눌프가 벌써 1년5개월 되었습니다. 이처럼 연구결과가 뒤늦게 발표된 것은 이병천교수도 황우석교수의 줄기세포 논문조작에 연루되는 바람에 3개월 정식 처분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연유로 늑대 복제 실험논문은 세계적 과학저널 ‘사이언스’와 ‘네이처’에서는 심사도중에 거부가 되고 ‘클로닝 앤드 스템셀’이란 잡지에 실리게 되었습니다. 이 잡지는 복제양 돌리를 만든 이언 월머트 교수가 편집장입니다. 이번 논문에는 황우석 박사도 제6저자로 참여하고 있는데요...이것에 대해서는 황 전 교수가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에 휘말리기 전인 2005년에 이 연구가 진행되었기 때문이라고 이병천교수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6) 정말 시련을 딛고 일궈낸 성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늑대 복제의 성공이 우리 생명 과학계에 주는 의미도 크죠?
답) 이병천교수도 그동안 마음고생이 많았죠...정직 3개월후 작년 10월부터 연구에 복귀했습니다. 황우석 사건 이후 서울대 조사 결과 동물복제 쪽은 연구에 문제가 없었던 밝혀졌습니다. 황우석 박사도 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 같은 것에 욕심을 내 비약을 하지 말고 동물복제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진행했더라는 아쉬움.
아무튼 복제 개를 만들어 낸 데 이어 복제 늑대까지 완성함으로써 동물복제에 관한 한 한국의 복제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줌.
지난주 생명복제 연구기준과 관련 ‘제한적 허용’ 쪽으로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까...이를 계기로 그동안 침체일로에 있던 한국의 생명과학 연구가 재도약을 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7) 멸종위기 동물의 복원 가능성을 앞당겼다는 점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 아닙니까?
답) 지금까지 멸종위기 동물은 개체수가 작기 때문에 인공수정 등 다른 인위적인 방식으로는 번식이 대단히 어렵습니다. 이번에 성공한 늑대 복제의 경우 체세포 핵이식 방법으로 소량의 피부세포로도 개체를 복제 해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병천교수팀은 복제개와 늑대 이외에도 백두산 호랑이나 한국산양 같은 다른 멸종위기 동물에 대한 복제도 시도하고 있습니다. 한국산양의 경우 복제 수정란을 만들어 시험관 안에서 배반포단계까지 키우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8) 사실 황우석 사태 이후, 복제에 관한 연구 성과가 나오면요 과장된 부분은 없는지... 아무래도 조심하게 되는데요, 이번 연구 성과를 바라보는 과정에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은 없습니까?
답) 며칠전에도 황우석박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서울 도심에 모여 시위를 했는데요...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황박사가 결백하고 다시 연구현장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과학기술 연구에서 일단 양심을 거슬러 조작을 하게 되면 일단 연구자로서의 생명을 끝나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연구를 하더라도 남들이 신뢰를 하지 않게 되는 것이지요..
과학기술 연구는 그 자체로 평가를 해야 합니다. 연구성과를 부풀려 발표하거나 또 먼 훗날에 이뤄질 희망이 마치 이번 연구로 가능해진 것처럼 성급하게 말하는 것은 나중에 더큰 실망으로 이어집니다. 이런 과대포장은 연구자나 이를 보도하는 언론, 정부나 대학 당국에 의해 이뤄지기 쉽습니다. 여태까지 종종 그런 일들이 있어왔고 나중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도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황우석 사건은 이런 관행이 너무나 큰 잘못이라는 점을 충격적으로 가르쳐주었습니다.
이번 늑대 복제도 우리나라 동물복제 기술이 세계적으로 선두권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했고 멸종동물의 복원에 쓰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