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섬유 ‘파란불’, 패션·의류는 ‘빨간불’
세계일보 | 입력 2011.05.06 19:17 | 김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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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수출 年 14억弗 늘어날 듯, 수입차값 내려 국내 공세 예상, 전기전자·기계업종도 '호재'
오는 7월 발효되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우리 산업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출이 많은 자동차와 섬유업계는 유럽시장을 확대할 수 있어 호재가 되겠지만,
패션·의류 업계는 가격경쟁력이 있는 유럽산 제품 유입으로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5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에 따르면, 한·EU FTA가 발효되면, 전 세계 자동차 수요의 25%를 차지하는
EU 시장에서 자동차의 수출액이 14억 7000만 달러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전기전자(3억 9400만 달러), 섬유(2억 1600만 달러), 기계(1억 1600만 달러) 업종 등도 수출 증가가 예상된다.
수입 측면에서는 유럽산 술과 명품, 의류의 관세가 소멸되거나, 단계적으로 낮아지면서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보여
국내 업체가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자동차도 BMW, 벤츠 등 유럽산의 국내시장 공략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소비자의 관심이 높은 포도주(와인)는 현재 수입관세 15%가 발효 즉시 소멸되기 때문에
FTA에 따른 가격 인하 효과를 가장 많이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령 환율에 큰 변동이 없다면, 국내에서 4만원에 팔리는 프랑스산 무통카데는 3만 4500원 정도에,
스페인산 토레스는 3만원에서 2만 5800원 안팎으로 가격이 내릴 전망이다.
스카치위스키는 현재 관세 20%가 첫해부터 5%씩 3년에 걸쳐 없어진다.
발렌타인, 임페리얼, 윈저, 스카치블루, 조니워커 등 국내에서 인기 있는 위스키 대부분이 이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수입원가가 3만원인 위스키는 FTA 발효 직후 관세가 1500원 줄고,
연쇄적으로 주세, 교육세, 부가가치세도 감소해 세금이 3194원 줄어 출고가가 그만큼 내려간다.
관세가 완전소멸하는 3년 뒤에는 출고가가 물가 상승률, 환율 등
외부변수를 무시한다면, 이론적으로 1만 2778원 내려간다.
패션 잡화 등도 가격 인하가 예상돼 국내 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잡화 판매가격이 5% 인하된다면, 국내 여성 사이에 인기가 높은 샤넬 가방 제품인 클래식 캐비어 미디엄은
현재 570만원대에서 550만원대로, 루이뷔통 모노그램 에스트렐라 라지는 210만원대에서 200만원대로 내려가게 된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야적장이 선적을 앞둔 수출용 차량들로 가득차 있다.
7월 한·EU FTA가 발효돼 단계적으로 관세가 철폐되면,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의류 판매가격이 8% 내려간다고 보면, 13만 9000원짜리 망고 여성 원피스는 12만 8000원,
5만 9000원짜리 H & M 셔츠는 5만 4000원이 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협정이 발효되면, 배기량 1500cc를 초과하는 중대형차는
3년 내에 단계적으로 관세가 없어지고, 1500cc 이하 소형차는 5년 내에 관세가 없어지게 된다.
현재 유럽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에 붙는 관세는 8%. 따라서, 단순 계산으로 2억원 이상의 초고가 유럽차들은
최대 2000만원까지 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 국내 소비자를 끌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